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느날 한척의 배가 정보의 바다를 건너 인터내도(忍攄來島)를 향하고 있었다. 조그만 배에는 늙은 사공 한 명과, 약관의 청년이 타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저것이 인터내도란 말인가?'

"여보쇼, 사공, 저 섬엘 자주 드나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우선 스스로 전용선(專用船)을 한 척 구해서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고, 큰 문파에서 사용하는 배를 얻어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지요. 자주 쓰시는 분이 아니라면 저희 피쉬방을 통해 드나드시면 되고. 전화선(電話船)이란 고물 배를 사셔서 사적으로 이용하시면 느리긴 해도 이곳에 드나들 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건 많이 쓸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지라....'

그들이 탄 배의 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았으나, 지금껏 많은 이들을 날랐기 때문인지 배는 상당히 지저분했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까전부터 지저분한 배 때문에 불쾌했던 청년은 다음에 올 때는 기필코 배를 한 척 마련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때 저 뒤에서 작은 배 한척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 배를 쫓아오는 것이 청년의 눈에 들어왔다.

그 배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대한이 홀로 노를 저어 가고 있었는데 조만간 청년의 배를 따라잡을 기세였다.

"아니? 저 배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빠르단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배는 좃선(船)이란 것으로, 좃선당에서 특별히 당원들을 위해 개발한 쾌속정이지요.
저 배를 타는 사람은 당에서 마련한 와래주(蛙來酒)를 먹고, 특수 제작된 포루노(砲累)를 저어 오기 때문에 우리 같은 배들보다는 훨씬 빠르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사람 덩치를 보십쇼. 힘 무지하게 쓰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과연......그 배에 홀로 탄 대한의 덩치는 정말 엄청났다. 청년은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배를 저어오는 큰 흑의인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이 좃선당원이란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사람이 차고 있는 칼을 보십쇼. 선정보도(煽情寶刀)라고 쓰여 있지 않습니까?"

"강호에 선정보도를 쓰는 문파는 여러 곳이 있지만, 그 중 좃선당에 필적할 만한 세력은 없지요. 평소엔 점잖은 척 하면서도 그네들이 자주 쓰는 인피면구인 문화면(文化面)만 쓰면 동화당, 중앙당, 한결회 같은 곳보다 훨씬 선정보도를 심하게 휘두르지요."

약관에 불과한 청년은 평소 강호 일류 문파로 이름 높은 좃선당이 그런 행위를 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좃선당은 강호 일류 문파인데 그런 짓을 할리가 있소?"

"청년은 아직 모르나 보구료. 좃선당의 선정보도는 다른 당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오.
저들이 글보다는 그림으로 설명된 무공서를 즐겨 읽는다는 것은 청년도 잘 알 것이오.

내 언젠가 그들이 익히는 무공서 좃선당보를 우연히 보았는데, 내부가 춘화(春畵)로 완전히 가득차 있었소.

전에 어떤 역사(力士)는 그걸 읽고 있다가 내가 쳐다 보니까 굉장히 놀래 하더이다. 그 놀래하는 역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었이겠소? 그런 것을 읽고 있던 자신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오.

얼마전엔 좃선당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단지일보(單志一步)란 신흥 세력을 누르기 위해
서역 유애사에서 월도누수(月盜累手)로 유명한 타불로이두(打不老異斗) 위굴리(危屈異)
를 초빙해와 당원들을 모아놓고 집중 수련까지 감행했었소. 이 점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청년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강호에 매일 찍혀 굴러다니는 좃선당보를 본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의식중에 보았던 춘화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거기 나온 춘화들을 많이 오려 갖고 다닌 기억이 나자, 은근히 부끄러워졌다.

"흐음.....들어본즉 그럴 듯은 하구려 그렇지만 좃선당은 강호의 도리를 내세우는 명문 정파 아니오. 설마 그런 좃선당이 유애사의 저질 무림인 위굴리 따위와 손을 잡았겠소?"

사공이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청년은 이번이 인터내도에 가는 초행길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륙에만 있었던 모양이구려.

이보시오

나는 이 인터내도에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이 섬과 인연을 맺은지 어인 수년이 다 되어 간다오. 강호에서는 좃선당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도덕군자인 양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저들의 세력이 아직 미치지 못한 이곳에서는 좃선당의 행패가 널리 알려져 있소.

선정보도를 끼고 사는 저들이 어떻게 군자인양 행세할 수 있단 말이오. 그대가 대륙에 살면서 수 십년간 눈이 가려져 있었으니, 나 같은 일개 사공의 설명에 동의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이제 이 인터내도는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만에 뚝딱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소.

