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어느날 한척의 배가 정보의 바다를 건너 인터내도(忍攄來島)를 향하고 있었다. 조그만 배에는 늙은 사공 한 명과, 약관의 청년이 타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저것이 인터내도란 말인가?'

"여보쇼, 사공, 저 섬엘 자주 드나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우선 스스로 전용선(專用船)을 한 척 구해서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고, 큰 문파에서 사용하는 배를 얻어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지요. 자주 쓰시는 분이 아니라면 저희 피쉬방을 통해 드나드시면 되고. 전화선(電話船)이란 고물 배를 사셔서 사적으로 이용하시면 느리긴 해도 이곳에 드나들 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건 많이 쓸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지라....'

그들이 탄 배의 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았으나, 지금껏 많은 이들을 날랐기 때문인지 배는 상당히 지저분했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까전부터 지저분한 배 때문에 불쾌했던 청년은 다음에 올 때는 기필코 배를 한 척 마련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때 저 뒤에서 작은 배 한척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 배를 쫓아오는 것이 청년의 눈에 들어왔다.

그 배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대한이 홀로 노를 저어 가고 있었는데 조만간 청년의 배를 따라잡을 기세였다.

"아니? 저 배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빠르단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배는 좃선(船)이란 것으로, 좃선당에서 특별히 당원들을 위해 개발한 쾌속정이지요.
저 배를 타는 사람은 당에서 마련한 와래주(蛙來酒)를 먹고, 특수 제작된 포루노(砲累)를 저어 오기 때문에 우리 같은 배들보다는 훨씬 빠르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사람 덩치를 보십쇼. 힘 무지하게 쓰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과연......그 배에 홀로 탄 대한의 덩치는 정말 엄청났다. 청년은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배를 저어오는 큰 흑의인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이 좃선당원이란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사람이 차고 있는 칼을 보십쇼. 선정보도(煽情寶刀)라고 쓰여 있지 않습니까?"

"강호에 선정보도를 쓰는 문파는 여러 곳이 있지만, 그 중 좃선당에 필적할 만한 세력은 없지요. 평소엔 점잖은 척 하면서도 그네들이 자주 쓰는 인피면구인 문화면(文化面)만 쓰면 동화당, 중앙당, 한결회 같은 곳보다 훨씬 선정보도를 심하게 휘두르지요."

약관에 불과한 청년은 평소 강호 일류 문파로 이름 높은 좃선당이 그런 행위를 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좃선당은 강호 일류 문파인데 그런 짓을 할리가 있소?"

"청년은 아직 모르나 보구료. 좃선당의 선정보도는 다른 당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오.
저들이 글보다는 그림으로 설명된 무공서를 즐겨 읽는다는 것은 청년도 잘 알 것이오.

내 언젠가 그들이 익히는 무공서 좃선당보를 우연히 보았는데, 내부가 춘화(春畵)로 완전히 가득차 있었소.

전에 어떤 역사(力士)는 그걸 읽고 있다가 내가 쳐다 보니까 굉장히 놀래 하더이다. 그 놀래하는 역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었이겠소? 그런 것을 읽고 있던 자신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오.

얼마전엔 좃선당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단지일보(單志一步)란 신흥 세력을 누르기 위해
서역 유애사에서 월도누수(月盜累手)로 유명한 타불로이두(打不老異斗) 위굴리(危屈異)
를 초빙해와 당원들을 모아놓고 집중 수련까지 감행했었소. 이 점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청년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강호에 매일 찍혀 굴러다니는 좃선당보를 본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의식중에 보았던 춘화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거기 나온 춘화들을 많이 오려 갖고 다닌 기억이 나자, 은근히 부끄러워졌다.

"흐음.....들어본즉 그럴 듯은 하구려 그렇지만 좃선당은 강호의 도리를 내세우는 명문 정파 아니오. 설마 그런 좃선당이 유애사의 저질 무림인 위굴리 따위와 손을 잡았겠소?"

사공이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청년은 이번이 인터내도에 가는 초행길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륙에만 있었던 모양이구려.

이보시오

나는 이 인터내도에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이 섬과 인연을 맺은지 어인 수년이 다 되어 간다오. 강호에서는 좃선당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도덕군자인 양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저들의 세력이 아직 미치지 못한 이곳에서는 좃선당의 행패가 널리 알려져 있소.

선정보도를 끼고 사는 저들이 어떻게 군자인양 행세할 수 있단 말이오. 그대가 대륙에 살면서 수 십년간 눈이 가려져 있었으니, 나 같은 일개 사공의 설명에 동의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이제 이 인터내도는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만에 뚝딱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소.

이곳은 바깥 세상처럼 특정한 문파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지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이제부턴 이 섬에 자주 드나들면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시오"

이렇게 몇 마디 말이 오가는 동안 배가 나루터에 닿았다.

청년은 배에서 내려 사공에게 인사를 했다.

"말씀은 고마웠소, 하지만 좃선당이 강호에서 초일류 문파로 행세하는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아니겠소? 그대가 좃선당과 무슨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좃선당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바보취급하지 마시오. 아무튼 여기까지 수고 하셨소."

사공의 입에 냉소가 흘렀다.

'훗.........그래, 지금은 무슨말을 해도 소용 없겠지 소위 고수들이란 사람들부터가 서로서로 잘못을 덮어주며 공생하는 더러운 바깥 세상속에서 길러진 젊은이가 좃선당이 가지는 패악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 하나와의 만남으로 알아내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청년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사공은 새로운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부두를 나오는 청년을 몇 몇 아이들이 둘러쌌다.

"아저씨! 절 이매인으로 쓰세요. 따로 돈은 안 주셔도 되고요. 아저씨가 전하고자 하는 소식을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준답니다. 여기는 익수풀이 우거져서 아저씨 같이 커다란 어른들보단 우리 같은 애들이 훨씬 잘 돌아 다닌다구요.

절 쓰시면 아저씨 필요로 하시는 정보들 많이 모아다 드릴 께요."

대뜸 공짜라고 외치는 호객행위에 깜짝 놀란 청년은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매인, 야호, 올지도..."

그들의 옷에는 자신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듯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누더기로 된 옷을입고 허리춤엔 패수어도(覇守御刀)라고 쓰인 조그만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럼 너희가 원하는 건 뭐냐?"

"아저씨 인적사항이요.

저희들 수익은요. 이 옷에 붙은 누더기들을 아저씨께 보여 드리는 걸로 대신합니다."
우리같은 사람 없으면 인터내도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인터내도는 우리랑 손을 잡아야 들어가실 수 있다구요. 그래서 이매인을 고용하는 일을 인터내도에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입(加入)이라고 한답니다."

과연 그들의 누더기엔 많은 글자들이 놓아져 있었다.
............
...........
............
.............
인터내도가 초행길인 청년은 그 중 서너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입을 시작했다.

"내 이름은 강정(康丁)이라고 하네.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문파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나 할까? 아직은 고등무도관에서 수련하는 몸이지만, 이미 차력특기자(借力特技者)로 대무도관(大武道官)으로 선발되었지"

인터내도엔 초행이지만 여기서 기필코 유애사 휘하 "피파(被派)"의 대아불로(岱阿佛老)가 연성했다는 수타구래후투(守打龜來帿投)를 넘어설 수 있는 무공을 개발해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이네......

하하하....대단하지 않은가?

패기만만한 청년의 웃음소리가 인터내도에 울려퍼젔다.







가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청년을 붙잡고 한 이매인이 말했다.

"아저씨, 저희를 데리고 다니실 때는 때와 장소를 잘 가리셔야 합니다.

인터내도에선 가면을 쓰고 아이 뒤만 쫓아오면 어딜 가시든 아저씨가 바깥 세상에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쉽게 밝혀지진 않습니다. 덩치 큰 아이를 하나 구해와 그 뒤에 숨어다니면, 그 아이 뒤에 누가 있는지 간파할 수 없지요.

하지만 싸움이 벌어질 때 우리를 대동하고 다니시면 우리는 무공을 거의 못 쓰기 때문에 쉽게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립니다.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면 우리 피를 추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일단 추적이 시작되면, 이 가입과정에서 밝히신 아저씨의 정체를 금방 알아 냅니다. 이걸 일컬어 아이피 추적한다고 하지요. 정말 고수라면 상대가 이매인을 대동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 무슨 경로로 인터내도의 어느 곳에서 얼만큼 머무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혀 낼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자신에 대해 반쯤 공개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여기서 벌어지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동네 사람들은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습지요. 어떤 곳에서는 심지어 이매인 없이 다니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이매인 없이 다니는 이들을 유령이라 부르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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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강호에 좃선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정보의 바다에서 새로운 땅이 발견되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인터내도(忍攄來島)가 그것이다.
이 섬을 최초로 발견한 집단은 유애사였다. 최초로 이곳에 상륙한 유애사는 이 섬을 자신들의 무공수련장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유애사에서 차차 이 섬을 휘하 도장간 교류를 위해 민간에게 개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강호에 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인터내도는 섬 거의 전체가 울창한 사입어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사입어 숲은,
그동안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익수풀들이 돋아나 있었고, 이 때문에 , 누구도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기를 쓰고 들어간 몇 몇 이들도, 이동이 자유로울 수 없어 불편함이 컸다,

이런 점을 무릅쓰고, 먼저 들어간 이들은 빛으로 암호를 정해 의사 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빛을 이용한 이런 의사 소통을
빛의통신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수 년 전 부터 익수풀을 벨 수 있는 낫들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는데,

최초로 사용된 낫이 달낫이다.

