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8 우리모두 쟁점토론방

안녕하세요.
저도 님처럼 '별 일이 없으면 하루 한 번' 정도는 우리모두에 들리는, 눈팅에 가까운 우리모두앙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눈팅이라 하지 않고, '눈팅에 가까운'이란 명쾌(?)하지 못한 표현을 쓴 것은, 최근 들어 "말리자"라는 아이디로 우리모두의 "커뮤니티 게시판 글 올리기 기능"에 국한된 관리자 노릇을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님이 올린 [명계남 / 가끔 여기 오십니까?]를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안티조선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 는 님의 열의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억울하게' 공격당하는 명계남 님의 처지에 대한 님의 의분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주로 입만 나불거리는(그리고 요즘 들어선 그것조차 별로 하지 않는) "눈팅형(?) 우리모두앙" 중 하나인 저에게 님의 글 부분부분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못하는 음식 조각처럼, 그렇게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글을 쓸 자격, 올릴 필요성, 떠들어대야 할 절박한 이유 따위가 나 자신에게 있는가 하고 따져보다가 그렇게 따지는 건 포기하였습니다. 아니, 포기라기보다는 그닥 그런 것들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냥, 님이 쓰신 글 대목 대목에서 제가 의문스러워 하는 것과 불편해게 느껴지는 부분을 가지고 한 번 여쭙고자 합니다.
너무 불쾌하다, 불편타 여기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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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이 없으면, 하루 한 번은 우리무두에 꼭 들리는 네티즌입니다.
어줍잖은 글이지만 내키면 장문(?)의 글도 한 번 씩 올립니다. 그런 제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오늘...뜻밖의 얘길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였습니다.

"야...우리모두에 명계남이 떳다메...."

저로서는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우리모두에 적을 둔 지 한 이년 정도 되었는 데, 명계남 씨의 글을 우리모두에서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설, 추석 명절...일주일에 한 두 번의 거나한 술자리...상가집 방문...등의..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세어보니 장난이 아니군요^^)하곤 우리모두 빠돌이를 자처하는 저인 데...일 년에 한 두 번 우리모두에 올까말까 한 녀석으로부터 명계남이 우리모두에 출몰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얌..마 꽁 까지마라......"
비웃듯이 내 뱉었었지요.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잖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에 와 검색 란에서 <명계남>이란 이름 석자를 쳐 보았습니다.

허이구...

허이구...

정말로 명계남 님이 글을 남기셨더군요...
그것도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셨더군요....

단지 아쉬운 것은...
소위 논객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예의 책상머리사고방식으로 님을 훈계하셨더군요...
참...우스운 일이지요....

님에게 쓴소리(?)를 남기셨던 그 분들의 진심을 저는 곡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해하려고 합니다. 님이나...님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주셨던 그 분들이나....그 선의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제 스스로 님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앞장서 안티조선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입만 살아 나불거리는 제 자신을 이런저런 님을 향한 글 속에서....그대로 발견했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으면서....그냥 심심풀이 땅콩 처럼....별 시답지 않은 글을 갈기면서...딴엔 "안티조선"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 처럼 여겼으니깐요.

저는 지식인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지식인들에게 의존하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근성(?)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
이미 알고 계시리라 짐작이 가지만, 맑스의 일화 하나를 인용하겠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단에서 설명하던 맑스에게 누가 항의섞인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지요. 지금 집회 한 번 더 결합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가 하고...... 맑스는 - 그냥도 아니고 책상을 꽝 때리면서 - "무지는, 언제, 어디서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고 응수하였습니다.( 진보의 괴수(?)를 본보기로 들어 불쾌하셨는지?)

지식인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신다니, 제대로 된 아니 최소한 못된 짓은 안 하는 지식인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섭섭합니다.
제가 이런 입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식인에 대한 제 입장은 '지식인이란 개념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진짜 지식인 보기가 힘들다'는 정도입니다. 님은 지식인이란 개념 자체를 싫어하시는 듯 합니다만...

아울러 왜 지식인이 필요한가, 나아가 왜 지식이 필요한가에 대하여는
<동호회 - 교육이야기터>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에 제가 퍼올린 [오성철, 그람시의 교육론-인간해방을 위한 지식교육]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적어도 일부나마, 혹은 일면적으로나마, 지식인이 그렇게 버릴 것들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까 하여 감히 추천합니다.
>>>> 


그런 제게...
명계남 님은 참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사람입니다.
별로 얻을 것도 없는 "안티조선" 한다고....
유형무형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안티조선"을 위한 님의 열정을 지켜봐 와서 그렇단 말입니다.
내가 낸 데 하는 넘들 다 빠진 오늘의 세태를 되돌아 보건 데 더욱더...그런 생각이 듭니다.

안티조선 한다고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그 가운데서 분기탱천 안티조선을 끈을 놓치지 않는 님이야 말로 진정한 "안티조선맨"이십니다.

입만 나불거리는 제가 님을 보면서 반성에 또 반성을 하는 것으로서도 님은 충분히 귀감이 되고 남을 분이십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좃선이 제자릴 찾는 게 먼저냐?
진보정당이 제자릴 찾는 게 먼저냐?