이곳은 바깥 세상처럼 특정한 문파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지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이제부턴 이 섬에 자주 드나들면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시오"

이렇게 몇 마디 말이 오가는 동안 배가 나루터에 닿았다.

청년은 배에서 내려 사공에게 인사를 했다.

"말씀은 고마웠소, 하지만 좃선당이 강호에서 초일류 문파로 행세하는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아니겠소? 그대가 좃선당과 무슨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좃선당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바보취급하지 마시오. 아무튼 여기까지 수고 하셨소."

사공의 입에 냉소가 흘렀다.

'훗.........그래, 지금은 무슨말을 해도 소용 없겠지 소위 고수들이란 사람들부터가 서로서로 잘못을 덮어주며 공생하는 더러운 바깥 세상속에서 길러진 젊은이가 좃선당이 가지는 패악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 하나와의 만남으로 알아내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청년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사공은 새로운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부두를 나오는 청년을 몇 몇 아이들이 둘러쌌다.

"아저씨! 절 이매인으로 쓰세요. 따로 돈은 안 주셔도 되고요. 아저씨가 전하고자 하는 소식을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준답니다. 여기는 익수풀이 우거져서 아저씨 같이 커다란 어른들보단 우리 같은 애들이 훨씬 잘 돌아 다닌다구요.

절 쓰시면 아저씨 필요로 하시는 정보들 많이 모아다 드릴 께요."

대뜸 공짜라고 외치는 호객행위에 깜짝 놀란 청년은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매인, 야호, 올지도..."

그들의 옷에는 자신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듯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누더기로 된 옷을입고 허리춤엔 패수어도(覇守御刀)라고 쓰인 조그만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럼 너희가 원하는 건 뭐냐?"

"아저씨 인적사항이요.

저희들 수익은요. 이 옷에 붙은 누더기들을 아저씨께 보여 드리는 걸로 대신합니다."
우리같은 사람 없으면 인터내도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인터내도는 우리랑 손을 잡아야 들어가실 수 있다구요. 그래서 이매인을 고용하는 일을 인터내도에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입(加入)이라고 한답니다."

과연 그들의 누더기엔 많은 글자들이 놓아져 있었다.
............
...........
............
.............
인터내도가 초행길인 청년은 그 중 서너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입을 시작했다.

"내 이름은 강정(康丁)이라고 하네.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문파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나 할까? 아직은 고등무도관에서 수련하는 몸이지만, 이미 차력특기자(借力特技者)로 대무도관(大武道官)으로 선발되었지"

인터내도엔 초행이지만 여기서 기필코 유애사 휘하 "피파(被派)"의 대아불로(岱阿佛老)가 연성했다는 수타구래후투(守打龜來帿投)를 넘어설 수 있는 무공을 개발해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이네......

하하하....대단하지 않은가?

패기만만한 청년의 웃음소리가 인터내도에 울려퍼젔다.







가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청년을 붙잡고 한 이매인이 말했다.

"아저씨, 저희를 데리고 다니실 때는 때와 장소를 잘 가리셔야 합니다.

인터내도에선 가면을 쓰고 아이 뒤만 쫓아오면 어딜 가시든 아저씨가 바깥 세상에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쉽게 밝혀지진 않습니다. 덩치 큰 아이를 하나 구해와 그 뒤에 숨어다니면, 그 아이 뒤에 누가 있는지 간파할 수 없지요.

하지만 싸움이 벌어질 때 우리를 대동하고 다니시면 우리는 무공을 거의 못 쓰기 때문에 쉽게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립니다.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면 우리 피를 추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일단 추적이 시작되면, 이 가입과정에서 밝히신 아저씨의 정체를 금방 알아 냅니다. 이걸 일컬어 아이피 추적한다고 하지요. 정말 고수라면 상대가 이매인을 대동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 무슨 경로로 인터내도의 어느 곳에서 얼만큼 머무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혀 낼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자신에 대해 반쯤 공개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여기서 벌어지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동네 사람들은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습지요. 어떤 곳에서는 심지어 이매인 없이 다니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이매인 없이 다니는 이들을 유령이라 부르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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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강호에 좃선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정보의 바다에서 새로운 땅이 발견되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인터내도(忍攄來島)가 그것이다.
이 섬을 최초로 발견한 집단은 유애사였다. 최초로 이곳에 상륙한 유애사는 이 섬을 자신들의 무공수련장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유애사에서 차차 이 섬을 휘하 도장간 교류를 위해 민간에게 개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강호에 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인터내도는 섬 거의 전체가 울창한 사입어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사입어 숲은,
그동안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익수풀들이 돋아나 있었고, 이 때문에 , 누구도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기를 쓰고 들어간 몇 몇 이들도, 이동이 자유로울 수 없어 불편함이 컸다,