이 낫을 사용하려면 이야기(理野氣) 세놈기술(氣術)류의
무공을 익혀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낫으로 인해 사입어 숲엔 본격적으로 인간의 흔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어 처음엔 개털도 떨어질 구석이 없다던 이 곳에서도 조금씩 거주할 만한 공간이 늘어났다.

처음엔 개털 만했던 공간이,
조금 뒤엔 여럿이서 화투할만큼 넓어졌고
급기야 그 영역이 천리안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탐험가들의 노력으로 인터내도에 강이 있음이 알려지고 그것을 이용한 수운이 개발됨에 따라,
도수(導水), 유낙수(有樂水), 애매수(曖昧水),리누수(理累水)등의 물길을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륙한 이들은 처음엔 먹을 것이 없어 문제였으나,

점차, 배이식(配異食) 포도란(逋逃卵), 각종 식물의 등을 먹기 시작했고,
직접 익수풀 속에 사는 동물을 잡아 먹기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잡아 먹기 시작한 동물들이 나우곰, 운도우(韻圖牛), 내추구우(來秋龜牛)등 이었다.

사입어 숲이 개발되어 갔지만, 너무도 울창해 그 크기를 감히 해아릴수 없는 사입어 숲에 비해 길을 만들 낫의 수는 상당히 부족해 근심거리 였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긴 유애사의 낫수란 자가 무상으로 낫을 만들어 보급했다.
낫수 덕택에 이후로는 민간인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 사입어 숲을 헤치고 다닐수 있게 되었고,
강호에는 낫수의 이러한 행동을 칭송하는 낫수 걔 이뻐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에 유애사 일등 상인 발개이추(發開異雛)도 질세라 개간에 앞장섰다.
장사를 하기 위해선 사입어 숲에 진입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개간 방식은 자신의 부하 불로 글래 뭐들과 애매수(曖昧水)를 따라 배를 타고 다니며
운도우(韻圖牛)의 몸에 불을 꽂고 풀어놓아 사입어 숲에 불을 긋는 것이었는데, 그가 부하들을 끌고 다니며

이 숲 불놔라 하면
부하들이 불을 놓아 개간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간을 가능케 했으나, 허구한날 불을 질러 대는 것으로 인해,
오염을 일으키는 때가 많아 이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이를 막기 위해 몇몇 의인들이 리눅수(水)를 끌어대
불을 끄는 노력을 하는 등 많은 애를 썼으나, 마구 질러대는 불을 끄기엔 역부족 이었고,
결국 유애사의 도움을 청했다.


유애사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발게이추의 행동을 규제했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규정이
개간에 필요한 땅에 한해 숲에 불을 놓는 것은 용인했지만,
불로 글래 뭐들을 동원해 윈도우(牛)로 불을 질러대는 것은 금한다는 내용 이다.

이렇게 되자, 일거리가 없어진 일부 불로글래뭐 들은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맨날 놀고 먹으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해, 강호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화가 난 몇 몇 이들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 "봐! 일 업수?라고
협박하고 다녀 사입어 숲에서는 사고치는 백수를 봐일업수라 칭했다.

숲의 개발이야 누가 하였건, 어쨓든 사입어 숲은 과거 이야기와 같은 어려운 무공을 익혀야만 들어 갈 수 있었던 곳에서 벗어나,
기초적인 다이얼업(多異蘖業)만 익히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여기에 기존의 대륙과 인터내도를 가로막던
정보의 바다를 이어주는 뱃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해 신대륙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어부들의 연합체 피쉬방(方)이 생기면서
어부들이 내투어구(來投漁具)를 챙겨들고
강호와 사입어 숲의 나루터을 오가며 사람들을 나르기 시작한 것이다.

백본망(百本網),온영업망(溫寧業網) 등으로 물고기만 잡다가, 이주민 수송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직업적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던 어부들 중에는 큰 배를 연결해 한꺼번에 수송하던 어부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평소 나루터에서 시쓰고 놀다가도,
바다에 나가면 한 척의 솔루선(率累船)으로
여러 척의 광통선(廣通船)들을 묶어 모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자랑했다.
태풍을 맞았을 경우에는 마음을 비운 희생정신으로 승객을 보호해, 강호에서는 이들을 기려
어부보다 한 단계 위의 허부(虛夫)라 불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점차 커다란 문파들이 인터내도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커다란 배와 삽우검을 차고 각 문파를 비롯해, 거대 상인들, 무림맹 분소 등이 거대한 배를 대절하고 인터내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경쟁이 심해 지면서 이들을 실어 나르던 허부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단체 손님에게 자신들의 내투어구 중 하나인 난(蘭)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육지에서는 기존의 빛의 통신을 넘어서는 직업 전령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매인(夷昧人)이 그들이다.

밥을 먹을 때는 꼭 골뱅이와 먹어야 한다는 이들은 사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로 구성되었는데,
작은 체구로 인해 길을 만드는 패수어도(覇守御刀)하나만 달랑 차고도, 깊은 사입어 숲을 덩치 큰 어른들보다 훨씬 잘 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존재가 점차 알려져,
아이 뒤패수어도가 매달려 있으면 그가 이매인 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고,
이들도 많은 수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조합을 만들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이매인의 이매인의 고충처리 모임인 한매인(恨賣人)이다.
이매인의 사연 전달 방법은 내용을 보내는 사람이 말한 내용을 듣고 외워서 상대방에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한매인에 속한 이들은 머리가 좀 나쁜 관계로 한번에 5매 가(可)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억력은 비상해 삼십매를 외우지만, 자주 길을 잊어버려, 올지 안올지 모른다는 올지도 라는 조합,
내용 전달하랬더니, 맨날 다른데서 놀고 있다는 재 놀아이
등산을 좋아해, 맨날 산으로만 돌아 다니는 야호 등등.. 많은 이매인 조합들이 생겨났다.
큰 문파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이매인을 길러 자체 수급을 했다고 까지 하니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수를 초과했고,
결국엔 한 명의 무림인이 이매인을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까지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개발이 시작된 사입어 숲에 새로 이주한 이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나 명당은 있는 법,

집을 짓는 장소로는 나무해 벤뒤터가 가장 좋다고 했는데
그곳은 한번 삽질만 해도 땅이 푹푹 잘 파여 인부들에게 홈 페이지(地)라고 불렸다.

여기에 여러 홈페이지들을 대규모로 다지는 기구로, 삽질하는 자의 친구란 뜻의
삽우검(友劍)이 보급되면서 사입어 숲에서의 집짓기는 훨씬 용이해 졌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젠 사입어 숲에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 기를 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아예 사입어 숲에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뭍에 있던 사람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아, 수소문하면 열중 아홉의 대답이
"사입어 숲에 있어"일 정도였다.


어느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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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재가 돌아온 뒤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전의 싸움에서 강준마니의 내공을 본 깟재는 이번엔 사술을 쓰기로 했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를 부르기로 작정한 것이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 ......

한시간 동안 똑같은 음률의 노래를 반복해 불러듣는 이를 주화입마 시키는 강력한 사자후였다.

깟재는 강준마니를 향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연내(塞壁鐘李蔚然來) 새아침이 발간내(塞亞侵李發幹來)
....................................
......................................"

내공이 약한 사람이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빗자루 들고 뛰어다니다 쓰러져야 하건만...

어째 강준마니는 이 사자후를 듣고도 별 기색이 없었다.

'어잉? 이게 아닌데...'

사자후가 통하지 않자 깟재는 다시 무공을 쓰기로 한다.

단순무식 외공의 초절정 고수로 강호를 누빈지 어인 십여년... 그간의 연륜이 담긴 막강한 외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박통덕경제성장(博通德經濟成掌),
니발갱이지(尼魃坑異指)

여기에 더해 내공심법 서 너 가지를 번갈아 가며 운공했다.

주석궁당구몰고가기(酒席宮堂狗沒龜佳氣)
몽골기행기(蒙骨機行氣)
발갱이잡기(發更異雜氣)

'후우~ 인물과사삼을 복용하고 실명비 판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면 이자의 손에 벌써 쓰러졌겠구나.'

강준마니는 연속으로 수세에 몰렸다. 서 너 장을 물러선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지...'

"당신의 무공은 다양해 보이나,
전부 다 파시수투공(波市殊鬪功)에 뿌리를 두고 있구려

역시 파시수투공은 대단한 무공이오. 일갑자 전 강호가 그것으로 뒤흔들렸던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려

그러나 , 그것은 이미 일갑자 이전의 일 그간의 무공 진보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이 말과 함께 강준마니가 니파시수투지(尼波市殊鬪指)를 펼치며 달려 들어갔다.

진북대고수(眞北大高手) 강준마니와
월간좃선의 수괴 조깟재....