>>>>
묻겠습니다. 진보정당 한다고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상근자로서 돈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제외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진보정당 평당원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주체가 안티조선, 진보정당으로 바뀔 뿐 상황은 그들(? 이런 식으로 구분해야 할지도 의문입니다만, 일단은...)도 님과 마찬가지가 아닌지요.
제가 '하필이면 진보정당을 걸고 넘어지는' 이 대목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이어 쓰겠습니다.
>>>> 


저는 단연히 전자의 입장입니다.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힘의 만분지 일의 투자해 안티조선을 한다면...
그리하여 좃선이 제잘릴  찾는다면 누가 애써 막아도...자연히 진보정당은 자리메김할 것이라고요....우선 순위를 두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관점에서 보자면...
님이야 말로...진정한 진보주의자요....합리적인 시민이요...참다운 지식이란 것입니다.
그 방향을 알고 뒤돌아 보지 않고 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님에게 이런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쓸데없는 말이지요. 이글 전체가 어차피 제 개인 소견인 것을...), '진보정당 건설이 먼저냐 안티조선 참여가 먼저냐?'라는 질문의 틀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아이들 괴롭게 하는 질문이 가지고 있는 틀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로서는 님과 생각을 달리 합니다. 진보정당 건설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저로서는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자는 각자의 선을 추구하면 되지 않겠는가(덧붙여, 수구파/극우파 세력에 빌붙지만 않는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상존하지 않는가) 정도의 흐리멍덩한 생각이 제가 지금 가진 생각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티조선을 제반 사회운동(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감만 잡아 주시길)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진보정당을 비난하는(물론 진보정당을 비난하는 게 님 글의 주된 요지는 아닌 듯합니다만) 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2001년 - 제가 우리모두 싸이트에 출입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 당시에 숱하게 볼수 있었던, 방명록이며 묻고답하기 게시판(옛게시판)의 질문과 답이 연상됩니다.

-질문-
"왜 안티조선만 해요? 안티한겨레는 왜 안하지?"
"안티조중동을 해야지, 안티조선은 너무 협소하지 않소?"
-답-
"님 하고 싶으면 하시지요. 사안별로 적절타 생각되면 연대할께요."

바로 우리모두에서,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이 우리에게 가해지는 비난/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님은 아니신가 봅니다. 님은 연대가 아니라, 안티조선 깃발아래 모든 운동세력이 종속/동원되는 모습을 꿈꾸고 계신 듯 합니다. 잘못 보았습니까?

만일 어느 진보정당 사람이 님의 요구에 대하여 "님 하고 싶으면 하시지요. 사안별로 적절타 생각하면 연대할께요."라고 대답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반론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합니다.
>>>> 


명계남.....

뒤늦게 님의 글을 발견하고 두서없이 몇 자 적었읍니다.
행여...최일선에서 좃선제자릴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님과 같은 분들에게..
별 씨덥지 않은 책상머리사고방식으로 어줍짢은 훈계를 늘어 놓은 분들의 글에서 제 자신을 발견하였기에...진심은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남겨 봅니다.

님의 말씀처럼...
안티조선과 안안티조선은 그 종자가 다릅니다.

아무 생각없이 주는 데로 처 먹는 데 익숙한 돼지세끼들과...
잡혀 목이 따일지언정 우짜던지 우리를 박차고 나가고자 하는 돼지쎄끼들이 우째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님은 정당하고 정의롭습니다.
때문에 님은 승리하고 안티조선 모두는 승리할 것입니다.
모쪼록...
좃선이 제자릴 찾는 그 날까지 무운건승하시길 멀리 부산에서 빌겠습니다.


>>>> 
그렇군요. '종자'가 다른 것이었군요. '쳐먹는 데 익숙한 돼지새끼'들이었군요.
안티조선을 반대하는, 혹은 유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할 수 있는, 만에 하나 들어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를, 이유가 님에게는 그저 상종 못 할 인간들의 묶음으로 보이셨군요.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이야기입니다. 
나는 정의의 전사 / 너는 내 일을 방해하는, 그러므로 악당 / "너도 사람이냐?!!(버럭!)"......

저는 이런 식의 생각의 틀 자체가 싫었고 이런 식의 생각의 틀을 대량생산하는 주범으로 조선일보를 지목합니다. 제가 안티조선을 비록 눈팅과 말발만으로나마(그닥 뛰어난 말발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지지해 오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그 무엇'(그것이 사유의 방식이든, 모종의 세력이든, 이러저러한 전근대적 행태이든 간에)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영역이 축소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자체가 제가 원하는 전부가 아닙니다. (조선 폐간운동 같은 경우에는 아예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그 문제점을 공유하여 나가는 것이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그 무엇'을 줄여 나가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비판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선일보적인 것들'에 물들게 된다면 안티조선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님이 명계남 님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에 대하여는 별 감정도, 반론도 없습니다.
그러나 명계남 님을 옹호하고 지지하기 위하여 하신 말씀 몇몇은 자꾸만 '목구멍에 걸립'니다.
하여 뒤늦게나마 두서없는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참고로) 진보정당에 대한 저의 입장은...... 호의적입니다.
저는 저 자신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진보/좌파의 영역은 너무나 협소하며, 그러기에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념이 무엇이든 간에 진보/좌파의 성장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호의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진보정당이 잘못하는 점들을 예로 드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00%무균질한 존재가 현실에 있다고는 저는 생각치 않습니다.
(써놓고 보니, 역시나 '진보정당'을 '안티조선'으로 바꾸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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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ichiren
,
조언이 필요해;;;;;; 20030711 우리모두

내 동기 중에 '쿨한' 내지는 '스마트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리가 없을 동기 녀석이 하나 있다.
학번 모임이랍시고 대학 졸업까지 한 놈들이 두세 달에 한 번씩 볼 때도 
회사일 바빠서 늦긴 하지만 어지간해서 빠지지는 않고, 둥글둥글 사람을 아주 잘 대하는 그런 친구. 예를 들면...상대방이 좀 절실한 부탁을 해올 때에도 그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거절할 줄 아는(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님), 
사람 대하는 데 있어서 비상한 친구이다.

