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두 또는 두리한의원 홈피...(어쩌면 둘 다?)...에 올리신 글>

그렇지 않은 병도 꽤 있습니다만, 대개의 병은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역설이지만
아프다는 사실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무생물은 아프지 않습니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거나 오랜 노동으로 등이 결리거나 요추간판이 빠져나가 허리가 아프거나 실연을 당해 가슴이 아프거나 아무튼 아픈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당신이 아파하는 그 자체로 당신은 치료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겁니다. 수술은 잘 됐는데 환자는 죽었다면 대체 그 의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아픈 당신은 희망을 가지기 바랍니다. 아프다는 것은 나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니까.

병은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병은 기생체이고 환자는 숙주라고나 할까요. 숙주를 죽이는 기생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 우엇이 사람을 죽일까요. 그것은 두려움과 체념일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무당의 말을 듣는 환자는 고칠 수 없다고 이천년 전에 화타란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한 의사 용한 점쟁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환자의 마음상태는 그 근저에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고통이
지속된다는 두려움, 나는 나을 수 없다는 두려움.

체념도 사람을 죽입니다. 나는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체념이거나 나는 나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는 틀림없이 병을 악화시킵니다.
두려움과 체념은 지배자들이 대중을 길들이는 방식이지만, 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아픈 분들은 두려움과 체념이란
달콤하고 나른한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많이 알수록 병을 고치기 쉽고,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아픈 당신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것입니다. 자기를 믿으십시요.
의사를 믿고 신뢰하시되 그에게 전적으로 자기를 맡기지 마십시요. 병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의사는 당신의 치료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비슷한 길을 다른 이들과 함께 다녀본 겅험이 있는 자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길안내자일 따름입니다. 확률상 그가 권하는 신발이 최선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그 신발을 받아들 것인지를 결정하고 결국 신고 걸어갈 사람은 당신이지 제가 아닙니다.

평안하십시요.
낡은의자 드림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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