두사람 일생의 공력이 스쳐지나며 펼쳐진
마지막 한 번의 공수에 모두 쏟아졌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날 무렵,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던 둘 중 깟재의 몸이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었다.

쓰러진 깟재가 강준마니에게 물었다.

"대체 당신이 왜 날 공격하는 거요?"


"지금껏 좃선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많은 죄 없는 이들을 니발갱이지로 살해해 왔소,

월간 좃선의 수장이던 당신은 그런 좃선당에 과잉충성을 해왔소.

당신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쳐왔소? 한안상, 김전남, 한순주 등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오.

본좌 당신의 악행을 응징하려 했으나, 그간 망설이고 있었소. 따지고 보면 당신도 이용당한 것이기 때문이오.
솔직하고 우직한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 좃선당 쪽에서도 좋았을 테지...

그렇지만 얼마전 채장집 사범을 마도사 하누를 시켜 비겁하게 습격한 것은 본좌를 더 이상 참을수 없게 했소..."

당황한 얼굴로 깟재가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오"

사실 강호에서는 하누가 채장집에 감행한 비열한 공격 뒤에 깟재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깟재는 이 점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강준마니의 표정이 엄숙히 변했다.

"내가 그 사건을 조사해 보던 중 현장에서 특이한 창을 하나 발견했소,
거기엔 우장창(愚將創)이라고 쓰여 있었소,
우장창이 당신이 아끼는 무기란 것은, 전 무림이 다 아는 사실이오. 이래도 발뺌을 하겠소?"

깟재의 눈앞이 암담해 지기 시작했다.

'이자가 이렇게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줄이야...'

"그렇지만, 굽힐 순 없다."

"그건 북쪽에 일성교가 있었기 때문이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악의 무리 아니오.

그들에 비하면 내가 따랐던 박통, 본인운, 수태우 등이 훨씬 선하지 않소?

"인간은 능력 면에선 차이가 크지만 도덕성에선 다 비슷하오, 단지 위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의? 세상에 정의가 어디있소?
힘이 바로 정의이고, 정의가 힘인 것이오.

"인간은 이해 관계의 포로요,
누가 감히 이해 관계를 부정할 수 있소?"
"당신네들이 말하는 건 위선일 뿐이오.

"박통, 본인운, 수태우는 강했던 사람들이오,
당연히 그들은 칭송 받아야 하는 이들이오."

"천재는 자신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자기 생애를 던지는 영웅적 기질의 소유자요"

"따지고 보면 무림의 영웅은 그대와 같은 사람들이 잡아 죽였소,


깟재의 말을 듣고 있던 강준마니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싸움 잘 하는 좃선당의 행동대장인 당신은 영웅이오? 허허 어떻게 세상에 도덕이 없을 수 있단 말이오.

"그대는 일성교주가 극악이라 했지만 본인운 같은 무리는 극선이라 칭송했소, 그대의 기준에 따르면 일성교주는 본인운 보다 훨씬 더 오래 자신의 문파를 이끌어 왔던 더 강한 영웅이고 천재요,

당신이야말로 공삼단인지 의심스럽구려.'

"그간 좃선당은 스스로 무림 정파를 참칭하며, 박통, 본인운, 수태우 같은 이들이 무림성녀 민주화(民主花)를 강간할 때 그것을 옆에서 고무찬양 해 왔소,

거기에 더해 소위 정파의 소임을 저버리고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무림에 불고지해 강호를 어지럽혔소

이래도 좃선당의 죄가 없소?"

"일성교가 독재하고, 힘없는 이들을 괴롭히면, 무림맹도 똑같이 그래야 하는 거요?

당신은 툭하면 본인운 수태우 박통같은 타락한 무림맹주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왔소,

그렇게 이해심 많은 당신이 굶어 죽어 가는 일성교도 들을 이해하는 데는 왜 그렇게 인색한 것이오?

당신들은 일성교를 비난하지만 실제로 당신들이 하는 짓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소.

단지 당신들이 그들을 욕했던 건 지금까지 전수해 내려온
수구기득권(手具旣得拳)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뿐이오."


깟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림에서 그가 누렸던 온갖 지위와 명예는 물거품이 되고, 자신의 삶의 의미가 부정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과거엔 당신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무림맹주의 지위를 놓고
소위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던
기명사미와 김데중이 싸우는 것을 보고는,
박통지도(博通志道)를 따르기 시작했소.
이것은 나의 잘못, 좃선당의 잘못도 아닌 그들의 잘못이오,"

강준마니가 고개를 저었다.

"제발 솔직해 지시오.
당에 충성해 일신을 이롭게 하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다고...."

깟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멍하니 쓰러져 있던 그는 삶을 포기한 것처럼 조용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 나는 그를 죽이거나 무공을 폐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선도하려 한 것 뿐인데.....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니 죽음을 준비하는가?

다른 사람도 다 자기 같은 줄 아는 모양이군..........'

강준마니는 땅을 파는 깟재를 측은한 눈으로 처다봤다.

'깟재도 어차피 좃선당이란 조직의 소모품일뿐...... 불쌍한 인간이지...'

순간 깟재의 몸이 사라졌다.

'아차, 그가 월간좃선에서 땅굴파기(波氣)를 꾸준히 연마해 왔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구나.'

강준마니가 정신을 차릴 때 쯤 어느새 좃선모까지도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강준마니는 깟재가 사라진 땅굴로 달려갔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그의 앞을 수십 인이 막아섰다.

강준마니의 눈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당신들은...."

강준마니는 어안이 벙벙해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의 앞에 선 자들 중 몇몇은 맨 얼굴로,
몇몇은 문화면(文化面)을 쓰고 서 있었다.

그 중엔 널리 알려진 이무녈과 같은 인사도 있었지만, 강준마니를 놀라게 한 것은,

앞을 막아선 사람들 중 태반이 약자를 보호하는 협객으로 지금까지 무림에서 칭송 받아오던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아니....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들이
조깟재 같은 악인을 싸고 돈단 말이오?"

"그러고도 당신들이 협객이라 자처 할 수 있소?"

앞에 선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들은 좃선당주의 부탁을 받고 여기에 왔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소."

강준마니가 물었다.

"아니 어떻게 좃선당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소?"

"좃선당은 강호 최대의 문파이고 명문 정파요. 좃선당도 무림맹의 일원인 이상, 그 쪽에 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소."

"어찌 정의로운 인물임을 자처하는 자가 좃선당의 편에 설 수 있단 말이오 좃선당이 무림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지 정녕 모르시오?"

강준마니는 허탈해 하며 깟재가 사라져버린 땅굴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준마니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좃선당이 저토록 강하게 버티고 있는 데에는
조깟재 같은 부하들 보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저들 용병무사들이 더 무섭구나,

난 채장집 사범이 당한 것을 보고 용병 무사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용병무사들이라야

이무녈, 송뽁, 정진숙 같은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저들이 저렇게 많을줄은..... 저토록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만 열면 도덕군자 같은 소리만 하던 자들이 어떻게 좃선당의 하수인 노릇을 한단 말인가. 저들조차 좃선당의 편을 드는데, 누가 좃선당이 무림맹을 말아먹고 있다고 믿겠는가.

저런 자들이 좃선당에 붙어 좃선당을 감싸고 도는 한
좃선당의 문제를 모든 강호인이 인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겠구나.

좃선당의 횡포를 없에려면 저들부터 먼저 좃선당에서 이탈시키는 일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좋소, 본좌 여기서 물러나리다. 하지만, 조사부께 다음에는 각오하라고 전해주시오"




'아! 박통의 파시수투공에도 꿋꿋하게 맞서시던 이영이 고수는 뭘하고 계시단 말인가?'
'창작과비평사(創作過批評寺)의 백낙정(白樂政)주지께서는 언제 선술(仙術) 수련에서 벗어나실 것인가?'

이분들만 나서 주셨어도
저들이 지금처럼 좃선당을 싸고 돌지는 못할 것을......'


다 잡았다 놓친 조깟재....
하지만 강준마니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간 힘들게 키워 온 인물과사삼(人物過私蔘)이 강호에 유포되고 있었고,

그에게는 자신이 공들여 기른 인물과사삼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인물과사삼에 대한 기대와 좃선당을 지탱하는 힘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인물과사삼사(人物過私蔘寺)로 돌아가는 그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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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지금껏 강호를 종횡하면서 무수한 이들을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올라 왔소. 어찌 그대가 감히 내게 대적한단 말이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편집장(偏執掌)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강준마니도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세를 가다듬고, 편집장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둘 사이에 십여 차례의 공방이 진행되었다.
조금전의 경공 시합에서 패배한 깟재는 맹렬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강호에 편집장이란 무공이 이름을 날렸다고 하더니 지금 보니 별 것 아니구려. 이것이 다란 말이오?"
강준마니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흠. 그렇다면 이걸 한 번 받아 보시오. 편집장(偏執掌) 의편지(義編指)란 것이오. 장법과 지법을 동시에 쓰는 것이라 만만치 않을 거요."

왼손으로 장법(掌法)을 오른손으론 지법(指法)을 사용하며 깟재의 공격이 거세졌다. 조금 전 까지 여유를 부리던 강준마니도 이제는 전력으로 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십 합이 지나갔다.

