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04월20일 두리한의원 홈피 >


공자가 그랬답니다. 나는 지금까지 먹는 것과 섹스를 좋아하는 것만큼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이어지는 말은 안회를 칭찬하는 말이라는데, 아무튼 섹스, 좋죠. 좋고 말고요.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섹스와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몇 꼭지의 좋은 글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섹스와 마찬가지로 좋은 글이란 것도 다른 이들의 평판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이들의 관람 하에 섹스를 나눠야 흥분한다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충족감이 우선이며,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내 자신의 글은 많지 않습니다. 섹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글쎄... 어떠신가요? 되돌이켜 생각해봐도 좋은 그런 섹스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지 않을 겝니다. 좋은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무작정 써내려간 것들이기 쉽습니다. 자료를 찾고 적당한 근거나 논리를 수색해서 억지로 짜낸 글들이 좋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들은 언제나 적당한 예증과 풍부한 글장식과 리듬을 탑니다. 섹스에서 리듬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입에서 휘파람이 불엊는 법이지요.

어제 늦은 밤, 대형 할인매장에서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렸습니다. 제겐 화를 낼만한 이유가 있었고, 해서 내가 쏟아붓는 화를 상대는 그저 수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아내는 내내 침묵했습니다. 아마 제가 쏟아내 부린 화의 크기에 압도당했을 지도 모를 일이고, 괜히 건들지 말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전 화가 나면 정말 무섭거든요.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입쇼. 내가 가끔 썼던 좋은 글들처럼 화도 마찬가지일 게다. 분노의 감정이 치솟는데, 그 감정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를 내는 데 절제가 있어야 하고, 기왕이면 유머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물론 깔끔하게.

좋은 글이나 좋은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달아오르는 고조기와 마무리에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운이 있어야 하며, 끝을 곱씹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쏟아붓는 글이나 배설을 위한 섹스가 공허한 것처럼, 화내기도 어떤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섹스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글쓰기는 고통이 전제되거나 수반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자기에게도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는 폭력적인 행위입니다. 김수영이 고백했듯, 갈비탕에 갈비가 몇 점 들어 있지 않다고 부리는 화는 자제될일입니다. 더 크고 멋진 화내기를 위해서. 글도 섹스도 절제와 온축이 전제되지 않는 것들은 무의미하다는 뒤늦은 감회가 드는 밤입니다.

제목이 갈수록 섹시해지죠? 내용도 없으면서 ㅋㅋㅋ.
평안하소서들.
낡모 드림.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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