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국해우원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원래 국해우원이 하는 일은 강호 사람들이 익혀야 할 무공을 만드는 것이다. 즉 국해우원을 뽑을 때는 각자 자기가 익히고 싶은 무공을 잘 쓰는 이를 뽑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것이다.

권법(拳法)을 익히고 싶은 이는 권경에 능한 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고, 어려운 무공을 익히고 싶은 사람은 그런 이에게 쉬운 무공을 여러 사람이 같이 익히고 싶은 경우엔
거녕기리 같은 이에게 표를 던지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낙선자명단이 우원들의 선악의 구분을 해 줌으로써 더욱 나은 국해우원의 선발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소수만이 익힐수 있는 수구기득권(守舊旣得拳)을 익힌 이들은 이러한 형태를 왜곡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하려 했고,

거기다 여기저기서 반칙들이 성행하고 있었으니...
한사람이 무공을 보이면 다른 지원자가 기다리지도 않고 단위에 올라가 시전을 방해하고 싸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초식을 중시하는 규정상 비무대회에서 보일수 있는 내공은 단지 악수하기(幄手下氣), 연설하기(筵說下氣), 인사하기(人事下氣)정도,,,

그러나 수많은 이들이

불호가(不豪家)가 개발했다고 하는 향응제공(饗應祭功)과 돈주기(暾酒氣), 비방하기(誹謗下氣), 같은 위험한 내공을 사용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고발장(告發掌)까지 사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와중에는 피를 흘리는 이들도 많아 보는 이들을 애처롭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피들은 낙선자명단을 복용한 이들이 그 피를 통해 피 흘린 사람의 무공 내력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있었다.

여기저기에 널린 피와 후보 무사들의 옷에 묻은 피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병역기피'
'세금회피'
'철면피'
'소환회피'
'국회로대피'


같은 더러운 피들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눈에는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낙선자명단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역시 강종필의 문파였다. 그의 제자들의 옷에는 가장 끔찍한 피인 '제이피' 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이피란 무당들이 '굿했다'고 하면서 남의 집에서 고기를 5일 이나 얻어먹는 오일육(五日肉) 이란 행위를 하면 생겨나는 가장 더러운 피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강호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좃선당에서
'지역감정(地域感精)'이란 약을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감정(地域感精)'
낙선자명단과 상극이 되는 약으로 먹으면 눈이 나빠져
이무공, 저무공 구분을 못하게 만드는 전설속의 약...

이를 만들기 위한 실험으로 죽은 인간이 많이 있어 좃선당원들이 머무는 객잔엔
'사람의 골(骨)이 하나 가득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던 터였다.
그리하여 그들의 전용 객잔을 '골(骨)이하나'라 부른다고 전해지던 터였다.

좃선당이 이 약을 퍼뜨리는 방법은 매우 특이한데
남쪽이나 북쪽에서 부는 바람은 몸에 나쁘다고 사람들을 우리가남이가(牛李家南異家)로 피신시키고 거기서 집단으로 중독시키는 방법을 썼다.
이러한 방법이 잘 먹힌 곳은 바닷바람이 심한 지역들이었는데, 각지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인해 지역감정에 중독된 환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지역감정 뿐만 아니라
좃선당은 여기저기서 자기들에게 부담스러운
이들을 직접 제거하고 있었으니,

남에게 선을 베풀기를 좋아한다하여 '남줘선(善) 이라 불리던 이석헌 도장이 좃선당에게 '니발갱이지(尼發更異指)'를 지원 받은 상대 후보의암습으로 국회우원에서 밀려나야 했다.


이렇듯 지역감정과 낙선자명단이란
두 약이 강호를 뒤흔들어 놓는 가운데

지역감정이 일으키는 전염병을 고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노준(盧俊)' 이었다.

노준(盧俊)......

당대 최고의 의원 라의태(羅義太)의 문하에 들어가 의술을 익히고.. 인술로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의원..... 무공에도 정통하기로 이름이 나있는 인물이었다.
더 많은 이들을 고쳐보겠다는 이상으로 나선 노준........



그에게는 같이 동문 수학한 스승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가 라도지(羅道地)였다.
어려서 여기저기서 많이 맞고 다닌 라도지(羅道地)는 특히 좃선당의 미움을 받아 좃선당의 수작으로 강호엔 이유도 없이 괜히 라도지를 미워 하는 사람이 많던 터였다.


노준이 지역감정을 다스리러 간 곳은 이미
'와에수(臥喪水)영감(令監)' 이라 불리는 기명사미가 지역감정을 무지막지 하게 퍼뜨린 곳이었다.

주변에선 가봐야 소용없다며 노준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준은

'지역감정 또한 사람이 만든 약이요.
약이 있으면 그 해약도 분명히 있을 터.
내가 그것을 찾고 말 것이오.'

라는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애초 그가 준비한 약은.
'정당명부식(政黨名簿食)' 이란 식단과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 와 '일인이표제(一人二票劑)' 였다.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를 복용함에 있어서 정당명부식(政黨名簿食)은 항상 같이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었고,
이가 여의치 않을 경우엔 일인이표제(一人二票劑)가 최상의 처방이었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것을 싫어하던 강종필은 길을 가던 노준을 습격했고,
강종필과 격전을 치루면서 모든 약재를 다 빼앗겨 버리고,
가장 약발이 떨어지는 '일인일표제(一人一票劑)' 만이 노준의 수중에 남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포기했을 터...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환자의 진료에 매달린다.

하지만 아무리 신의 노준 이라 해도 약재의 부족엔 어쩔 수 없는 법....

갑자기 환자들의 환후가 악화되어 열이 나기 시작했다.
'허~ 태열 이 있구료..'


태열(胎熱).......
결핵주사란 무사에게 내상을 입고, 주화입마 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군대안가(軍隊安家)에서 수년간 정양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마비된다고 하는 열!

태열이 발생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역감정으로 인해 눈이 나빠진 무림인들 에게서 노준은 가는 곳마다 라도지로 오인을 받았다.
'너 라도지?'
어디 쓸데없이 라도지 미워하는 이들이 한두명 이던가?

이미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겐 어떤 해명도 소용없었고 보답은커녕 쫓겨나는 신세에 놓이게 된다.


이 소식을 듣자 자신의 애제자 번지점부(番指店夫) 영도다리(靈都茶異)의 비무대회 탈락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던 와에수 영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실의에 빠진 노준....그의 주변에 그를 위로하는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특희 노준을 돕던 의녀는 이번 병의 치료의 실패로 '병에진아씨' 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지만
노준을 위로하기에 바빴다.

그 자리에 모인 몇몇 사람은 좃선당의 거짓 소문에 속아 지역감정을 먹은 환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노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 해서 어찌 환자의 몸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비통하게 젖어 있었고 얼굴은 굳어가고 있었다.
솩~ 하는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계속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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