'신방고수 라더니 이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구나, 나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어찌 이리도 내공이 강하단 말인가? 무슨 영약이라도 먹었단 말인가? 경공과 함께 최상승 무공을 시전하지 않고서는 이자를 꺾을 방법이 없겠다.'



한 걸음 물러난 깟재는 몸을 뒤적거려 술병을 하나 꺼내 숨도 쉬지 않고 술 한 병을 비웠다. 주머니에서 꺼낸 술병을 마신 깟재는 갑자기 자신의 천막으로 뛰어 들어갔고. 조금 뒤 다시 나왔다.
천막에 그가 머물었던 것은 매우 짦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 그의 외양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눈빛 또한 특이하게 변했다.
그러나 더욱 특이한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머리엔 개가죽 투구가 씌워져 있었고, 파란 가죽옷을 입은 그의 등엔 빨간 망토가 메여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가슴엔 마(馬) 자가 수놓아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언제부터인가 육포를 씹고 있던 그가 질겅거리면서 말했다

"흐흐..이게 내가 박통의 무덤에서 찾아낸 내공 심법 하나인 음주후교련공(飮酒後敎鍊功)이오. 우리 몽골기마민족의 무공은 술을 먹었을 때 그 전투성이 최고조로 드러나지...
우하핫... 내 달라진 내 얼굴이 보이오? 이게 바로 술푸면이요."

술푸면.... 강준마니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몽골의 한 부족이 망할 때 족장의 아들인 깟재는 푸대에 담겨 다른 곳으로 보내져서 양 부모의 손에 키워졌다 했다. 그가 술푸면 이었다니....'

깟재는 아기 때부터 수레를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셌었다. 그러나 평소엔 그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위급할 때에만 술푸면으로 변신하곤 했었던 것이다.

강준마니의 머리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술푸면은 야비군(野卑君)이 훈련하면 밤마다 출몰해 길가소피누기(吉街小皮累氣)를 시전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했었다. 특히 힘이 엄청나게 강하고, 경공 또한 빠르다고 했지... 약점도 하나 있다고 그러더군,
글입허나입후(契入許羅入後)라고 했던가?
가까이만 가도 술푸면이 괴로워한다는 것이? 집집마다 벽에 글입허나입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술푸면의 행각이 지독하긴 지독했나보군.....
저 눈빛은 잘 때리기로 유명한 매의 도인(道人) 재패니(在覇尼)가 연성했다던 투시안(透視眼)이다, 저것으로 인해 예리한 안력이 있어야만 다룰수 있다는 선정보도(煽情寶刀)를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써올 수 있었구나......'


"몽골 기마 민족의 장점은 육체적 능력은 아니오. 지적 능력은 더더욱 아니오.
술을 먹었을 때, 전투 성이 극단까지 발휘되는 것, 그것이 우리 몽골 기마 민족의 진정한 힘인 것이오."

깟재가 강준마니를 향해 입김을 내뿜었다.
입김이 나가자 순식간에 주변의 풀들이 누렇게 떠 죽어가기 시작했다.

"흐헐~ 본좌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 이날 이때까지 이를 한번도 닦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소,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물만먹고도 이를 닦던 서생처럼 산단 말이오."

입김을 피해 물러서있던 강준마니가 말했다.

"내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싸워왔지만 그대같이 더럽게 싸우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그 야만성엔 할 말이 없구려...아니, 무림의 예절도 모르오?."

"허~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예절 같은 것을 따를 수가 있으리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경공심법 기마민족(騎馬民足)이 펼쳐졌다.

그동안 그가 강호에서 수많은 이들을 암습하고도 살아남은 것은 그가 펼치는 이 기마민족이란 경공이 워낙 탁월한 것이 큰 이유였다.
당주의 명령에 따라 일을 저지른 뒤 빠른 발을 이용해 좃선당의 보호망 뒤로 숨어버리면
감히 그를 해칠 이는 없었던 것이다.


기마민족(騎馬民足)을 펼치면서 깟재가 점차 강맹한 외공을 쓰기 시작했다.
장풍을 날리며 깟재가 말했다.

"이것이 한자혼용(漢字混龍)께서 창안하신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한자실력(漢字實力)이오. 하하, 어떻게 받아낼 것이오?"

연거푸 수합을 밀리던 강준마니가 타자치기(打者治氣)를 빠른 속도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수세에 쳐해있던 그가 외마디 기합과 함께 손가락으로 지풍을 쏘기 시작했다.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타자치기(打者治氣)
한자실력(漢字實力)과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가 부딪히면서 반탄력으로 인해 둘 다 서너 걸음 바깥으로 밀려났다.

한자병기에는 약점이 몇 가지 있지만 특히 정보화(情報花)가 만든 빠른 타자치기와는 극성의 무공이었다.
깟재의 수련이 깊어 강준마니의 반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그의 한자병기(漢字倂氣)는 번개같이 펼쳐진 타자치기(打者治氣)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둘의 대결이 펼쳐진지 어인 한 시간 가량 지나가고 있었다. 좀전의 대결이 워낙 격했기 때문인지 둘 다 밀려난 자리에서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까 전부터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좃선모는 지루함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빨리 싸움 구경을 끝내고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좃선모가 침묵을 깼다.


"아, 쉬나요?"


가뜩이나 싸움도 안 되는데 제자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자, 깟재는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깟재가 입을 열었다.

"강사부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제자 놈 버릇을 좀 가르치고 오겠소이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좃선모 쪽으로 돌아선 깟재는 선모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내 너를 가르친지 어인 삼년, 천하 영재라 믿고 제자라 삼았지만, 너는 높이뛰기 하나 빼고는 나를 만족시켜준 적이 없었다.
내 너의 이런 점에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술들을 전수해 주어 너를 일류 고수로 만들려 했었다. 무공 수련 이외의 시간에 골이하나 객잔에서 일하게 해 준 것도 나였지, 그렇지만 넌 나를 실망시키는 구나, 벌을 받고 반성하고 있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깟재는 선모의 팔에 붙어 있던 마(馬)자 표식을 떼어내 흰 부대에 집어 넣었고, 선모의 허리에 메여있던 칼을 떼어냈다.

"이 마(馬)자 표시와 지금 떼어낸 무직비도(無職飛刀)는 본 사문의 징표다. 네가 죄를 뉘우칠 동안 내가 관리하겠다. 네가 진정 네 죄를 뉘우친다면
저 백마(白馬)부대에서 표식을 꺼내도 좋다.무슨 벌을 받을 테냐?"
선모는 말을 하지 못했다.깟재가 다시 물었다.

"받고 싶은 벌이 뭐야?"
벌벌 떠는 선모의 입에서 조그맣게 "기스....." 란 소리가 나왔다.

"오냐 네가 네 벌을 결정하다니, 장하다"
선모의 뺨에 귓싸대기가 올려붙여졌다.

술푸면의 힘인 만큼 약할 리가 없었다. 선모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뺨을 때린 깟재가 말했다.

"비록 스승에게 버릇없이 군것은 네 잘못이지만 네 스스로 네 죄를 뉘우치고 받을 벌을 정하다니..... 역시 내 제자 답구나.
........................
.......................
난....... 니가 조아.."


얻어맞고 난 좃선모는 어안이 벙벙했다.

'기(氣)쓰지 말고 때려달라고 한 걸 스승님이 잘 못 들으신 것 같구나. 아프긴 하지만, 화가 풀리신 것 같으니, 살았다..흐흐..'

깟재는 다시 강준마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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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두 인영이 저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청년과 중년의 사내였다.
해 뜨는 시간까지 가만히 좌정해 있던 중년인이 갑자기 일어나 길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그의 몸의 이동에 따라 길바닥의 온갖 오물들이 닦이기 시작했다. 이웃동네까지 굴러갔을 무렵에서야 그는 몸을 일으켰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이니라."
청년이 입을 열었다.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 이라면..."
"수 십 년 전 무림 맹주셨던 박통께서 창안하신 무공이지." "이것을 익히면 길을 가다가도 괜히 한 번 굴러 길을 넓혀버리고 싶어지고
멀쩡한 남의 집 지붕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이 얼마나 위대한 무공인가, 허허.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적을 추격해 쓰러뜨리고 그들 소유물을 독차지하여 그 여자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그을 말을 빼앗아 타고다니고 그 여자들의 몸을 침대와 베개 삼아 노는 것 이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일세."

"그 말씀은...혹시 20여 갑자 전 최고의 무공으로 강호를 휘저으셨다는 진기수간(珍技樹刊)께서 하신 말씀 아닙니까?'
"그렇지.......그 분이야 말로 우리가 익히는 무공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분이야..."
"우리의 할 일은 그분께서 만들어 놓으신 무공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막씨수도(幕氏修道)를 척결하고 밖으로 일성교를 무너뜨리는 것이지."

"그렇군요...하지만 원래 무공이라는 것이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착하게 살기 위한 수양의 한 부분이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요..."

순간 중년인의 안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느 누가 그런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
무한 경쟁이 자연의 법칙이고 이것이 바로 야성(野性)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야성을 소유한 사람이 투쟁에서 강한 것은 승부에 철저한, 정직한 정신 자세 때문인 것이다. 위선명분 인정 도덕은 그의 행동을 제약하지 못한다."

