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0618 우리모두 >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올리네요. '보스코프스키'님께서 칼럼방 구조조정의 사이에서(지금은 아닌가?) 이 칼럼방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 놓으셨군요. 대체 방장은 뭘 하고 있는 건지(술독에 빠져 있나...). 이번 주말에 좀 만나서 구박 좀 해야겠군요.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 글을 올려봅니다. 문답(問答) 형식으로 된 글이어서 이해가 쉽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자칫 소홀이 넘길 만한 부분에 대한 글입니다. (출처 : 네이버 N메거진)

호주제 폐지를 놓고 국회 및 여성부 등의 실질적인 움직임과 보도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에는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오해의 글이 오르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자주 범하는 호주제 폐지에 관한 9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뽑아 바로 알리고자 한다. 제대로 알고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례로 든 오해의 글들은 우먼타임스 독자게시판을 비롯해 여성부, 여성연합, 가정법률상담소,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모임, 호주제 폐지 찬성하는 사람들 카페 등에 게시된 것들이다. <편집자주>

1. 사회적 대혼란이 올 것이다

▶오해 : △ 외국이 국제적 표기 기준인 미터법 중심의 도량형 대신 피트나 쿼터, 갤론 등을 쓰는 것은 미터법으로 바뀌었을 때 들어가는 비용 등 대혼란을 우려해서다. 

△ 이름, 친척 관계 등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호주제 폐지를 구태여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나.

▶진실 : 변화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간의 비용지출도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겠다는 우리나라가 법에서부터 양성평등을 위배하는 것은 문제다. 그 때문에 유엔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관습에 영향을 받는 가족제도가 혼란스러울 만큼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혼가정의 자녀 등 소수에게만 당장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혼란을 느낄 만큼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2. 성(姓)에 대한 혼란이 올 것이다

▶오해 : △ 자기 맘대로 아버지 성(姓)을 따르다가 어머니 성을 따르다가 하다간 누가 친척이고, 누가 남인지 모르겠군요.

△ 만약 초등학교 때 김태영이란 이름의 학생이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해서 중학교 앨범에는 이태영이 되었다가 다시 고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해서 다시 박태영이 된다면 이 사람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란 말인가?

▶진실 :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친권을 가진 이혼여성의 자녀나 재혼가정의 이전 결혼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성이 무조건 강제적으로 어머니나 새 아버지 성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성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그럴 필요가 있을 때만 희망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또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자녀의 성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가능한 한 지켜주려고 하는 선진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법적 수준에 맞춰나가는 것이다. 이미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에서 친척 인지의 문제나 성이 자주 바뀌어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3.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가 파괴될 것이다

▶오해 : △ 이것은 멀지 않은,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가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에도 휘몰아칠 혼란의 예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아니면 둘밖에 없는 자식들의 새로운 출발에서 겪게 될 ‘성(姓)’ 선택의 논란의 시작입니다. 불화의 씨앗을 안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가정이 과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실 : 현행 민법상의 가족이란 함께 사는 친족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구성된 관념적인 가에 속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민법상의 가족은 현실생활의 가족과는 무관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호주와 가족’ 부분이 삭제된다는 것은 현실생활공동체인 가족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현행 민법에서 호주와 관련된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이를 제외한 민법의 제4편 친족편 중 총칙, 혼인, 이혼, 부모와 자, 후견, 친족회, 부양 부분에서 총체적으로 가족 관련 규정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족의 행복은 정부의 복지정책, 가족간의 사랑과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호주제에서 비롯될 리는 없는 것이다.

4. 호주제가 폐지되면 이혼율만 증가할 것이다

▶오해 : △ 이혼할 때 편리하고자 호주제를 폐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 이혼율이 세계 3위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견고하게 다져야 할 이유가 아닌가 

▶진실 :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호주제가 존재하지 않으나 가족과 가족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호주제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히려 우리의 호주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가 이미 폐지한 일본·스위스보다 높다. 호주제로 인하여 확대·재생산되는 가부장적 사고가 부부갈등을 조장하고, 가족해체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볼 때, 호주제가 폐지되면 평등한 부부관계·가족관계가 확립되는 계기를 마련하여 오히려 이혼율은 줄어들고 건강한 가정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 

5. 호주제는 일제의 잔재가 아니다

▶오해 : △호폐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호주제가 일제강점기(일제시대)에 일본이 들여온 제도라면 전시대에는 호주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융희 3년 3월에 민적법이 실시되고 민적법에는 호주 승계 조항이 있으니 이 주장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진실 : 호주제는 중국의 종법제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일 뿐 우리 고유의 전통은 아니다.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 중기까지 딸과 아들 사이의 상속분에도 차별이 없었다. 제사도 딸과 아들이 돌아가며 지냈으며, 외손이 제사를 모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아들만이 제사를 모실 수 있다든가, 제사의 승계를 통하여 가계를 계승한다든가 하는 관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후기 중국에서 받아들인 종법제가 강화되면서 아들만이 제사를 모실 수 있게 됐고, 제사를 통하여 가계를 계승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현행 호주제와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오늘날의 호주 승계와 같은 제도도 없었다. 

