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두. 굵은글씨 강조는 퍼온이)


1.
주말이면 학교에 각종 종교를 전파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기독교가 많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를 하나님의 품으로 모셔가기 위해 끈덕지게 오던 한 인간이 있었다. 물론 난 하나님의 품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 인간이 나라는 인간을 아주 잘못 본 때문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러니까 콧물을 줄줄 흘리고 다닐 무렾부터도 난 협박에 시큰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다짜고짜 두드려 팬다면 경우가 다르지만 그냥 말로 하는 협박엔 아무 감흥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인간은 기독교 특유의 협박으로 나를 전도하러 들었다.

인간에겐 원죄가 있고 어쩌고 저쩌고, 그 원죄때문에 인류 최후의 날엔 지옥의 불구덩이로 어쩌고 저쩌고, 그 지옥을 피하려면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품으로 어쩌고 저쩌고 아멘. 뭐 이런 식으로 나를 협박했던 것이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엔 코웃음이 나왔다. 인간이 콧방귀를 흥흥 날리고 있는 나를 보고 의아해하면서도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내가 말했다.

"여보쇼. 내 그 때가 되면, 아니 그 전에라도 내게 힘든 일이나 고통이 닥치거든 나 혼자서 어떻게 알아서 해볼테니 여기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나 가보쇼."

인간은 무지 기분이 나빴던지 나가는 길에 내 인생이 엄청나게 고달플 것이라는 저주까지 빼먹지 않았다. 난 여전히 콧방귀만 뀌었고.

2.
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한다.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사소한 인간인 양 취급하려고 드는 걸까? 내가 보기엔 저들에게서 그것을 빼내버리면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보잘 것 없는 인간들에 불과하며, 그런 점에서 오히려 동정받아 마땅한 쪽은 종교적인 믿음이 강한 사람들 쪽인데 말이다.

뭐 이런 경우는 비단 종교적인 믿음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대체로 모든 종류의 믿음에 적용되는 현상이다. 그 믿음의 대상이 이념내지는 사상이든 미신이든 간에 말이다. 그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들에게선 그것을 빼면 그는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점점 더 그 믿음에 집착하게 되고,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는 사람, 아니 자신의 믿음에 대한 무관심한 사람에 대해서조차 쉽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은 항상 믿음과 함께 사랑을 강조한다.

3.
내 친구는 강아지를 키운다. 친구와 내가 결론내린 바에 의하면 그 강아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강아지다. 이 곳에서 몇 번 말한바 있는 이 강아지는 무엄하게도 나의 신체를 두 번이나 물어 뜯어서 피를 본 사이이기도 하다. 내가 그 정도이니 그 강아지와 한 집에 기거하는 친구는 오죽하겠는가. 아무튼 그 강아지의 성깔머리가 얼마나 싸가지인가 하는 것은 그 친구와 안면이 있어서 그 집을 방문했던 모든 종류의 사람들로 하여금 이구동성으로 "갖다 버리라"는 답안을 제출토록 할 정도였다. 그 집을 방문했던 모든 사람들이 강아지는 식용정도로 아는 사람들이라거나, 혹은 동물보호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파렴치한 인간들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다 버리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올 정도면 그 강아지의 성깔머리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매주 주말 일요일이면 늘 하는 것처럼 오늘도 난 저녁무렾 느지막하게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 강아지를 대면했다. 그동안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나쳤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눈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강아지의 정서 상태는 확실히 많이 나아져 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에 내 눈에 띈 것이었다. 친구 녀석이 물경 1년이 넘는 시간과 끝없는 인내심을 투자한 결과였다. 그리고 내 친구의 인내심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어떻게 버리냐?"

혹여 버린다 한들 그 강아지가 당장에 죽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까지 아는 진정한 사랑은 이것뿐이다. 그러니 청하건데 제발 사랑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종교나 이념, 사상따위에 목을 매는 인간들아...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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