극도로 흥분한 중년인의 모습에 겁먹은 청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의 이 체력과 정신력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단련되고 조직이란 그릇에 담기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비축하는 것이지. 야성의 본질은 경쟁과 자연스러움이다. 인공적 환경에서 살다보면 이 야성을 잃게 된다. 자연스런 생활 태도가 중요한 것은 인간을 인공에서 벗어나게 하여 투지 직관력 본능 등 야성을 되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가, 자네도 나와 같이 야성을 찾아보지 않으련가?"
"좋습니다. 저도 그 야성을 찾아보겠습니다."

중년인은 좋은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내 평생 나의 제자가 될 만한 이를 찾지 못하고 해메다가 드디어 천하의 영재를 내 문하에 두는 구나. 자넨 이제 내 밑에서 내가 평생 익힌 절학을 배우게 될 것이야

허허....저기 저 중원에 가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나타내는 비석이 하나 있지
탈래토대왕비(脫來土大王碑)
혹자들은 그걸 일러 탈래토비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고 하더군 그 비석이 있는 곳에 가면 뭔가 새로운 무공을 익힐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가도록 하지..."

중년인은 기분이 좋은지 어느새 청년을 목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달리기를 보고 웃음을 지었지만
청년을 메고 달리는 중년인이 월간좃선의 수장 조깟재라는 것과
위에 탄 청년이 후일 골이하나 객잔의 삐기가 될 청년 좃선모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어인 3년의 세월이 흘렀다.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한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닌 듯한 이상한 모습... 수레바퀴를 손발로 굴리는 듯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속도는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초원을 한참 달렸을까? 거대한 장막이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장막 앞에 선 그는 소리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본좌 강준마니, 조사부께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원하오."

장막의 문이 열리고 속바지 차림의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 같이 사라졌던 그 중년인과 청년이었다.

"그대가 우리 당을 공격하고 있다는 강준마니인가? 본좌 지금껏 무공을 익혀오며 어떤 이의 도전도 받지 않았건만 감히 노부에게 도전하다니...

무림맹주가 절라도인(節羅刀人) 김데중이 되었다더니 세상이 많이 변했소이다."
폭도왕초가 무림맹주라....허허....무림맹이 이제 일성교에게 넘어가려는가... 여하튼 그대같은 젊은이가 겁 없이 도전을 하다니 그 객기 매우 갸륵하오,
이 역시 몽골기마민족 다운 기개가 아니겠소."

"허나 그렇다고 그대와 무조건 무공을 겨룰 만큼 한가한 노부가 아니요.
우선 그대의 경공을 시험해 보겠소."

조사부라 불린 사내는 청년을 시켜 말을 한 마리 끌어오게 했다. 말위에 올라탄 그가 말했다.

"말 탄 본좌와 경공을 겨루어 이길 수 있다면 무공을 겨루어 드리리다. 이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오 어떻소?"

"좋소 한 번 해 봅시다"

강준마니는 자기가 지금껏 타고 온 이상한 수레에 올라 탔다. 막대기에 두 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이상한 수레였다.

"이상하게 여긴 중년인이 물었다. 그것을 뭐라고 하오?
"강호에선 이것을 자전거(自轉車)라 부르지요. 경공에 쓰는 보조 기구요."

"하하... 그 정도로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가소롭구려.. 그럼 달려 보리다. "
시작이란 말도 없이 중년인과 말은 쏜살같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강준마니는 그의 자전거를 끌고 비틀비틀 나아갔다.

'후후... 감히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사랑하며 아껴왔는지는 우리 당주님도 아시지 그래서 내게 친히 애마부인(愛馬夫印)이란 도장까지도 하사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나 방심도 잠시였다. 절반정도 거리를 지나올 무렵

어느새 강준마니는 그의 옆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속도를 낼 수가... 당신이 타고 있다는 그 자전거의 내력은 무엇이오?"

"본좌의 자전거를 강호에서는 내습호(內習戶)라 부르지요.'

"처음 듣는 이름이구려...하지만 본좌의 천리마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오" 중년인은 갑자기 일어나 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후후...말을 타는데 있어 우리 몽골인은 등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울 수가 있지
이 자유로운 손으로 말의 목을 조른다면......말이야 죽든 말든 내가 이길수 있다.'

깟재에게 목을 졸리는 말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어느덧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깟재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 때 그의 눈 앞을 스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강준마니의 자전거가 그를 앞서 먼저 결승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우째 이런일이...우째 이런일이..."


강준마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이 자전거의 전 이름이 무엇인지 아오?" "나의 내습호는 과거 삼천리라고 불렸지....하하...당신의 말은 기껏해야 천리마 밖에 안되지 않소?"

"당신은 말 탄상태로 일어설 순 있지만, 그 정도론 당신의 내공이 증진되는 것이라 할 순 없소, 하지만 이 내습호는 타면 탈수록 양기를 보태준다는 설도 있고..
잘만 타면 최고 역사(力士) 변강세처럼 된다고 하더이다."
..........

"좋소 본좌가 졌소." "어디 무공을 겨루어 봅시다."

깟제가 말에서 내려오며 기마자세를 취했다.
둘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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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애사(有愛寺)는 원래 상업을 주로 하는 종교집단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세력이 미치는 곳은 상업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었다.

'골라골라'라는 그들의 붉은색 현판은 몇 몇 곳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에나 걸려 있었고
이러한 현판들은 곧 그들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되었다.

유애사는 모든 품목을 취급하는 상인들로 알려져 있으나,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무기판매가 그들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장 대표적인 무기가 과거 무림대전 때 등장했던 맥아도(麥芽刀)였다.

당시 원자단과 함께 그들의 최고 병기로 여겨지던 맥아도는 이승마니의 요청에 의해 파견된 미국군에 의해 그 위력을 떨쳤다. 미국군이 이것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특히 허리 베기에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했다고 한다,
맥아도를 한 번 쓰면 왠만한 무사 1000명은 죽어난다 하여 맥아도의 사용을 인천살육(人千殺肉)이라 묘사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이 모습을 본 하누 아버지 이승마니는 미국군의 무공과 맥아도에 매료당해 무림보물 중 하나인 군사주권(軍司主拳)을 아예 미국군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전장 뒤로 도망쳤었다.
이 일로 인해 수십년간 무림맹이 유애사의 하부기관이란 소리를 듣게 될 줄 이승마니는 몰랐던 것이다.


유애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외딴 섬에 창건된 조그마한 문파에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무림들이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비하면 유애사의 전통은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유애사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던 것인가.
유애사의 창건 당시 세계 강호를 주름잡던 문파는 양국왕(揚國王)이 이끌던 양연방(揚鳶方)이었다.

그러나 양연방은 잇달은 싸움으로 인해 그 소모가 극심했고, 특히나 일갑자 전 히두라가 이끄는 도길군단과의 싸움으로 인해 거의 파탄의 지경에 이르러 이름만 남았던 것이다.

이 때 유애사 또한 싸움에 참가했으나, 근거지가 전장과 멀리 떨어진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망하기는커녕 엄청난 실전 경험을 쌓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섬에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막강한 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후 유애사는 솔연군이 이끄는 솔연방(率然方)과 양대 문파로 세계 강호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실상, 솔연군의 공력은 유애사에 의해 과대포장된 것이었고, 유애사가 강호의 실질적인 최강 문파 였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것을 평가하는 이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이후 솔연군이 주화입마하고, 솔연방이 붕괴된 뒤부터는 유애사가 내놓고 강호를 지배하게 되었다.

유애사는 수 십년간 강호의 패자로 군림하며, 자신들의 본업인 무기제작과 판매에 열을 올렸다. 무림대전 이후 그들의 최고 병기중 하나인 맥아도는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이들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인해, 맥아도보다 훨씬 강력한 병기가 탄생한다.













허리우도.....




허리우도는 이전의 맥아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무시무시한 병기였다. 맥아도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사용하던 미국군이 여러 전투에서 내상을 입자 자신들이 직접 나서 싸우지 않고 무기만 팔아도 되는 허리우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허리우도에는 그것을 한번이라도 사용하면,
그 사용자가 무의식 중에 유애사의 뜻에 따르게 되는 특이한 힘이 있어 유애사는 이것으로 자신들에게 반발하는 세력들을 없에나갔다.

이러한 목적으로 허리우도가 강호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침해하는 일이 생기자 각 문파에서는 허리우도를 사용하는 일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눈치 챈 유애사는 하부기관인 시장개방(市場開方)을 움직여 각 문파가 허리우도를 억지로 쓰도록 강요하기 시작했다.
시장개방은 허리우도를 판매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상술을 썼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끼워팔기 였다.
'허리우도를 익히면 자신네 내공인 나이기(羅異氣)를 전수해 준다.'
'맥도날도(脈道捺刀)를 하나씩 공짜로 준다' 를 내세워 판매하는 방법이었다.