근데 어제 전혀 예상 못했던 제 3자(동기와 나 둘 다를 알고 있긴 하지만)에게서 
"XX 오빠가 '창사랑'에 있었던 거 아세요?"란 말을 듣고 무척 놀랐었다.


왜 놀라는가 하면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거(특히 정치/사회 문제)를 잘 말하는 편이다. 학번 모임쯤 되면 더 그렇다. 한 번은 "김대중 정권이 역대 최고로 부패한 정권"이라는 또다른 동기 하나랑 투우사랑 투우처럼 씩씩댄 적도 있고...

문제의(?) 동기 녀석은 원래 그런 대화에는 잘 끼지 않는 편이긴 하다.


하여간 창사랑 회원이었단 얘길 들으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 한 마디도 안 한 그런 행동방식이 '둥글둥글'의 비결이었던가..."
"그에 비하면 난 너무 처세란 거 신경 안 쓰고 막 살고, 막 말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 만한 놈이니깐 다른 상황이라면 말도 하고 그랬을 것을 나 있는 자리라 자기 생각도 표현 안하고 그런 거 아닌가?"

등등.
절대 그런 게 아닐 텐데도 왜인지 뒤통수 맞은 느낌이며, 미안한 느낌이며....그런 게 들었다.
다음부터 그녀석과 마주 앉으면...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아니아니, 이게 벌써 일종의 가식 아닌가.......친구 사이에 이 무슨...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뒤엉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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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뿔] [re] 조언이 필요해;;;;;;내 경우에는


제 주변에는 보수적인 인물들이 많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그렇고, 자란 동네가 그렇고, 그러다보니 친구가 그렇고, 저 역시 특별히 진보적인 인간인 건 아니고, 될 수 있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는 힘을 쓰지만, 그 합리라는 것도 매우 소극적인 의미의, 그러니까, 내 삶에서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범위에서의 합리적인 사고에 만족하고 삽니다. 

대개의 친구들은 아주 보수적인 층들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아주 둥글둥글하게 삽니다. 

한달이면 한 두 번, 이 먼 일본까지 전화하는 둘도 없는 친구는 상당히 보수적인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지난 대선 직전에 전화했을 때, 남편은 회창이를 지지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친구는 제가 노무현지지를 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도 대견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친구는 여직껏 한번도 투표한 적이 없으나, 이번에는 아들이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고하니 학습의 일환으로 투표장에 데리고 가고 싶은데, 누굴 찍을까하는 얘기였습니다. 남편은 당연히 회창이를 찍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라고, 낄낄거리면서 말입니다. 몽준이를 찍으라면 찍겠는데, 왜 도대체 무현이랑 손을 잡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제 친구의 생각입니다. 회창이를 찍는 것은 사회내 주류의식이 강한 남편의 성향이 불만인 친구의 감성과 비교적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반하는 것이라 꺼려지지만, 무현이를 찍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는 보수층의 고민이지요. 

물론 저는 둥글게족이다보니, 왜 무현이를 찍는 것이 당연한가를 사회정의차원에서 설명하지 않고, 왜 무현이를 찍기로 했는지 슬슬 얘기하고는 끊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혹은 요번에도 투표를 안 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그런 거 아닐까요? 


만약에 말입니다. 

시만님의 그 친구분이 시만님이 전혀 몰랐지만 사실은 노사모회원이었다면 시만님은 어떻게 느끼셨을까요? 

제 친구는 아주 감정적인 저보다 더 합리적인 인간입니다. 

전체의 이익과 자기의 이익을 비교해서 전체의 이익이 자기의 희생에 비해 크게 플러스가 되는 사안이면 주저 없이 양보할 줄 아는 합리성, 거기다가 단지 희생적인 인간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이 자기의 희생의 크기에 비해 별로 플러스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누가 뭐라해도 단호히 거절할 줄 아는 과단성도 갖춘 인간입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역시 과거에는 이렇게 합리적인 친구가 이념지향성이 보수적인 것에 대해 의문을 갖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향이나, 이념, 사고방식, 이런 것들이 항상 한 방향으로 조합되어 인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남편과 결혼한 것은 남편이 한국남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남자, 제가 가장 그 이념지향성을 신뢰하는 제 남동생조차도 극복하지 못하는 폭력의 내재화를 경험하지 않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인 것이 저에게는 커다란 위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매우 보수적인 인간입니다. 남편의 부모님보다 더 보수적입니다. 남편의 어머니와 저는 전화로 수다를 잘 떠는데, 대개는 남편의 갑갑한 성격에 대한 험담입니다. 

저는 이념지향만큼이나 삶의 태도, 사고방식(이념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생활양식이나 방법적인 면의 사고), 몸에 밴 감성이나 습관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의 보수적이고 갑갑한 태도는 개인주의적인 남편의 사고방식에 도움 받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간혹 정말 불편할 때에는 제가 큰소리로 지랄지랄하면 남편이 삐져서 좀 침묵한 후에, 하루쯤 휴전기간을 거쳐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Posted by taichiren
,

개 달리다

옛적끄적인글 2011. 12. 31. 12:19

20010503 우리모두 - 개 달리다
당시 나온 일본영화 제목으로, 서울대 안티조선 모임 홍보작업에 관한 추억----------------------------------------------------


1000부 리플렛 뭉치는 약간, 무겁다. 좌우 어깨 바꿔가면서 메고 간다.
7시 30분부터 다니는 셔틀버스를 여유있게 타고, 셔틀버스가 서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벤치를 찾아 앉았다. 
우선 겉옷부터 벗고, 안티조선 반팔 티셔츠가 드러나게 하구, 리플렛을 미리 접기 시작했다.