이런 점을 무릅쓰고, 먼저 들어간 이들은 빛으로 암호를 정해 의사 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빛을 이용한 이런 의사 소통을
빛의통신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수 년 전 부터 익수풀을 벨 수 있는 낫들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는데,

최초로 사용된 낫이 달낫이다.

이 낫을 사용하려면 이야기(理野氣) 세놈기술(氣術)류의
무공을 익혀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낫으로 인해 사입어 숲엔 본격적으로 인간의 흔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어 처음엔 개털도 떨어질 구석이 없다던 이 곳에서도 조금씩 거주할 만한 공간이 늘어났다.

처음엔 개털 만했던 공간이,
조금 뒤엔 여럿이서 화투할만큼 넓어졌고
급기야 그 영역이 천리안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탐험가들의 노력으로 인터내도에 강이 있음이 알려지고 그것을 이용한 수운이 개발됨에 따라,
도수(導水), 유낙수(有樂水), 애매수(曖昧水),리누수(理累水)등의 물길을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륙한 이들은 처음엔 먹을 것이 없어 문제였으나,

점차, 배이식(配異食) 포도란(逋逃卵), 각종 식물의 등을 먹기 시작했고,
직접 익수풀 속에 사는 동물을 잡아 먹기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잡아 먹기 시작한 동물들이 나우곰, 운도우(韻圖牛), 내추구우(來秋龜牛)등 이었다.

사입어 숲이 개발되어 갔지만, 너무도 울창해 그 크기를 감히 해아릴수 없는 사입어 숲에 비해 길을 만들 낫의 수는 상당히 부족해 근심거리 였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긴 유애사의 낫수란 자가 무상으로 낫을 만들어 보급했다.
낫수 덕택에 이후로는 민간인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 사입어 숲을 헤치고 다닐수 있게 되었고,
강호에는 낫수의 이러한 행동을 칭송하는 낫수 걔 이뻐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에 유애사 일등 상인 발개이추(發開異雛)도 질세라 개간에 앞장섰다.
장사를 하기 위해선 사입어 숲에 진입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개간 방식은 자신의 부하 불로 글래 뭐들과 애매수(曖昧水)를 따라 배를 타고 다니며
운도우(韻圖牛)의 몸에 불을 꽂고 풀어놓아 사입어 숲에 불을 긋는 것이었는데, 그가 부하들을 끌고 다니며

이 숲 불놔라 하면
부하들이 불을 놓아 개간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간을 가능케 했으나, 허구한날 불을 질러 대는 것으로 인해,
오염을 일으키는 때가 많아 이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이를 막기 위해 몇몇 의인들이 리눅수(水)를 끌어대
불을 끄는 노력을 하는 등 많은 애를 썼으나, 마구 질러대는 불을 끄기엔 역부족 이었고,
결국 유애사의 도움을 청했다.


유애사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발게이추의 행동을 규제했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규정이
개간에 필요한 땅에 한해 숲에 불을 놓는 것은 용인했지만,
불로 글래 뭐들을 동원해 윈도우(牛)로 불을 질러대는 것은 금한다는 내용 이다.

이렇게 되자, 일거리가 없어진 일부 불로글래뭐 들은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맨날 놀고 먹으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해, 강호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화가 난 몇 몇 이들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 "봐! 일 업수?라고
협박하고 다녀 사입어 숲에서는 사고치는 백수를 봐일업수라 칭했다.

숲의 개발이야 누가 하였건, 어쨓든 사입어 숲은 과거 이야기와 같은 어려운 무공을 익혀야만 들어 갈 수 있었던 곳에서 벗어나,
기초적인 다이얼업(多異蘖業)만 익히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여기에 기존의 대륙과 인터내도를 가로막던
정보의 바다를 이어주는 뱃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해 신대륙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어부들의 연합체 피쉬방(方)이 생기면서
어부들이 내투어구(來投漁具)를 챙겨들고
강호와 사입어 숲의 나루터을 오가며 사람들을 나르기 시작한 것이다.