여기에 영업상인들을 파견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가장 우수한 영업상인이 비구니인 대주니(岱主尼)였다.
대주니는 허리우도를 써서 고수가 되었다는 사람들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허리우도를 광고했는데, 그 때 거느리고 다닌 이들이 람보(覽甫)와 검한도(劍恨盜) 였다.
이들은 몸에 허리우도 뿐 아니라 그 자매품 맥도날도(脈道捺刀)를 차고 다니며 위세를 과시하고 다녔다.

그들의 말인 즉, 맥도날도가 비록 끼워파는 일회용 병기이긴 하지만 맥아도의 맥을 이은 막강한 병기이고
자신들은 그러한 칼을 씀에 있어서 언제나 정의의 편을 드는 도날도덕(道捺刀德)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처럼 이들이 스스로 도덕을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람보, 검한도는 술만 먹으면 횡포를 부리는 못된 습성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허리에 차고 다니는 수타어주(樹打御酒)를 먹으면
눈에 뵈는 것이 없어져 내공을 자기 멋대로
포수(砲手)라 칭하며, 악행을 여기저기서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강호에서는 람보와 검한도만 보면
'재 온다이'를 외치며 사람들이 도망다녔고, 이러한 그들의 외침이 조금씩 변해 나중엔 그들의 출현을 알리는 외침이 '재다이'로 변형되어 불렸다고 전해진다.

허리우도의 보급에 재미를 붙인 유애사는 모든 무림인들이 허리우도를 쓰도록 대련의 규칙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무기를 쓰지 않는 싸움은 엄금했다. 그러나 레슬링과 같은 대련에서는 무기는 정말 불필요한 것이었고, 여기에 허리우도의 판매 저하를 우려한 유애사는 레슬링을 불허하는
'不許 레슬링'이란 규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허리우도를 통해 무림을 재패하려는 유애사의 야심은 끝이 없었고, 거기에 선정보도를 들고 가장 열심히 쫓아다닌 무리가 역시 좃선당이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별로 사랑스런 일을 하고다니지 않는 유애사가
왜 유애사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단 말인가?
그들에게 愛란 개념은 육체적인 면에 상당히 치중한 것이었다.

그래서 유애사의 풍속은 상당히 성(性)적인 면을 강조했고, 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포주를 제자로 거두고 있었다.
대표적인 포주들의 회의가 앤배회의였는데
여기의 수뇌역할을 하던 인물들이 '앤아파할', '애무앨배,' '앤에취할'과 같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선정적인 이름의 승려들이었다.

주지의 이름이 꼴린돈임을 보면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랴...........

꼴린돈은 여자 좋아하기로는 어떤 위인이 열녀 좋아하는 것에 비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여자를 밝혔다.
얼마전에는 자신의 친척 누이인 숙희와 부적절에서 정을 통한 사실이 강호에 알려져 망신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당시 꼴린돈이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자신의 소문에 진노한 꼴린돈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외부에 이러한 일을 퍼뜨렸다고 결론짓고, 주변 인물들을 조사했다.

결국 소문의 근원지가 자신의 경호대에 있던 특별검사(特別劍士) 수다(授多)의 수다 였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홧병으로 주화입마해 사경을 해맸으나,
유혹상원의원(誘惑上院醫員) 희라리(喜羅利)의 진료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


꼴린돈은 비록 여색을 밝히기는 하나 허리우도와 같은 무기수출에 있어서는 온건한 축에 속하는 인물이었고,
그의 정적이던 '징그럽지' 보다는 일성교와 무림맹의 화합에 긍정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꼴린돈에게 타격을 입는 것은 유애사의 극우파(極右派)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고 여기에 좃선당과 중앙당이 선정보도를 꺼내들고 한 몫 거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이러는 중에도 유애사가 판매하는 허리우도를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는 노력들이 있었으니...
허리우도가 가지는 약점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허리우도는 그 이름과 같이 허리 위에서 쓸 때 위력을 발하는 무기였다. 허리를 구부리고 그것을 사용하면 효과는 커녕 되려 피해를 보기 쉬웠다.
그래서 허리우도를 쓰지 않으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허리를 수그리는 시전하는 무공이 개발되어 조금씩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유애사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고,
강호의 규정을 이용해 이것을 막으려 했다.
이렇게하여 강호에 또 하나의 웃지못할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었으니.....

싸울 때 수그리는 것도 불허한다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힘없는 이가 당하는 곳이 강호인 것을........이렇게 강호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유애사가
스스로 군사주권을 가져다 바치고 자신들의 부하 노릇을 하다시피 하던 무림맹이 일성교와 통합해 독자적인 세력을 만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유애사 외에도 족발이가 이끄는 '신사(神寺)'와 장골아(掌骨兒)가 이끄는 차인회(差人會)와 같은 주변 문파들도 무림맹의 통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러한 외부의 문제와 무림맹 내부의 문제들........과연 무림맹과 일성교의 통일은 올 것인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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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강호에서는 좃선모에 대해 말이 많았다.

좃선모...

그가 좃선당의 광고모달(廣告謀達)이 된 뒤로 그를 비난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좃선모를 비난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광고모달이란 직책은
실상은 골이하나 객잔의 삐끼이고,
좃선당은 좃선모의 백치같은 순진한 이미지를 이용해 많은 젊은이들을 자신의 객잔에서 투숙시키며 풍기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좃선모가 매수검(買受劍)을 차고 다니면서 말하기를 자기는 매일 아침 골이하나 객잔에서 아침을 맞는데 무공을 익히기에는 골이하나 객잔이 최고라고, 길가는 이들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하였다고 한다.

무림의 규칙상 객잔에서 무공을 가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불공정 거래행위로 간주되었고,

이로 인해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좃선당과 좃선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좃선당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좃선모에 대해서는 그의 과거를 추측하는 여러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근거는 그가 호객행위를 하면서 메들리로 부르는 노래였다.

첫 번째 노래가 골이하나 객잔에 두 해 투숙한 기념으로 부른 노래 '두 해 본' 이었다.


'걘 차는 거니
어떻게 쥐내는 거야
나 없다고,
안 불고 그러지 않니

매일 끈 속에 잡혀와
죄 잘 대던 너
요즘은 왜
보이지 않는 거니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네게
잡을 수 없을 만큼 더 멀리 갔니

니가 없어도 나 잡을 수 없어
괜히 너 심술나서 반항한거지

삐라가 내리면 그늘 뒤에 숨어서
니가 읽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만 하는 내게

이러지마 불 수 없다고
쉽게 날 잊을 수 없는 니가 아닌걸 잘 알잖아.....


얼핏 들으면 남녀상열지사를 다룬 노래같이 들리나
과거 선정보도를 들고 설치던 이들이 서퇴지(暑退之)를 공략할 때 들였던 청력의 십 분의 일만 쓴다면 이러한 가사가 들린다는 것이다.

이 가사의 출처는 과거 고문기술자(古文技術者) 이그난이 기술한
고문서(苦文書)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했고, 항간에는 좃선모가 이그난의 제자가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얼마 뒤 두번째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 좃선모를 보고는 그가 이그난이 아니라
이무녈의 제자라는 설이 나돌았다.

이것의 근거가 되는 것 또한 노래였으니.......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시나 무 세'

네 속엔 뇌가 너무도 많아
당최 내 쉴 곳 없네

네 속의 헛된 바램들로
당최 내 편할곳 없네

네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최 내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네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심한 가시나, 무 속 깠나?

바람만 피면 그 매 마른 것이
홀로 처가 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른 쇠들도
바가지 씌워 긁어대고

바람만 피면
긁고 또 긁으며
바가질 긁던 날이
많았는데....

네속엔 뇌가 너무도 많아
당최 내 쉴 곳 없네


제목부터 느껴지는 가부장(家父掌)의 느낌.....
좃선모가 이무녈의 '공자강시환생술(孔子糠 還生術)'을 따라해 과거 어느 시인이 쓴 시의 초장을 마음대로 바꿔
이러한 '리마이구(裏魔異句)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그난의 제자이든, 이무녈의 제자이든
좃선모가 극우파의 제자임은 이렇듯 확실한 것으로 보였고,
이러한 점을 들어 좃선모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좃선당과 같은 극우파들이 과거 서퇴지(暑退之)의
노래를 거꾸로 들어가며 그를 악마의 자식이라고 선정보도(煽情寶刀)를 들고 설치던 것을 생각하면 좃선모는 몇 배로 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들어 좃선모를 공격하는 것은
좃선당의 수법과 똑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 그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좃선모는 단순히 돈을 받고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일 뿐....그간 좃선당이 행해온 악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순진해 보이는 청년의 이미지를 이용해
낡아빠진 골이하나 객잔의 호객행위에 나서는 것까지 막아선다면 좃선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툭하면 '내가 안한다 그랬잖아' 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인 점이 동정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그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트렸던 것이다.

