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들

카테고리 없음 2019. 6. 16. 23:12

(2017.11.04. 페이스북)

 

1. 사람이 들지 않는(아마 시간이 늦어서) 가게 안에서
주인은 기타를 치고 있다.
자세를(운지법을?) 교정하려는지 그의 앞에 놓인 모니터 속
화면엔 기타를 치고 있는 지금 그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표정이 비장한 것도 아니고
막 무슨 아우라가 퍼져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보고 있자니, '아, 저것이 몰두로구나.' 싶다.

한쪽 눈은 그에게, 한쪽 눈은 그의 반대편에 두던 나는
반대편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는 걸 즉시 알아차리고
부리나케 길을 건넌다.

가게 주인의 모습을 살피는 데에 반만 몰두했었나 보다.
아니지, '반만 몰두'란 건 없지.. 쌍수호박을 익힌 것도 아니고;

 

2. A가 B를 차단했다. B가 차단당했다며 섭섭해 한다.
A는 차단해 놓고는 또 한번씩 들여다 보았는지
B가 섭섭해 하는 걸 어이없어 한다.
'아니 사람이 차단 좀 할 수도 있지 머 대단한 일이라고!'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다. 그건 맞지. 근데.. 그렇게 말할 거면,
B가 머 그렇게 (나쁜 의미에서)대단한 걸 했다고
차단은 하나 그래..
역시 내로남불은 인지상정인 거였어..

 

3. 사람들이 심한 소릴 내게 할 때
그 자리에서 받아치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그럴 줄 모른다. 그게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뜻은 옳을 때조차
(그러니까 내 행동이 비난받을 만해도)
그 표현은 심할 수 있고
내용과는 별개로 항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럴 때, 바로 그 심한 말을 들은 순간에,
재치있고 강력하게 맞받아쳐서
사람들을 헙 하고 입 다물에 만들어 보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이 하는 주장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이건 타고난 재능이라고 노력으론 극복이 안 되는 걸까
적어도 어느 정도는 노력으로 되는 문제일까나.

 

4, 어떤 사람들은 '좋은 왕'이란 표현 대신 '대통령다운 대통령'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 등등의 표현을 쓰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 왕조 시대를 사실 거라면 공자의 정명론을 받아들여서
대통령 어쩌구란 표현은 버리시길.

누군가가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저런 사문난적을 보았나!'는 투로 펄펄 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들고 있는 깃발의 디자인만 다르면 다냐며
냉소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비판이, 실은 비판이란 할 수도 없을 저질 욕 수준이라도)
적어도 그게 민주주의가 아닌 줄은 알겠다.

좋은 왕이 나쁜 왕보단 낫겠지만,
아무리 좋은 왕이라 해도 그게 대통령은 아니지.

 

5, 국정원 특수활동비 소식을 듣고 나니,
"보수가 그래도 안보 쪽엔 투철하다."던 사람들을 볼 때
웃음을 참기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해야 할 거 같다.
진작에 아닌 줄 알고는 있었지만
(그리고 또, 실은 보수라고 하기도 좀..)

이 건에 대해,
그들이 말해 오던 바 '안보를 위협한다는 세력들'(?)보다
더 분노하고 더 강하게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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