백본망(百本網),온영업망(溫寧業網) 등으로 물고기만 잡다가, 이주민 수송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직업적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던 어부들 중에는 큰 배를 연결해 한꺼번에 수송하던 어부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평소 나루터에서 시쓰고 놀다가도,
바다에 나가면 한 척의 솔루선(率累船)으로
여러 척의 광통선(廣通船)들을 묶어 모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자랑했다.
태풍을 맞았을 경우에는 마음을 비운 희생정신으로 승객을 보호해, 강호에서는 이들을 기려
어부보다 한 단계 위의 허부(虛夫)라 불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점차 커다란 문파들이 인터내도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커다란 배와 삽우검을 차고 각 문파를 비롯해, 거대 상인들, 무림맹 분소 등이 거대한 배를 대절하고 인터내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경쟁이 심해 지면서 이들을 실어 나르던 허부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단체 손님에게 자신들의 내투어구 중 하나인 난(蘭)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육지에서는 기존의 빛의 통신을 넘어서는 직업 전령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매인(夷昧人)이 그들이다.

밥을 먹을 때는 꼭 골뱅이와 먹어야 한다는 이들은 사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로 구성되었는데,
작은 체구로 인해 길을 만드는 패수어도(覇守御刀)하나만 달랑 차고도, 깊은 사입어 숲을 덩치 큰 어른들보다 훨씬 잘 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존재가 점차 알려져,
아이 뒤패수어도가 매달려 있으면 그가 이매인 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고,
이들도 많은 수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조합을 만들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이매인의 이매인의 고충처리 모임인 한매인(恨賣人)이다.
이매인의 사연 전달 방법은 내용을 보내는 사람이 말한 내용을 듣고 외워서 상대방에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한매인에 속한 이들은 머리가 좀 나쁜 관계로 한번에 5매 가(可)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억력은 비상해 삼십매를 외우지만, 자주 길을 잊어버려, 올지 안올지 모른다는 올지도 라는 조합,
내용 전달하랬더니, 맨날 다른데서 놀고 있다는 재 놀아이
등산을 좋아해, 맨날 산으로만 돌아 다니는 야호 등등.. 많은 이매인 조합들이 생겨났다.
큰 문파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이매인을 길러 자체 수급을 했다고 까지 하니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수를 초과했고,
결국엔 한 명의 무림인이 이매인을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까지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개발이 시작된 사입어 숲에 새로 이주한 이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나 명당은 있는 법,

집을 짓는 장소로는 나무해 벤뒤터가 가장 좋다고 했는데
그곳은 한번 삽질만 해도 땅이 푹푹 잘 파여 인부들에게 홈 페이지(地)라고 불렸다.

여기에 여러 홈페이지들을 대규모로 다지는 기구로, 삽질하는 자의 친구란 뜻의
삽우검(友劍)이 보급되면서 사입어 숲에서의 집짓기는 훨씬 용이해 졌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젠 사입어 숲에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 기를 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아예 사입어 숲에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뭍에 있던 사람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아, 수소문하면 열중 아홉의 대답이
"사입어 숲에 있어"일 정도였다.


어느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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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재가 돌아온 뒤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전의 싸움에서 강준마니의 내공을 본 깟재는 이번엔 사술을 쓰기로 했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를 부르기로 작정한 것이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 ......

한시간 동안 똑같은 음률의 노래를 반복해 불러듣는 이를 주화입마 시키는 강력한 사자후였다.

깟재는 강준마니를 향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연내(塞壁鐘李蔚然來) 새아침이 발간내(塞亞侵李發幹來)
....................................
......................................"

내공이 약한 사람이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빗자루 들고 뛰어다니다 쓰러져야 하건만...

어째 강준마니는 이 사자후를 듣고도 별 기색이 없었다.

'어잉? 이게 아닌데...'

사자후가 통하지 않자 깟재는 다시 무공을 쓰기로 한다.

단순무식 외공의 초절정 고수로 강호를 누빈지 어인 십여년... 그간의 연륜이 담긴 막강한 외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박통덕경제성장(博通德經濟成掌),
니발갱이지(尼魃坑異指)

여기에 더해 내공심법 서 너 가지를 번갈아 가며 운공했다.

주석궁당구몰고가기(酒席宮堂狗沒龜佳氣)
몽골기행기(蒙骨機行氣)
발갱이잡기(發更異雜氣)

'후우~ 인물과사삼을 복용하고 실명비 판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면 이자의 손에 벌써 쓰러졌겠구나.'

강준마니는 연속으로 수세에 몰렸다. 서 너 장을 물러선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지...'