소수 의견으로는
강호에 좃선모를 흠모하는 여인네가 많기 때문에 그를 공격했다가는 그들을 모두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십대판굴업(十大販屈業)
이라는 무공을 익힌 그들은 좃선모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싸울 수 있는
강력한 그의 후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좃선모는 그들을 바탕으로 인기가수(人氣歌手)란 장법을 터득했다 전해진다.
게다가 그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그가 나오기 전 까지 잘 나가던 투로투쌍절((鬪老鬪雙絶).....
내박자(內拍子)와 태준아(太俊兒)가 합동으로 펼친 투로투(鬪老鬪)를 발라도(鉢羅刀)로 물리치고 임비씨(林妃氏), 애수비(哀愁妃), 계백숙(桂魄淑)같은 미녀들과 같이 살게 되어
'미녀랑살어(美女郞殺御)'라는 별호까지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좃선모의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좃선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일들이 두 정상의 만남에 의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록 자세한 상황은 알려진 바 없지만 둘이 만나 손을 잡았다는 것 만으로 강호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소식이 무림맹주가 돌아온 뒤
모든 곳에 알려지자

그간 강호의 분열을 획책하던 좃선당 뿐 아니라

강호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던
주변 열개 강호에서도 경계의 눈초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강호의 통일은 주변 강호와의 세력 판도의 변화를 예상케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서역 강호 최강문파 유애사(有愛寺)와
유애사의 직속 양기부대(陽氣部隊)의 수장 미국군(米麴君)은 이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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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대립된 두 집단의 화해가 추진된 계기는 역시 무공에 있었다.

막수의 무공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 졌으나
그 자체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신공 실현의 욕구와 대립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무공연마에는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막씨수도만을 편향되게 익히면 그것을 익히는 자의 몸과 정신의 부조화가 기혈을 흐트려, 무공을 익히던 이들이 점점 말라가는 야기시켰다.

과거 강호를 호령하던 솔연군이 이로 인해 죽음을 맞고,
그의 큰아들 로서아(老西兒)조차도 공력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솔연군의 의형제였던 중공군(衆功君)까지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막씨수도만을 익히던 과거의 수련방법에서 벗어나
점진개방(漸進開方)을 중심으로 다른 무공들을 받아들이는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성교가 예외일 수가 없었다. 다른 막씨수도와 달리 일성교 신도는 그간 모두가
귀순대사가 기른 주체사삼(柱體沙蔘)을 복용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더욱 컸다.
여기에 몇 년 간 기근이 겹치면서 한 해 수십만 씩 죽어간다는 소문이 횡행했다.

이 소식이 강호에 전해지면서 같은 무림동도였던 무림맹이 나서 일성교 신도들에 내공을 전해
그들의 기혈을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 그들을 도와 주어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막씨수도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의 기운을 가진 내공이 필요한데
그래서 나온 무공이 강한 양(陽)의 내공인 태양신공(太陽神功)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좃선당과 이해창이 이끄는 딴나라단 이 반대하며 나섰다.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의 최고 경지인
흡성대법(吸城大法)으로 일성교와 맞붙어 싸워 그들을 힘으로 누르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흡성대법은 일성교의 공삼단을 흡수할 수 있는 무공이라고 하나
이것으로 다른 성질의 내공을 흡수하면 체내에서 내공들이 각각 부조화를 일으켜 결국 흡수한 쪽에서도 주화입마에 이르는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러한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은
흡성대법과 같은 류의 무공인 수구기득권(守舊旣得拳)을 익혀놓은
좃선당, 딴나라단과 같은 무리들뿐이었다.

그러나 이해창을 물리치고 무림맹주가 된 김데중이 좃선당과 딴나라단의 일관된 방해에도 불구하고 태양신공을 연마하고 일성교쪽에 내공을 전한결과 양쪽의 일인자가 만나는 오늘에 이른 것이다.


대한항공(大韓航功)을 시전하며 일성교가 있는 북녘 땅으로 날아간
김데중의 눈에 수많은 인파들과 그 앞에 선 한 인물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 낮익은 얼굴......일성교 이대 교주 김증일 이었다.
경공을 마치고 내려서는 김데중을 몸소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좃선당이 그간 이들의 만남을 막기 위해 퍼뜨린 소문은 태양신공의 내공만 받아 먹고 김증일이 김데중을 철저히 외면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예상을 깨고 2대 교주 자신이 직접 나온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그가 시전하는 진정한 무공을 아무도 본적이 없다는 일성교주.....

일각에서는 그의 무공이 형편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데중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만만치 않은 공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하들과 함께 상대방을 친히 맞이하는 모습은 과연 일파의 수장다운 모습이었다.

몇 마디 인사말이 오가고..
무림맹주와 일성교주는 나란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경공을 시전하던 중에 일성교주는 연장자인 김데중에게 먼저 두어 걸음 양보했다. 의아해 하는 얼굴들에게 일성교주가 입을 열었다.
'허허... 공삼단에도 예절은 있소이다.'


일찍이 좃선당이 말해오던 일성교주는 밤에만 수련을 하는 성미가 괴팍한 인물로 예절이고 뭐고 없는 사람이었다.
그 아버지와 달리 무공실력도 형편없기 때문에, 2 인자인 군부(軍夫)의 끊임없는 도전에 시달린다고 좃선당은 주장해 왔다.
도참사상으로 이름을 날리던 인천(人天)사의 전직 주지 김학중은 그가 교주가 되면
3년 내에 일성교는 패망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대 교주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별로 없지만,
그는 소시적부터 지법과 칼을 쓰는데 능하다고 해
일찍이 교내에서 지도자(指刀者)라 알려져 있었다.
그간 좃선당은 이점을 이용해 그의 무공을 단지 지법과 도법에 한정시키면서 그를 하수라고 폄하해 왔었다.

거기에 오늘 그가 신고 온 신발은 경공을 단련시키는데 쓰이는 높은 굽의 신발이었다.
이 신발을 신으면 보행이 더뎌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도 그는 여유롭게 자신의 경공을 과시했다.

그간 좃선당은 일성교와 무림맹의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 교주의 무공을 깎아 내렸다.
일성교주의 무공이 강하다는 말을 하는 것 만 으로도 좃선당에 의해
일성교 신도로 의심받기 일쑤였다.

일성교주가 검술, 지법 뿐 아니라 식권(植拳)까지도 연마했다는 말을 하고 무림맹주가 좃선당과 딴나라단에게 공격당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자리를 통해
그가 경공까지 뛰어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그간 강호의 물을 흐리며 승승장구 하던 좃선당의 앞날에도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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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 노인이 무거운 얼굴로 걷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그의 몸에서는 무림인의 채취가 흠뻑 느껴지고 잇었다.
작은 보폭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그의 발걸음마다 수십년 무공을 갈고 닦은 흔적이 묻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현행 무림맹주 김데중이었다.

'노부가 강호에 나온지 어인 수십년...
이번에 가는 곳에서는 감히 목숨을 장담 못하겠구나.'

그의 머릿속에는
거의 일갑자 이전의 일이 된 무림대전이 떠올랐다.



무림대전.......
같은 무림 동도로서 왜 그토록 미워하고
싸워야만 했던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김데중은
비행 경공 대한항공(大韓航功)을 시전하며
일성 교주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일성교,,,

일찍이 이 갑자 이전 서역에 한 고수가 나타났었다.
그의 이름은 막수(幕手)....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났으나
가정을 버리고 무공 연구에만 정진한 이였다.

그는 무학의 본질을
'부를좋아' 하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공의 평등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그가 개발한 무공이
이런 저런 초식을 다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손을 휘두르는
막수(手)였던 것이다.

이런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생겨나면서
강호에서는 그들이 막씨의 도를 따른다 하여
그들을 일러 막씨수도(幕氏修道)라 불렀다.

막수는 자신의 제자들을 가르침에 있어
그 내공의 경지를 삼단계로 나누어 지도했다.
공삼단(功三段)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강호에 알려지면서
막수와 그 제자들은 공삼단(功三單)이라 불리게된다.

막수가 생전에 거둔 성과는 미미했으나
그의 사후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이들이 속속 늘어나기 시작하며
공삼단의 세력이 점차 성장하였다.

급기야 공삼단에 솔연군(率燕君)이란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강호의 판도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당시 강호세계는
파시수투공(波施樹鬪功)을 익힌 희두라(姬頭羅)가 이끌던
도길군단(道吉軍團)이 휩쓸고 있었다.
족발이(足發夷), 무솔리니(武率離尼)등과 손잡은 도길군단은
파죽지세로 무림계를 짓밟기 시작했다.


피에 주린 이들을 막는데 있어서는
고수건 막수건 편을 가를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참여했다.

솔연군은 도길군단을 자신의 장원에서
한빙신장으로 격퇴해 그들의 예봉을 꺽었고,

자본주인(資本主仁)의 도를 따르는
미국군(尾菊君)은 도길군단을 상대하는 한편
과학자(科學子)가 만든 원자단을 복용하고
단 두 번의 출수로 족발이를 제압했다.

이렇든 커다란 강호의 공적을 제압하기 위해 두 세력이 손을 잡았으나
승리의 성과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들은
마찰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 때
본 소설의 무대가 되는
동북아(東北亞)강호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놓고 솔연군과 미국군의 마찰이 빚어졌다.