7시...50분, 좀 일찍 왔구나, 싶다가도 셔틀이 녹두거리와 봉천동 서울대 입구역에서 도착하고, 리플렛 접는 사이에 일군의 사람들이 지나가면 못된 내마음 어느새 조급해져 버린다.

제작이 쪼끔 틀렸다......오른쪽부터 읽어가야 하는 해괴한 사건 발생
(나중에 참이슬 님 말로는 인쇄사 가서 값을 깎을 수 있는 핑계라나...)

강병한 오고, 둘이 접다가
7시 50분에 깨어나 달려온 아흐리만과 내가 드디어 셔틀을 향해 나선다. 중앙일보사에서 나온 광고용 연습장을 돌리는 형님 및 누나(?)와
사이좋게(??) 선전을 하게 되었다.

틈틈이 마음은 어제 돌려받았던 레포트에 적힌 선생님의 코멘트에 머물렀다가 또 어제 아흐리만이 한 말 "소크라테스 나온다는 소설 언제 쓸 거예요?" 를 지나, 
언제쯤 글다운 글을 여보란 듯이 쓸 수 있을까 하는 데에 미치고 이게 아직 나에겐 막다른 골목이다.

생각은 생각대로 흘러가면서 리플렛 돌린 경험은 몇 번 있어 잘도 광고말씀(?)을 주워섬기며 버스 문을 통과하기 바쁜 이들의 시선과 시간을 잠시 빼앗아본다.
"안티조선 서울대모임 2차 리플렛입니다."
"조선일보 왜곡보도 관련 리플렛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언론,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입니다."

주말에 자보는 어떻게 붙일까, 일요일(하필이면!)까지 내라는 숙제는
어찌할까, 머릿속에선 잘도 다른 영화가 틀리고 수원에서 왔으면서도 늦어서 미안하다는 참이슬 님, 고맙기만 하고, 지리학과 언론학회 손재홍 님 오시면서 이제, 한 셔틀에 두명씩 중앙일보사 쪽 판촉원들껜 죄송하지만, 형세가 이젠 앞선다!

내리는 사람들 중엔 아는 사람이 서넛. "수고해." 어깨 쳐주고 가는 사범대 동기 놈. 웃으면서 받아가는 꽈후배.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아예 눌러앉아서 리플렛 접어주는 졸업한 형.

의예과 2학년 분 역시 웃으면서 미안하다 하고, 나타나 리플렛 접는 것 도와달라고 말하고 병한이 옆에 데려간다.
(병한이는 특유의 말빨로 그분을 압도하였을까)

리플렛 돌리고, 다 떨어지면 접힌 리플렛 받아오고
그러다가 잠시, 떨어져 있는 벤치에서 리플렛 받아오는 사이에도 셔틀들은 잘도 오고 나는 신나라고 달린다. 혹 버스가 세대째 와 버리면
또 글로 신나게 달린다. 외친다......

그리고 이젠 익숙해졌다 싶은데도, 그냥 피해가는 사람들 앞에선
간사하게도 야속하다. 나또한 급한 시간에 날 붙잡는 리플렛들을
은근히 짜증스러웠던 적이 있는 주제에.
그러나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막나가는 세상은 더 짜증나니깐.
그래서 감히 지나가는 학우들을 귀찮게 해 본다.
귀찮게 사람들 쿡쿡 찌르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그 모범이었다고,
또 딴생각에 빠져 보면서.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지나고, 약간 남은 리플렛은 아흐리만과
손재홍 님이 각각 학생회관 식당이랑 사회대에 좀더 뿌려주기로 하고 
각자 갈길을 간다(대부분 수업 아니면 근무).

다음 일은? 자보문안 병한이가 조금 고치자는데 어디를 어떻게 손댈까? 이미 뽑아서 붙일 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토요일날은 작업하고, 일요일날은 숙제를 웹으로 띄워야 되고
그리고...일요일날 자보도 붙여야 하는데.

월요일은 암호명 개떼들의 합창을 공지하였고. 대동제 얘길 해야 한다. 속으론 걱정, 입으론 한숨.
그래도 최루탄 속에서 뛰어다닐 내 친구들 생각을 하며
내 고민을 사치로 규정하려 애쓰고
오늘도 한 건 끝낸 것에 기뻐하며 1교수 수업으로 향한다.

대학가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불안 내지는 기대.
그리고 청년우리모두 게시판에 글을(공지 혹은 후기)올릴 때면 드는 생각.
고등학교 이후 사회에 나온 네티즌들이 이 게시판에 와서
말을 하고 싶어도 마치 "대학생 우리모두"인 듯한 게시물들에 미리 실망해 버리진 않을까. 뭔가, 새로운 공간의 창출이 제기 되었으면,,,하는 뜬금없는 불만들이 일어나고 일단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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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너무 우울하게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의식 흐름이 들어가 그리 되었으니 지나치게 의식치 말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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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모두 20010211 


방장님, 부방장님께 허락까지 맡아놓고 쓰는 허접글.....자~ 기대 마시라 콧물없인 볼 수 없는 타이치렌의 문화편력기(여기서 과장)!