"당신의 무공은 다양해 보이나,
전부 다 파시수투공(波市殊鬪功)에 뿌리를 두고 있구려

역시 파시수투공은 대단한 무공이오. 일갑자 전 강호가 그것으로 뒤흔들렸던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려

그러나 , 그것은 이미 일갑자 이전의 일 그간의 무공 진보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이 말과 함께 강준마니가 니파시수투지(尼波市殊鬪指)를 펼치며 달려 들어갔다.

진북대고수(眞北大高手) 강준마니와
월간좃선의 수괴 조깟재....

두사람 일생의 공력이 스쳐지나며 펼쳐진
마지막 한 번의 공수에 모두 쏟아졌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날 무렵,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던 둘 중 깟재의 몸이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었다.

쓰러진 깟재가 강준마니에게 물었다.

"대체 당신이 왜 날 공격하는 거요?"


"지금껏 좃선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많은 죄 없는 이들을 니발갱이지로 살해해 왔소,

월간 좃선의 수장이던 당신은 그런 좃선당에 과잉충성을 해왔소.

당신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쳐왔소? 한안상, 김전남, 한순주 등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오.

본좌 당신의 악행을 응징하려 했으나, 그간 망설이고 있었소. 따지고 보면 당신도 이용당한 것이기 때문이오.
솔직하고 우직한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 좃선당 쪽에서도 좋았을 테지...

그렇지만 얼마전 채장집 사범을 마도사 하누를 시켜 비겁하게 습격한 것은 본좌를 더 이상 참을수 없게 했소..."

당황한 얼굴로 깟재가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오"

사실 강호에서는 하누가 채장집에 감행한 비열한 공격 뒤에 깟재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깟재는 이 점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강준마니의 표정이 엄숙히 변했다.

"내가 그 사건을 조사해 보던 중 현장에서 특이한 창을 하나 발견했소,
거기엔 우장창(愚將創)이라고 쓰여 있었소,
우장창이 당신이 아끼는 무기란 것은, 전 무림이 다 아는 사실이오. 이래도 발뺌을 하겠소?"

깟재의 눈앞이 암담해 지기 시작했다.

'이자가 이렇게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줄이야...'

"그렇지만, 굽힐 순 없다."

"그건 북쪽에 일성교가 있었기 때문이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악의 무리 아니오.

그들에 비하면 내가 따랐던 박통, 본인운, 수태우 등이 훨씬 선하지 않소?

"인간은 능력 면에선 차이가 크지만 도덕성에선 다 비슷하오, 단지 위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의? 세상에 정의가 어디있소?
힘이 바로 정의이고, 정의가 힘인 것이오.

"인간은 이해 관계의 포로요,
누가 감히 이해 관계를 부정할 수 있소?"
"당신네들이 말하는 건 위선일 뿐이오.

"박통, 본인운, 수태우는 강했던 사람들이오,
당연히 그들은 칭송 받아야 하는 이들이오."

"천재는 자신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자기 생애를 던지는 영웅적 기질의 소유자요"

"따지고 보면 무림의 영웅은 그대와 같은 사람들이 잡아 죽였소,


깟재의 말을 듣고 있던 강준마니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싸움 잘 하는 좃선당의 행동대장인 당신은 영웅이오? 허허 어떻게 세상에 도덕이 없을 수 있단 말이오.

"그대는 일성교주가 극악이라 했지만 본인운 같은 무리는 극선이라 칭송했소, 그대의 기준에 따르면 일성교주는 본인운 보다 훨씬 더 오래 자신의 문파를 이끌어 왔던 더 강한 영웅이고 천재요,

당신이야말로 공삼단인지 의심스럽구려.'

"그간 좃선당은 스스로 무림 정파를 참칭하며, 박통, 본인운, 수태우 같은 이들이 무림성녀 민주화(民主花)를 강간할 때 그것을 옆에서 고무찬양 해 왔소,

거기에 더해 소위 정파의 소임을 저버리고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무림에 불고지해 강호를 어지럽혔소

이래도 좃선당의 죄가 없소?"

"일성교가 독재하고, 힘없는 이들을 괴롭히면, 무림맹도 똑같이 그래야 하는 거요?

당신은 툭하면 본인운 수태우 박통같은 타락한 무림맹주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왔소,

그렇게 이해심 많은 당신이 굶어 죽어 가는 일성교도 들을 이해하는 데는 왜 그렇게 인색한 것이오?

당신들은 일성교를 비난하지만 실제로 당신들이 하는 짓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소.