일제는 호주제가 조선의 관습이라고 왜곡하면서 실제로는 1898년의 일본 명치 민법에 규정되어 있었던 호주제를 도입했고, 이는 식민통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현행 호주제의 모태는 1898년 일본명치민법의 호주제다. 

6. 근친간 결혼·성관계가 늘 것이다

▶오해 : △ 근친결혼이 공인된 거나 마찬가지라 근친상간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더욱 무분별한 무차별 섹스시대가 올 것이다.

△ 만약 결혼시 호적등본이나 제적등본에 생부의 성을 기재하고 혼인신고시 이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해도 예전의 동성동본금혼법을 어기고 결혼하는 것처럼 사문화될 것이기 때문에 호주제 폐지에 반대한다. 

▶진실 : 호주제의 존폐와 상관없이 신분증명제도로서의 호적은 필요하다. 그 때문에 호주제를 대신할 가족부제(기본가족별 편제방식)나 1인1적제(개인별신분등록방식) 등이 호주제 이후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부모가 누구인지 자녀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개인의 신분을 등록하고 증명하는 제도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몰라서 근친간의 결혼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또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남매간 성 관계 등을 우려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 엉뚱한 우려다. 

일본의 근친상간이 호주제 폐지와 관계 있는 듯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단지 일본의 성도덕 때문이며 일본 성산업이 이를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 역시 근친상간은 아주 희귀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7. 호주제 폐지된다고 여성인권 상승되나

▶오해 : △ 과연 폐지를 하면 여성들의 인권이 상승되는가하는 의문이 생기네요. 호주제와 여성의 인권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저는 의심이 생기네요.

▶진실 : 현행 민법상 호주 승계 순위(민법 제984조, 호주제 폐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들-손자-딸-손녀(혼인한 딸과 손녀는 제외)-처-어머니-며느리의 순으로 규정하여 남자를 우선 순위로 하고 남자가 없는 경우에 2차적으로 여자가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미혼의 딸이 호주가 됐다 하더라도 혼인하게 되면 남편의 가(호적)에 입적해 호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딸에 의한 가(家의) 승계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대를 잇기 위해 반드시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아를 낙태하는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또 여성을 남성의 예속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부부의 평등권과 여성의 부모로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호주제는 법으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한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는 법적인 여성인권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8. 폐지에 따른 절차와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오해 : △ 폐지하기 위한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 300억은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아님 이혼녀끼리 모을 건가요? 결국은 혈세겠군요? 

△ 호주제는 우리 법률체계의 아주 기초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과 가족관계를 공시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그래서 모든 법률이 호주제도에 기초하여 법률을 정비하였지요. 그러나 일부 우매한 여성들의 주장은 우리 법률체계를 바꾸자는 얘기나 다름이 아닙니다. 

▶진실 : 현재 호적제도는 전산화되어 있다. 따라서 호적 편제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호적 전환이 용이하다. 대법원이 연구 조사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가족부제(기본가족별 편제방식) 또는 1인1적제(개인별신분등록방식) 중 어떤 형태로 전환되더라도 전환하는 시간과 비용은 동일하다고 한다. 대략적으로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24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부는 “우리 가족제도와 사회를 민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용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NEIS를 구축하는 데 1조원이 들었다고 하며 호주제 폐지로 인한 비용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다. NEIS는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새로 만든 것인 반면, 호적제도는 이미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분류만 새롭게 하면 되는 것이다.

9. 외국에선 아버지 성 쓰기가 일반화돼 있다

▶오해 : △ 부계혈통 사회와 가부장적 사회를 동일하게 보십니까? 아버지 성을 이어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양성평등을 억압하는 것입니까? 남편의 성을 쓰고, 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는 미국 사회는 뭡니까? 

▶진실 : 미국에는 아버지 성을 따르는 관습이 현재도 있으나, 법적으론 대부분의 주에서 성은 부모의 협의에 의해 자유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 일본도 1991년 바뀐 민법이 부모 성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 외에 독일은 자녀의 성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되, 자녀의 출생 1개월 이내에 합의가 없으면 후견재판소가 부모의 일방에게 결정권을 주도록 법에서 규정(1993 민법)하고 있다. 중국도 1980년 혼인법에 따라 부모의 성씨 중에서 한 쪽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보완했으며, 전혀 다른 성을 써도 무방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가 법적으론 부모의 성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에게 있어 호주제 폐지는 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법적인 평등정신을 구현하는 것뿐이다. 어떤 성씨를 쓸 것인가는 부부간의 협의로 이뤄지므로 대개의 부부는 남편 성을 그대로 쓸 것이다. 

답글 참조 : 여성부, 호주제폐지운동본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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