  일본만화(및 만화영화)에 대한 나의 선망은 중학교 때 늘 하교를 함께 하던 친구가 들려준 "Z건담 이야기에 빠져들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 방송에 넘치는 그 많은 만화들 거개가 일본만화란 것도 그때 알았다.
  거타고 내가 마니아 수준으로 굶어가면서 만화책 사 모으는 등의 열정을 보이지는 못하였으며 지금도 그렇다. 다만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으면 작품 구해 보고, 평론가들의 만화편력기 같은 책도 훑어보고 하는 편이라. 지극히 객관성이 결여된 진술밖에 되지 못하리라.
  그럼에도 평론가들의 해설, 신문기사 쪼가리, 나의 경험 등을 합해 보자면, 일본의 만화제작자들 신화구조 차용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웬만큼 하면 모르겠는데, 내가 본 대다수(좀 애매한 표현이긴 하군) 작품들에선 참으로 질려버릴 만큼 신화차용이 잦았다. 스토리 구조며 주요 등장인물, 작품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도구 등에 신화의 아이템을 갖다붙이는 것이다.
  내가 보았던 코믹스(일본식 분류. 단행본 형태 즉 만화책) 몇 가지만 훑어보아도.......진저리난다. 나가이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FSS)" - 주인공은 일본 시조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이름을 갖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너무나 방대한 구상의 작품이지만) 주이공의 직간접으로 얽힌 세 인조인간(?)은 그리스신화 운명의 3여신 -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 들이다. 뭐 더 찾자면 많다. 내 경험으로는 서사성이 강하고 흥미추구를 중시하는 만화들이 신화를 많이 차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해적판으로 맹위를 떨친 "공작왕"도 그 일례가 되겠다. 아직 미완결된(혹은 우리나라에서 미출간된 것일래나) 시미즈 레이코의 "월광천녀" 역시 일본의 고대설화인 '죽순아씨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는다.
  애니메이션(코믹스에 상대되는 개념. 만화영화) 쪽에서도 그런 증거는 질릴 정도로 많다. 당장 우리나라에 개봉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작품 자체가 '묵시록적'이니 뭐니 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작품 전반부에 '예언'이라는 형태로 나우시카의 영웅적인 행위를 복선에 깔고 있다. 나우시카란 이름 자체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누구라는데........기억이.........불성실한 필자에게 돌을 날려 주시기 바란다.
  그라고 나를 일본만화의 세계로 이끈 건담과,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보자. 건담은(그리고 하나의 제목으로 장기방영되는 만화영화들은 대개) 원전과 외전으로 나누어지는데, 원전은 건담의 작가들이 오랜 시대에 걸친 일관성을 가지고 제작하며, 외전은 원전이 제공하는 시공간적 배경에서 비교적 소규모로 주제 면에서나 소재 면에서 약간의 외도를 하는 '소품'격 작품들이다. 헌데. 내가 사랑하는 이노무 건담이야말로 신화상의 명칭 빌려오는 데 도가 텄다!
  원전에 속하는 1년전쟁 이야기에선 '지온'이라든지, '목마'라든지, 지중해연안 신화에서 가져온 고유명사들이 보인다.(단 지온이란 국명은 이후 오래가면서 신화차용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지지만). 후기 원전에 속하는 V건담 이야기는 힌두신화의 이미지들을 차용하는데, 주인공 두 사람(것도 매우 어린 애들이다....)중 여자애 이름이 시바인 부인 이름인 샤크티인 걸 알고 또 함 놀랐다. 정작 시바는 없는데,,,,,이건 나의 궁금증이다. 그리고 작품 내 등장하는 군사조직, 전투함정, MS(다른 만화에서라면 로봇이라고 불러버리는 것. 그러나 로봇은 엄밀하게는 직접적인 조종자 없이 사전 입력된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며, 건담 같은 것은 모양이야 어찌됐든 전투기의 일종인 것이다. 현재의 개념만 갖고 말하자면) 등에는 "반드시" 힌두어임을 느끼게 하는 이름들이 있다. 또 외전 중 하나인 "GUMDAM 0083 - STARDUST MEMORY"에는 영국 및 북유럽 계의 고유명사들이 등장한다. MS들을 탑재하는 우주모함에 알비온(영국 본토인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북부 스코틀랜드의 옛 이름은 칼레도니아, 남부 잉글랜드는 알비온이라 불렸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고 '칼레도니아'를 찾다가 시리즈 끝나도록 칼레도니아가 없어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낀 적도 있다(물론 순전히 내 착각이다. 외전제작자들이 나으 기대를 수용할 이유는 없으니). 그리고 0083이라는 작품 내에는 관함식이라는 군사 행사가 있는데,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의 대사를 빌려 그것이 영국왕이 처음으로 행하였던 데에서 유래하였음을 가르쳐준다.
(헛차, 이건 신화가 아니고 역사잖은가!)
  건담에 버금가는 로봇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이 역시 동명으로 몇 개의 연대기적 작품들이 있다) 중 시대적으로 맨 첫작품에는 '바르키리'라는 이름의 변신 전투기가 있다(울 나라에서 그거 표절해서 스페이스 건담 V 만들었지롱). '바르키리'가 뭔가 했더니.......북구 오딘 신화에 나오는 12명의 신녀집단 "발퀴리"였더라. 아. 일본인의 외국어 발음이여........ 마크로스 2라는 90년대 초반 작품에선 여주인공 이름이 이쉬타르로, 길가메쉬는 없었지만, 이것은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느끼며(일련이라고 느낀 건 나 뿐일지도 모른다) 은근히 부풀어오르던 모종의 기대가 있었는데.............
  내 기대를 채워준 것이 안노 히데아키 / GAINAX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던 거시다.....!...... 각설하고, 우리시대 최고의 신화로 기독교신화말고 달리 무어가 있으리요. 푸하하, 허나, 반쪽의 만족.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사해문서 같은 경외서 쪽의 이미지 및 아이템을 차용하는 쪽에 기울었었다. '사해문서'자체가 작품속에서 주요한 소도구였고. 신,구약 같은 원전(하긴 이건 힘들긴 하겠다.....)을 정식으로 파고들기에는 20분짜리 시리즈물 26부로는 짧았다고........이해한다.
  신약의 일부인 "요한묵시록"은 아예 전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인용되었으니(그리고 비교적 교양이 짧은 내가 기억하는 최근의 성과는 움베르토 에코 교수의 "장미의 이름"이다) 빼야 할 것이다. 내 능력이 - 안 그래도 모자란 글 쓰기에도 벅찬데 - 도저히 안 미친다.
  일본의 경우 대중소설에서도 신화차용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먹은 소설인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도 그러하다. "은하영웅전설"은 이전의 소설인 대망을 SF식으로 '번안'한 소설인데, 그 안에는 2대 정치 / 군사적 대립세력과 1개 상업자치국가의 대립, 모략이 춤추는 곳이다. 특히 2대 갈등세력은 언어 및 항성계 명칭부여에 있어 독일어/오딘신화 대 영어/중근동지역신화 라는 대립구도를 가진다. 명칭만 그러하다는 것이다. 구조는 앞서 말했듯이 대망의 구조를 따라간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또 하나의 소설 "로도스 섬 전기"는 작가가 아예 다신교적 신화체계를 만들어낸다.

