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대립된 두 집단의 화해가 추진된 계기는 역시 무공에 있었다.

막수의 무공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 졌으나
그 자체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신공 실현의 욕구와 대립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무공연마에는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막씨수도만을 편향되게 익히면 그것을 익히는 자의 몸과 정신의 부조화가 기혈을 흐트려, 무공을 익히던 이들이 점점 말라가는 야기시켰다.

과거 강호를 호령하던 솔연군이 이로 인해 죽음을 맞고,
그의 큰아들 로서아(老西兒)조차도 공력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솔연군의 의형제였던 중공군(衆功君)까지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막씨수도만을 익히던 과거의 수련방법에서 벗어나
점진개방(漸進開方)을 중심으로 다른 무공들을 받아들이는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성교가 예외일 수가 없었다. 다른 막씨수도와 달리 일성교 신도는 그간 모두가
귀순대사가 기른 주체사삼(柱體沙蔘)을 복용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다.
여기에 몇 년 간 기근이 겹치면서 한 해 수십만 씩 죽어간다는 소문이 횡행했다.

이 소식이 강호에 전해지면서 같은 무림동도였던 무림맹이 나서 일성교 신도들에 내공을 전해
그들의 기혈을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 그들을 도와 주어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막씨수도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의 기운을 가진 내공이 필요한데
그래서 나온 무공이 강한 양(陽)의 내공인 태양신공(太陽神功)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좃선당과 이해창이 이끄는 딴나라단 이 반대하며 나섰다.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의 최고 경지인
흡성대법(吸城大法)으로 일성교와 맞붙어 싸워 그들을 힘으로 누르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흡성대법은 일성교의 공삼단을 흡수할 수 있는 무공이라고 하나
이것으로 다른 성질의 내공을 흡수하면 체내에서 내공들이 각각 부조화를 일으켜 결국 흡수한 쪽에서도 주화입마에 이르는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러한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은
흡성대법과 같은 류의 무공인 수구기득권(守舊旣得拳)을 익혀놓은
좃선당, 딴나라단과 같은 무리들뿐이었다.

그러나 이해창을 물리치고 무림맹주가 된 김데중이 좃선당과 딴나라단의 일관된 방해에도 불구하고 태양신공을 연마하고 일성교쪽에 내공을 전한결과 양쪽의 일인자가 만나는 오늘에 이른 것이다.


대한항공(大韓航功)을 시전하며 일성교가 있는 북녘 땅으로 날아간
김데중의 눈에 수많은 인파들과 그 앞에 선 한 인물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 낮익은 얼굴......일성교 이대 교주 김증일 이었다.
경공을 마치고 내려서는 김데중을 몸소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좃선당이 그간 이들의 만남을 막기 위해 퍼뜨린 소문은 태양신공의 내공만 받아 먹고 김증일이 김데중을 철저히 외면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을 깨고 2대 교주 자신이 직접 나온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그가 시전하는 진정한 무공을 아무도 본적이 없다는 일성교주.....

일각에서는 그의 무공이 형편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데중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만만치 않은 공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하들과 함께 상대방을 친히 맞이하는 모습은 과연 일파의 수장다운 모습이었다.

몇 마디 인사말이 오가고..
무림맹주와 일성교주는 나란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공을 시전하던 중에 일성교주는 연장자인 김데중에게 먼저 두어 걸음 양보했다. 의아해 하는 얼굴들에게 일성교주가 입을 열었다.
'허허... 공삼단에도 예절은 있소이다.'


일찍이 좃선당이 말해오던 일성교주는 밤에만 수련을 하는 성미가 괴팍한 인물로 예절이고 뭐고 없는 사람이었다.
그 아버지와 달리 무공실력도 형편없기 때문에, 2 인자인 군부(軍夫)의 끊임없는 도전에 시달린다고 좃선당은 주장해 왔다.
도참사상으로 이름을 날리던 인천(人天)사의 전직 주지 김학중은 그가 교주가 되면
3년 내에 일성교는 패망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대 교주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별로 없지만,
그는 소시적부터 지법과 칼을 쓰는데 능하다고 해
일찍이 교내에서 지도자(指刀者)라 알려져 있었다.
그간 좃선당은 이점을 이용해 그의 무공을 단지 지법과 도법에 한정시키면서 그를 하수라고 폄하해 왔었다.

거기에 오늘 그가 신고 온 신발은 경공을 단련시키는데 쓰이는 높은 굽의 신발이었다.
이 신발을 신으면 보행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도 그는 여유롭게 자신의 경공을 과시했다.

그간 좃선당은 일성교와 무림맹의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 교주의 무공을 깎아 내렸다.
일성교주의 무공이 강하다는 말을 하는 것 만 으로도 좃선당에 의해
일성교 신도로 의심받기 일쑤였다.

일성교주가 검술, 지법 뿐 아니라 식권(植拳)까지도 연마했다는 말을 하고 무림맹주가 좃선당과 딴나라단에게 공격당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통해
그가 경공까지 뛰어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그간 강호의 물을 흐리며 승승장구 하던 좃선당의 앞날에도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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