<20040622 우리모두 사이트에 올리신 글>
이라크 파병에 대한 매우 상반된 논리전개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일제식민치하에서 우리 선조들도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었고 또 그 때문에 많은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몰론 그 심각함에서는 큰 차이가 나겠지만.

충성을 바칠 '나라'가 사라져버린 일제 식민치하에 사는 조선인들, 발전과 융성을 더해가는 일본제국의 식민지 반도 조선인이 처한 상황에서 조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책이란 일제의 식민지통치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서 하루빨리 황국신민이 되어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선일들은 이 길을 걸었다. 육당도 춘원도...... 그리고 많은 식견있는 지도자급 조선인들 대부분이 이 분명한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로서는 그 당시에 주어진 '조건'을 가장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논리적으로도 매우 타당한 선택이다. 그러나 일부 이른바 '불령선인'들은 이렇게 분명한 상황에서 주어진 '조건'을 거부하고 그 반대의 길을 갔다. 우리가 지금은 '독립지사'라고 부르는 애국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왜 그들은 눈에 분명히 보이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그 험난한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위험은 하더라도 잘만 하면 크게 대박이라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아 도박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까? 희망이 있어서? 대한독립이 눈에 보여서? 사실 1920~40년의 아시아와 세계정세를 살펴보면 이런 것이 눈에 보이면 '착란'이고 여기에 희망을 걸면 '맹신'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분들의 말씀이나 글에는 희망이 아니라 확신이 넘친다. 이것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들이 무엇을 믿고 일제의 대동아에 도전을 하고 나선 것일까? 꼴통분들^^


오늘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성인남녀 중 지금 대한민국이 겉으로야 어떻든 간에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아메리카합중국에 반 쯤 종속된 반쪽의 독립국에 불과하여 매사가 아메리카합중국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많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과 같이 아메리카합중국이 저들의 국력을 다하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민국의 '참여'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운신폭이란 극히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못 박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과 '파병반대'의 목소릴르 드높여 주위로 부터 현실을 보지 못하는 꼴통들이란 소리를 사서 듣고 있다. 도대체 '파병반대'를 외치는 그들은 무엇을 보고 또 믿기에 감히 전지구적 흐름인 팍스아메리카나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일까? 이게 제 정신으로 하는 짓일까? 도대체 논리가 없어, 논리가!


나는 이것이 하나의 '상황'을 두고도 그 보는 눈은 전혀 다를 수 있으며 이 눈은 그 눈의 주인이 가진 '삶의 자세' - 철학, 역사의식 인생관 등 여러가지로 부를 수 있겠지만 - 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상황에 순응 또는 적응하는 '현실론자'들에게 '상황'은 하나의 주어진 '조건'이지만 이른바 '꼴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그 '상황'은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애, 풀어야 할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럼 우리는 위의 두 가지 자세 중 어는 것을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이 시점에서 어느 쪽이 바른 선택인지를 가를 수 있는 '증거'는 자지고 있지 않다. 만약 일제가 패망하지 않고 대한민국이란 독립국가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지금 독립운동가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은 그저 반체제 '테러리스트'거나 '비적집단'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수도 있으니 팍스아메리카나의 성공을 바라고 또 믿는 자들이라면 이 상황과 이 조건을 잘 이용하는 것이 잘하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일제의 패망을 바란 우리 '선조 꼴통분'들처럼 팍스아메리카나의 도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 선택은 분명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택은 언제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이다. 꼴통들에겐 꼴통들 나름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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