단지 당신들이 그들을 욕했던 건 지금까지 전수해 내려온
수구기득권(手具旣得拳)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뿐이오."


깟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림에서 그가 누렸던 온갖 지위와 명예는 물거품이 되고, 자신의 삶의 의미가 부정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과거엔 당신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무림맹주의 지위를 놓고
소위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던
기명사미와 김데중이 싸우는 것을 보고는,
박통지도(博通志道)를 따르기 시작했소.
이것은 나의 잘못, 좃선당의 잘못도 아닌 그들의 잘못이오,"

강준마니가 고개를 저었다.

"제발 솔직해 지시오.
당에 충성해 일신을 이롭게 하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다고...."

깟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멍하니 쓰러져 있던 그는 삶을 포기한 것처럼 조용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 나는 그를 죽이거나 무공을 폐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선도하려 한 것 뿐인데.....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니 죽음을 준비하는가?

다른 사람도 다 자기 같은 줄 아는 모양이군..........'

강준마니는 땅을 파는 깟재를 측은한 눈으로 처다봤다.

'깟재도 어차피 좃선당이란 조직의 소모품일뿐...... 불쌍한 인간이지...'

순간 깟재의 몸이 사라졌다.

'아차, 그가 월간좃선에서 땅굴파기(波氣)를 꾸준히 연마해 왔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구나.'

강준마니가 정신을 차릴 때 쯤 어느새 좃선모까지도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강준마니는 깟재가 사라진 땅굴로 달려갔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그의 앞을 수십 인이 막아섰다.

강준마니의 눈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당신들은...."

강준마니는 어안이 벙벙해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의 앞에 선 자들 중 몇몇은 맨 얼굴로,
몇몇은 문화면(文化面)을 쓰고 서 있었다.

그 중엔 널리 알려진 이무녈과 같은 인사도 있었지만, 강준마니를 놀라게 한 것은,

앞을 막아선 사람들 중 태반이 약자를 보호하는 협객으로 지금까지 무림에서 칭송 받아오던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아니....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들이
조깟재 같은 악인을 싸고 돈단 말이오?"

"그러고도 당신들이 협객이라 자처 할 수 있소?"

앞에 선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들은 좃선당주의 부탁을 받고 여기에 왔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소."

강준마니가 물었다.

"아니 어떻게 좃선당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소?"

"좃선당은 강호 최대의 문파이고 명문 정파요. 좃선당도 무림맹의 일원인 이상, 그 쪽에 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소."

"어찌 정의로운 인물임을 자처하는 자가 좃선당의 편에 설 수 있단 말이오 좃선당이 무림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지 정녕 모르시오?"

강준마니는 허탈해 하며 깟재가 사라져버린 땅굴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준마니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좃선당이 저토록 강하게 버티고 있는 데에는
조깟재 같은 부하들 보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저들 용병무사들이 더 무섭구나,

난 채장집 사범이 당한 것을 보고 용병 무사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용병무사들이라야

이무녈, 송뽁, 정진숙 같은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저들이 저렇게 많을줄은..... 저토록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만 열면 도덕군자 같은 소리만 하던 자들이 어떻게 좃선당의 하수인 노릇을 한단 말인가. 저들조차 좃선당의 편을 드는데, 누가 좃선당이 무림맹을 말아먹고 있다고 믿겠는가.

저런 자들이 좃선당에 붙어 좃선당을 감싸고 도는 한
좃선당의 문제를 모든 강호인이 인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겠구나.

좃선당의 횡포를 없에려면 저들부터 먼저 좃선당에서 이탈시키는 일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좋소, 본좌 여기서 물러나리다. 하지만, 조사부께 다음에는 각오하라고 전해주시오"




'아! 박통의 파시수투공에도 꿋꿋하게 맞서시던 이영이 고수는 뭘하고 계시단 말인가?'
'창작과비평사(創作過批評寺)의 백낙정(白樂政)주지께서는 언제 선술(仙術) 수련에서 벗어나실 것인가?'

이분들만 나서 주셨어도
저들이 지금처럼 좃선당을 싸고 돌지는 못할 것을......'


다 잡았다 놓친 조깟재....
하지만 강준마니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간 힘들게 키워 온 인물과사삼(人物過私蔘)이 강호에 유포되고 있었고,

그에게는 자신이 공들여 기른 인물과사삼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인물과사삼에 대한 기대와 좃선당을 지탱하는 힘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인물과사삼사(人物過私蔘寺)로 돌아가는 그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계속---------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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