  이상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마 나는 우리나라 만화 쪽을 더 모를 것이다(절대 일본만화를 잘 안다는 것도 아니고). 뭐 "녹색전사 해모수" 같은 만화가 나오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시도중인 것도 같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쪽은 아직 별로인 것 같다. 반해 코믹스 쪽은 신화차용이 그래도 비교적 활발하다. 박무직이 단편 다수가 신화적인 구조 / 명칭 등을 차용하고 있음은 작가 스스로가 작품소개를 하면서 잘 밝혀주고 있다. 유시진의 이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신명기" 역시 발간초기 작가의 변을 보면 여러 신화물의 이미지들을 빌려왔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단행본 2권까지를 보고 확인하였던 것은 우리나라의 고구려건국신화,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정도이다.
  환타지소설 분야가 신화에 대한 차용, 그리고 놀랍게도 창조적인 활동이 매우 활발한 분야라 생각한다. 우선 차용 면에서는 이우혁의 "퇴마록"과 이경영의 "가즈나이트"가 일본 쪽 못지않게 질려버릴 정도이다. 퇴마록의 경우 작품해설과 친절한 각주로 설명이 잘 되니 더 설명하면 내 무식만 드러날 것(아참, 이미 드러났지)이고......"가즈나이트"에는 주신 오딘, 악마왕들의 서열, 기독교 천사서열, 아더왕이야기(아더왕이 실제로 등장한다) 등등 신화 / 전설 / 영웅담의 고유명사들이 아주 그냥 비빔밥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이영도와 전민희 얘기를 하자면 이쪽은 신화 내지는 작품 세계관을 독창적이면서도 참 신선하고 매혹적으로 창조해 낸다고 느낀다. 이영도는 첫 작품 "드래곤 라자"와 그 속편 격인 "퓨처워커"에서 다신교문화를 작품의 배경에 깔아놓는다. 신이라기보다는 우주의 근본개념으로서의 '유피넬'과 '헬카네스'가 자아내는 우주라는 서사시 안에서 여러(평등하게 보이는) 신들의 역사와 그에 개입하는(개입당하는?) 혹은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서술되어 있다. 3번째이자 근작 "폴라리스 랩소디"에서는 마치 르네상스 기의 이탈리아의 정치 군사적 역학 관계를 판타지 세계에서 재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서는 거의 카톨릭과 유사한 유일신 교단(법황 / 교단 / 신부도 있다!)이 정신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단, 각지의 영웅호걸 및 해적 우두머리 대다수는 빼고. 한편 전민희는 아룬드 연대기라 부르는 총 4부작 예정의 거대한 연대기를 집필중이다. 4부작 중 3부에 해당하는 "세월의 돌(10권 완간)"과  1부에 해당하는 "태양의 탑(현재 4권까지 발간)"을 이루는 세계에서 전민희 작가는 언어의 창조 및 구사에 매우 공들이고 있다. 노르웨이 쪽....이라 짐작되는 그쪽의 언어를 상당히 연구해서 창조적인 모방을 성공시켜, 지명이나 인명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짐작컨대, 위 두 작품군은 작가가 방대하고 치밀한 세계관을 설정키 위해 많은 연구를 하였으나 차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창조를 위한 재료로 신화를 잘 연구하여 자신들의 작품세계에 흡수(또는 취사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구태여 자신들의 세계관을 모조리 보여주려 무리하지 않는 점도 지금의 나에게는 미덕으로 보인다. 
  단, 사족을 붙이자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소설은 "쏟아져나왔다"는 표현이 무리가 안 갈 정도로 여러 작품들이 나와 있다. 이들을 거의 읽지 못했으므로 여기서 '경향성'을 추상해 낸 것은 아니다. 다만 비교적 여러 소설들 중에서 지명도 높은 작품들 가운데 내가 경험한 것들로부터 신화설정에 대한 나의 단견을 피력하였음을 말씀드린다.