그간 족발이의 식민지(植民指)에 시달리던 강호에
족발이의 몰락은 꿈에 그리던 것이었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군과 솔연군이 들어와 자기네 끼리
강호를 나누어 갖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한시적으로 일어난 것이었지만 곧이어
막수의 도를 따른다는 일성교(日星敎)가 솔연군의 비호아래 등장해
북쪽 무림을 장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맞서 남쪽 지역에서도 미국군의 비호를 받는
이승마니의 자유단(自由單)이 들어서고
삼팔성(三八省)을 경계로
강호는 졸지에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일들은 무림인들의 희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힘센 외부의 고수들에 의해 나뉜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갔다.

그러나 강호인들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외부고수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분열된 상태로 강호는 한 차례 대전을 치루었고
두 무림은 서로 증오하며 반 백년을 지내던 터였다.


여기에 이러한 분열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좃선당과 같은 무리들은 강호의 영구적인 분열을 획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터전을 앗아간 일성교에 원한을 가진
이들은 군발이(軍發理)의 도를 따르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무나 공삼단이라고 뒤집어 씌웠다.

무림대전을 통해 공삼단에 대한 증오를 배운
무림인 들은 좃선당의 계략에 휘말려 이성을 잃고
죄없는 이들까지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했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좃선당은 자신들의 세력을 점차 불려나갔다.

좃선당은 공삼단에 대한 증오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여러 수단을 부렸다.
특히 잘 써먹은 방법이 막수를 익히면 괴물이 된다는 소문이었는데
그들이 소개한 공삼단(功三段)이란 이렇다.
막수를 익히면

제1단계: 얼굴이 빨개진다.
제2단계: 뿔이 돋아난다.
제3단계: 늑대인간

강호가 분열된지 어인 50여 년
공삼단이 어떤 것인지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렇게
좃선당이 유포하는 공삼단의 공포는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여기에 그들이 심심하면 조사해 발표하는
일성교의 과장된 군세와
공삼단(功三段)과 이름이 비슷하다 하여 콩사탕 먹기를 거부하다 죽은
콩사탕 소년 이순복 설화는

박통과 그의 제자들인 본인운(本人雲), 수태우(水苔雨)
같은 악인들이 무림맹주 노릇을 하며
강호를 말아먹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제 이러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서로에 대한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무림맹주 김데중이 직접 나서 일성교 2대 교주를
만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반국가단체(反國家團體)로 만들어진 몸을 갖고 있다고 전해지며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만이 그를 상대할수 있다고
좃선당이 주장하던 베일에 싸인 2대교주....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신비의 인물

그를 만나러 떠난 무림맹주의 운명은?

계속..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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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국해우원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원래 국해우원이 하는 일은 강호 사람들이 익혀야 할 무공을 만드는 것이다. 즉 국해우원을 뽑을 때는 각자 자기가 익히고 싶은 무공을 잘 쓰는 이를 뽑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것이다.

권법(拳法)을 익히고 싶은 이는 권경에 능한 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고, 어려운 무공을 익히고 싶은 사람은 그런 이에게 쉬운 무공을 여러 사람이 같이 익히고 싶은 경우엔
거녕기리 같은 이에게 표를 던지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낙선자명단이 우원들의 선악의 구분을 해 줌으로써 더욱 나은 국해우원의 선발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소수만이 익힐수 있는 수구기득권(守舊旣得拳)을 익힌 이들은 이러한 형태를 왜곡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하려 했고,

거기다 여기저기서 반칙들이 성행하고 있었으니...
한사람이 무공을 보이면 다른 지원자가 기다리지도 않고 단위에 올라가 시전을 방해하고 싸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초식을 중시하는 규정상 비무대회에서 보일수 있는 내공은 단지 악수하기(幄手下氣), 연설하기(筵說下氣), 인사하기(人事下氣)정도,,,

그러나 수많은 이들이

불호가(不豪家)가 개발했다고 하는 향응제공(饗應祭功)과 돈주기(暾酒氣), 비방하기(誹謗下氣), 같은 위험한 내공을 사용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고발장(告發掌)까지 사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와중에는 피를 흘리는 이들도 많아 보는 이들을 애처롭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피들은 낙선자명단을 복용한 이들이 그 피를 통해 피 흘린 사람의 무공 내력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있었다.

여기저기에 널린 피와 후보 무사들의 옷에 묻은 피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병역기피'
'세금회피'
'철면피'
'소환회피'
'국회로대피'


같은 더러운 피들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눈에는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낙선자명단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것은 역시 강종필의 문파였다. 그의 제자들의 옷에는 가장 끔찍한 피인 '제이피' 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이피란 무당들이 '굿했다'고 하면서 남의 집에서 고기를 5일 이나 얻어먹는 오일육(五日肉) 이란 행위를 하면 생겨나는 가장 더러운 피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강호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좃선당에서
'지역감정(地域感精)'이란 약을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감정(地域感精)'
낙선자명단과 상극이 되는 약으로 먹으면 눈이 나빠져
이무공, 저무공 구분을 못하게 만드는 전설속의 약...

이를 만들기 위한 실험으로 죽은 인간이 많이 있어 좃선당원들이 머무는 객잔엔
'사람의 골(骨)이 하나 가득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던 터였다.
그리하여 그들의 전용 객잔을 '골(骨)이하나'라 부른다고 전해지던 터였다.

좃선당이 이 약을 퍼뜨리는 방법은 매우 특이한데
남쪽이나 북쪽에서 부는 바람은 몸에 나쁘다고 사람들을 우리가남이가(牛李家南異家)로 피신시키고 거기서 집단으로 중독시키는 방법을 썼다.
이러한 방법이 잘 먹힌 곳은 바닷바람이 심한 지역들이었는데, 각지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인해 지역감정에 중독된 환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지역감정 뿐만 아니라
좃선당은 여기저기서 자기들에게 부담스러운
이들을 직접 제거하고 있었으니,

남에게 선을 베풀기를 좋아한다하여 '남줘선(善) 이라 불리던 이석헌 도장이 좃선당에게 '니발갱이지(尼發更異指)'를 지원 받은 상대 후보의암습으로 국회우원에서 밀려나야 했다.


이렇듯 지역감정과 낙선자명단이란
두 약이 강호를 뒤흔들어 놓는 가운데

지역감정이 일으키는 전염병을 고치겠다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노준(盧俊)' 이었다.

노준(盧俊)......

당대 최고의 의원 라의태(羅義太)의 문하에 들어가 의술을 익히고.. 인술로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의원..... 무공에도 정통하기로 이름이 나있는 인물이었다.
더 많은 이들을 고쳐보겠다는 이상으로 나선 노준........



그에게는 같이 동문 수학한 스승의 아들이 있었으니... 그가 라도지(羅道地)였다.
어려서 여기저기서 많이 맞고 다닌 라도지(羅道地)는 특히 좃선당의 미움을 받아 좃선당의 수작으로 강호엔 이유도 없이 괜히 라도지를 미워 하는 사람이 많던 터였다.


노준이 지역감정을 다스리러 간 곳은 이미
'와에수(臥喪水)영감(令監)' 이라 불리는 기명사미가 지역감정을 무지막지 하게 퍼뜨린 곳이었다.

주변에선 가봐야 소용없다며 노준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준은

'지역감정 또한 사람이 만든 약이요.
약이 있으면 그 해약도 분명히 있을 터.
내가 그것을 찾고 말 것이오.'

라는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애초 그가 준비한 약은.
'정당명부식(政黨名簿食)' 이란 식단과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 와 '일인이표제(一人二票劑)' 였다.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를 복용함에 있어서 정당명부식(政黨名簿食)은 항상 같이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었고,
이가 여의치 않을 경우엔 일인이표제(一人二票劑)가 최상의 처방이었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것을 싫어하던 강종필은 길을 가던 노준을 습격했고,
강종필과 격전을 치루면서 모든 약재를 다 빼앗겨 버리고,
가장 약발이 떨어지는 '일인일표제(一人一票劑)' 만이 노준의 수중에 남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포기했을 터...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환자의 진료에 매달린다.

하지만 아무리 신의 노준 이라 해도 약재의 부족엔 어쩔 수 없는 법....

갑자기 환자들의 환후가 악화되어 열이 나기 시작했다.
'허~ 태열 이 있구료..'


태열(胎熱).......
결핵주사란 무사에게 내상을 입고, 주화입마 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군대안가(軍隊安家)에서 수년간 정양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마비된다고 하는 열!

태열이 발생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역감정으로 인해 눈이 나빠진 무림인들 에게서 노준은 가는 곳마다 라도지로 오인을 받았다.
'너 라도지?'
어디 쓸데없이 라도지 미워하는 이들이 한두명 이던가?

이미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겐 어떤 해명도 소용없었고 보답은커녕 쫓겨나는 신세에 놓이게 된다.


이 소식을 듣자 자신의 애제자 번지점부(番指店夫) 영도다리(靈都茶異)의 비무대회 탈락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던 와에수 영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실의에 빠진 노준....그의 주변에 그를 위로하는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특희 노준을 돕던 의녀는 이번 병의 치료의 실패로 '병에진아씨' 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지만
노준을 위로하기에 바빴다.

그 자리에 모인 몇몇 사람은 좃선당의 거짓 소문에 속아 지역감정을 먹은 환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노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 해서 어찌 환자의 몸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비통하게 젖어 있었고 얼굴은 굳어가고 있었다.
솩~ 하는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계속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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