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8 우리모두

나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다. 국민학교를 다녔으니까..
아마 1, 2학년 때로 여겨지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짜장면과 라면을 먹으며 굉장히 행복한 한순간을 보낸 적이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우산을 쓰고, 학교에서 5~10분(지금, 다 큰 내걸음으로 말이다.) 정도 걸리는, 당시 살던 아파트 입구를 지나 입구에서 또 1분 정도 지나면 서 있는 상가 옆을 지나는데 어머니께서 우산을 쓰고 나오셨다.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환한 얼굴로 오셔서는 내 손을 잡고 상가건물 1층에 있는 반점에 데리고 가신 거다. (아님 내가 끌고 갔던가? 하여튼 가물가물한 기억이니......)
다른 건 기억에 없고^^ 굉장히 맛있게 7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는 것만 머리속에 남아있다.(그러타! 그땐 짜장면이 700원이었다. 계란도 있었고 오이도 있었던...얼마전 한 중국집에 들어가서 짜장면 시켰더니 노른자 긁어낸 계란 찐 게 턱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썩을.ㅠ.ㅠ)

또 한 번도 비오는 날에 집에 왔을 때였다. 긴가민가한 기억 더듬어 보면 1,2학년 때는 유난히 점심을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주로 해피라면, 거기 더해서 일번지라면. 그러고 보면 그 두 라면은 지금 생각해도 맛이 괜찮다. 다시 안 나오나...)
하여튼 그 비오는 날 어머니께서 계란 넣은 해피라면을 끓여 주셨는데 비오는 날 특유의 기분좋게 싸늘한(물론 몸상태가 좋을때 기분이 좋다는 얘기다.) 공기를 활짝 연 창문을 통해
느끼며 또 비오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그렇게 먹었던 따끈따끈한 면발과 국물(아마 김치도 옆에 있지 않았을까?) 맛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진수성찬이 안 부러웠던 '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성치가 [식신]에서 음식기업 회장 하다가 쫓겨나서 굶주리며 떠돌다 어느 포장마차 요리사(막문위)의, 대충 만든 음식을 먹고는 울먹이며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할 때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두 기억 덕분일지도.

하기야 내가 요즘에 내리는 비를 보며 따끈한 요리(가능하면 면 종류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그 최우선은 어머니가 아니지만(불효자식 용서하소서. 그래도 가끔은 생각합니다요.)
그래도 그 확실하지도 않은 기억이 못내 따뜻하다......또는 따뜻한 뭔가가 마음속에 있었으면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기억'하는지도.(역시나 기억은 기록을 대신할 수 없나보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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