  어쨌건, "퇴마록"처럼 처음부터 밝혀놓고 들어가는 작품이 아닌 독자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일본처럼 "신화 대량차용"만은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어르신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새로운 척' 하는 것들에 가끔은 속아 주면서 망중한을 즐기고도 싶은 것을 어찌하리요.

  참으로 영양가없는 글이로다.
  돌 날라올 것을 예상하며 달아나는 타이치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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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9 우리모두(이 글 쓴 이후, 한때 민주노동당에 입당했고, 탈당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 첨 읽은 것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었다.
7월은 누나의 생일과 내 생일이 같이 있는 달이고, 추리소설에 부쩍 관심을 보이던 어린 남매를 위해 부모께서는, 나에게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누나에게는 [예고 살인]을 사 주셨다.

어느 작품이고 간에 줄거리며 범인, 범인의 트릭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아직 그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러기에 '머시기를 조심해!'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에 중점을 두고 [예고 살인]의 줄거리 일부를 얘기해 보자.

범인은 살인을 예고한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다. 탐정이 범인을 밝혀내고, "범인은 법에 따라 경찰에 체포된다."



나는 며칠 전에 우리모두앙 한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는 내가 - 절대 과장이 아니다 - 우리모두앙 중에서도 특히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며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랬으면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난 닮고 싶은 사람도 꽤나 많다. 줏대가 약해서인가.)

올해 들어서, 특히 진보누리 싸이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이른바 노무현을 지지했다가 환멸을 느끼는(느끼는 중인) "2, 30대 이반층"에 속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티조선의 대의를 의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지만 요즘 내가 뉴스 보면서, 신문 보면서 하는 말 중에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썩을......내가 민주노동당 집권하는 꼴을 보고 죽어야지."이다. 아직껏 민노당 당헌(아님 당규인가?) 한 번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주제에 말이다.

나는 이런 내 마음을 그 우리모두앙에게 말하였고, 그는 말하기를 "노무현은 분명히 "나는 현실 정치인이므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정확한 인용 아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 님 말씀에 따르면 나의 분노와 슬픔은...... '오바' 내지는 '헛다리 짚은 노릇'일지도 모를 일이다.
게으른 나머지 노무현의 주요한 언행들을 다 파악하지 못한 내게 노무현의 그 발언을 알려 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내가 앞에서 [예고 살인]의 줄거리(내 멋대로 축약한 줄거리이긴 하지만.)를 쓴 까닭은 그래도 한 마디 원망을 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티브이 뉴스를 보니 노대통령인지, 아니면 청와대 대변인인지가 "...(전략)... 도덕성과 책임감을 잃은 노동운동은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믿거나 말거나)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닥 진보적인 사람도 아니고,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다. 여기 첨가되는 한 가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주노동당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 '좋아한다'는 것을 생활에서, 행동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자, [예고 살인]에서 살인자는 살인을 예고하였다.
그러나, 그 살인이 용서되는가? 아니다.

노무현은 "나는 현실 저치인이므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나는 위 말씀을 해 주신 우리모두앙을 의심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더 위에서 말하였듯 지금 이 순간에도 존경하는 분이다.)
그러나 오늘 노대통령이 조흥은행 파업에 대하여 한 말이 용서되는가? "적어도 나는"아니다.

노동3권은 '인간'의 권리 아닌가?
여성의 권리(이게껏 빼앗기고 무시되어 온!)가 '인간'의 권리이듯이, 세계 최고에 속한다는 갯벌이 보조될 권리(?)가 '생명 가진 것'의 권리이듯이 말이다.

나는 '도덕성, 책임성' 운운하는 멘트에 약간이자만, 몸서리를 친다.
줏대없게도(?)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믿음 역시 버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덧글) 직장에서 퇴근하면, 나는 시청역 발 서울대입구역 도착, 의 2호선 지하철을 탄다.
오늘 서울대입구역 직전 봉천역에서 열차가 멈추었다. 얼른 집에 갈 마음에 빠져나오면서 장애인 단체에서 시위하나 보다 하고 예측을 했다.

그때 솔직히, "귀찮다."는 느낌알 가졌다. 아직 멀었다.

(역을 나오면서 듣기로는 어떤 여자가 - 뛰어들었는지 아님 넘어져 미끄러졌는지 간에 - 지하철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적게 다쳤기를, 혹 고인이 되었다면 영면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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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9 우리모두

흔히들, 실패(또는 패배)에서 배운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은 성공(승리)한다고 한다.
이 경우 실패 혹은 패배는 '결국은 승리한' 자신의 것이다.

그런데 옛날, 고대 그리스의 한 장군(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나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리포스인 듯)이 사막에 기병대를 끌고 가서 그 곳 왕과 싸웠다고 한다. 그 왕은 낙타부대를 끌고 나와 싸웠고......
다른 지형이라면 몰라도 사막에선 낙타가 말보다 유리한지라...... 그리스의 장군은 힘들게 싸웠는데, 그래도 결국은 이겼다고 한다.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그 다음 이야기이다. 그리스의 장군은 자신의 고전 경험에서 배워, 낙타부대를 창설했다는 이야기......


자신이 성공하는 데 사용한 수단이 성공의 요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채택한 수단 중에는 어쩌면 자신을 실패로 이끌었을 그런 종류의 수단도 있었을 수 있다. 다른 요인들이 그 불안요인을 극복하게 해 주었거나 상대방의 수단이 가진 불안요인이 더 컸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에게 패배한 자의 것이라도, 배울 만한 것은 배우려 하는 것 - '유연한 사고'의 한 일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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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7 우리모두

오늘은 직장을 조금 일찍 나갈 계획이다. 안국에서 3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내려서 대한극장인가 하는 곳엘 가야겠다.
전에 가입해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에라~ 하고 가입해 두었던 먼 놈의 엘지 카드로는 예매도 안된다니
그냥 맨땅에 헤딩하기로 가서 좌석 남은 거 있으면 [살인의 추억]을 관람하고안 되면 비 맞으며 집에 갈 일이다.

