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3일 교육학과 게시판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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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캠퍼스에서 3~6월, 그러니까 봄에서 초여름까지의 기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겐 다섯 번째이다.(96,97,98,01, 그리고 올해)
이 기간마다 느끼는 것, 그리고 그때마다 그 느낌이 참 좋은 것 가운데 하나로
저녁 나절의 바람이 있다.
특히 4월 그리고 4월보다도 5월의 바람이 참 사무치게 좋다. (근데 올해는 그 5월을 교생실습으로 날려보내야만 한다)

하루를 보내고(즉 수업을 마치고, 혹은 동아리 수련을 끝내고, 혹은 버들골을 뒹굴다가 아니면 장터에서 어울려 놀다 일어서서 나서며) 이리저리 걸어다니다
바람을 맞으면 잠시나마 내 마음의 먼지가 내 마음 구석구석에서 쓸려나가는 듯 하다.
(불행히도 이 먼지 조각들 하나하나에는 미련, 집착, 오류, 상처 따위의 이름이 붙은 가는 끈들이 붙어 있어서 대개 먼지들은 다시 내 마음 곳곳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런 홀가분함과 동시에 또 하나 느끼는 것은 가슴이 싸~해지는 느낌이다.
('싸~해진다'는 표현이 얼른 와닿지 않는 분들은 입 대신 가슴으로 사이다 마실 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시면 되겠다) 이 싸~한 느낌은 바람과 보조를 맞추어 가라앉기도 하고
한 번 살아나면 제 멋대로 내 마음이나 머리를 휘저어 버리기도 하는데
뒷쪽의 경우에는 그 날 저녁 내 정신은......정처없이 헤맨다.

아마 이때만은 나 같이 무엇 하나 아직은 이룬 것이 없는 자도
'와호장룡'의 이모백(리무바이)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것도 같다.

"어느 날 수련 중에 사부님조차 말씀해 주신 적이 없는 경지에 들어섰소......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고......"

머 이따우 심정 비스무리하겠다.

이 기쁘고도 슬픈 바람에 자신을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듯하여 추천드리는 바이다.
특히 02들께서는 4월이랑 5월에 내가 한 말 한 번 검증해 보시길^^. (만일 내 말이 맞다면, 옆에 술병 있으면 조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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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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