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07 우리모두

오늘은 직장을 조금 일찍 나갈 계획이다. 안국에서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내려서 대한극장인가 하는 곳엘 가야겠다.
전에 가입해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에라~ 하고 가입해 두었던 먼 놈의 엘지 카드로는 예매도 안된다니
그냥 맨땅에 헤딩하기로 가서 좌석 남은 거 있으면 [살인의 추억]을 관람하고안 되면 비 맞으며 집에 갈 일이다.

(어째 내가 안국역 근처 - 다시 말해 인사동서 멀잖은 곳에 직장이 생길 줄을 나보다도 빨리 알았는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열리는 듯하던 솔로방 번개는 요즘들어 내리칠 일이 없다...비는 오는데 번개는 왜 안치나...나 미오하지 마세요.ㅠ.ㅠ)

하여간에, 극장에 가는 일 거의 없는(비디오로 때우는 것이 대부분) 내가 분위기만 엿보는 것이지만,
요즘 한국영화들 러시는 무서워 보인다. 독립영화 여성영화 등은 무지무지 과문하니 언급치 않더라도 상업영화라고 나온 것들 - 보리울의 여름, 살인의 추억, 질투는 나의 힘(박해일이여~~~!), 지구를 지켜라, 와일드 카드 등이 다 '괜찮다' 이상의 반응을 얻을 것 같아 보여서이다.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에서 기대만큼 해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해서 없는(?) 형편에 있지만 요새 괜찮다는 영화 한 번 보자 하는 마음이 요즘들어 부쩍 들고 있지만, 그런 나를 발목잡는 머리속 한구석의 외침이 있으니

"혼자가면 궁상맞잖아."였다.

사실 며칠 전에 후배랑 [살인의 추억]을 보자고 약속을 해 놓았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인지라 열심히 알아보는데(사실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일이나, 인터넷 정보검색에 서투른지라......) 아뿔싸
후배가 가고 싶어하는 영화관이 우리가 약속한 전날까지만 [살인의 추억]을 상영한다는 것이 아닌가. 으으 관객 100만 돌파하려는 영화를 벌써 내리는 무뇌아적 영화관이여.....
하여간 그래서 약속이 깨지고는, 보고싶었던 그 영화를, 이제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안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에 잠겨 또 며칠을 보내버린 것이다.
머...모 영화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love seat 완비' 운운하는 공지글도 올라오고 있으니, 혼자는 궁상맞다는 내 생각이 사회의 통념(?)에 어긋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간다. 보고싶은 영화가 있고 틀어주는 영화관이 있다는 생각만 하련다.
옆에서 인간들이 영화를 보든 영화를 빙자한 연애사업을 시행하든 간에. 막말로[살인의 추억]은 열심히 보고 싶은 - 그렇다고 능력도 안되는 평론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 영화이고, 
열심히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관에 혼자 앉아서 '같이 온 사람' 신경쓰지 않고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거다.

궁상이고 뭐고 매우 보고 싶고, 같이 갈 사람 없으니, 그냥 혼자 가서 보는 걸로 결론이 난다. 이 간단한 결론을 내기까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언제쯤 세상의 시선에 코방귀를 날릴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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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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