(어째 내가 안국역 근처 - 다시 말해 인사동서 멀잖은 곳에 직장이 생길 줄을 나보다도 빨리 알았는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열리는 듯하던 솔로방 번개는 요즘들어 내리칠 일이 없다...비는 오는데 번개는 왜 안치나...나 미오하지 마세요.ㅠ.ㅠ)

하여간에, 극장에 가는 일 거의 없는(비디오로 때우는 것이 대부분) 내가 분위기만 엿보는 것이지만,
요즘 한국영화들 러시는 무서워 보인다. 독립영화 여성영화 등은 무지무지 과문하니 언급치 않더라도 상업영화라고 나온 것들 - 보리울의 여름, 살인의 추억, 질투는 나의 힘(박해일이여~~~!), 지구를 지켜라, 와일드 카드 등이 다 '괜찮다' 이상의 반응을 얻을 것 같아 보여서이다.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에서 기대만큼 해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해서 없는(?) 형편에 있지만 요새 괜찮다는 영화 한 번 보자 하는 마음이 요즘들어 부쩍 들고 있지만, 그런 나를 발목잡는 머리속 한구석의 외침이 있으니

"혼자가면 궁상맞잖아."였다.

사실 며칠 전에 후배랑 [살인의 추억]을 보자고 약속을 해 놓았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인지라 열심히 알아보는데(사실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일이나, 인터넷 정보검색에 서투른지라......) 아뿔싸
후배가 가고 싶어하는 영화관이 우리가 약속한 전날까지만 [살인의 추억]을 상영한다는 것이 아닌가. 으으 관객 100만 돌파하려는 영화를 벌써 내리는 무뇌아적 영화관이여.....
하여간 그래서 약속이 깨지고는, 보고싶었던 그 영화를, 이제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안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에 잠겨 또 며칠을 보내버린 것이다.
머...모 영화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love seat 완비' 운운하는 공지글도 올라오고 있으니, 혼자는 궁상맞다는 내 생각이 사회의 통념(?)에 어긋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간다. 보고싶은 영화가 있고 틀어주는 영화관이 있다는 생각만 하련다.
옆에서 인간들이 영화를 보든 영화를 빙자한 연애사업을 시행하든 간에. 막말로[살인의 추억]은 열심히 보고 싶은 - 그렇다고 능력도 안되는 평론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 영화이고, 
열심히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관에 혼자 앉아서 '같이 온 사람' 신경쓰지 않고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거다.

궁상이고 뭐고 매우 보고 싶고, 같이 갈 사람 없으니, 그냥 혼자 가서 보는 걸로 결론이 난다. 이 간단한 결론을 내기까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언제쯤 세상의 시선에 코방귀를 날릴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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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8 우리모두

나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다. 국민학교를 다녔으니까..
아마 1, 2학년 때로 여겨지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짜장면과 라면을 먹으며 굉장히 행복한 한순간을 보낸 적이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우산을 쓰고, 학교에서 5~10분(지금, 다 큰 내걸음으로 말이다.) 정도 걸리는, 당시 살던 아파트 입구를 지나 입구에서 또 1분 정도 지나면 서 있는 상가 옆을 지나는데 어머니께서 우산을 쓰고 나오셨다.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환한 얼굴로 오셔서는 내 손을 잡고 상가건물 1층에 있는 반점에 데리고 가신 거다. (아님 내가 끌고 갔던가? 하여튼 가물가물한 기억이니......)
다른 건 기억에 없고^^ 굉장히 맛있게 7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는 것만 머리속에 남아있다.(그러타! 그땐 짜장면이 700원이었다. 계란도 있었고 오이도 있었던...얼마전 한 중국집에 들어가서 짜장면 시켰더니 노른자 긁어낸 계란 찐 게 턱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썩을.ㅠ.ㅠ)

또 한 번도 비오는 날에 집에 왔을 때였다. 긴가민가한 기억 더듬어 보면 1,2학년 때는 유난히 점심을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주로 해피라면, 거기 더해서 일번지라면. 그러고 보면 그 두 라면은 지금 생각해도 맛이 괜찮다. 다시 안 나오나...)
하여튼 그 비오는 날 어머니께서 계란 넣은 해피라면을 끓여 주셨는데 비오는 날 특유의 기분좋게 싸늘한(물론 몸상태가 좋을때 기분이 좋다는 얘기다.) 공기를 활짝 연 창문을 통해
느끼며 또 비오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그렇게 먹었던 따끈따끈한 면발과 국물(아마 김치도 옆에 있지 않았을까?) 맛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진수성찬이 안 부러웠던 '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성치가 [식신]에서 음식기업 회장 하다가 쫓겨나서 굶주리며 떠돌다 어느 포장마차 요리사(막문위)의, 대충 만든 음식을 먹고는 울먹이며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할 때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두 기억 덕분일지도.

하기야 내가 요즘에 내리는 비를 보며 따끈한 요리(가능하면 면 종류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그 최우선은 어머니가 아니지만(불효자식 용서하소서. 그래도 가끔은 생각합니다요.)
그래도 그 확실하지도 않은 기억이 못내 따뜻하다......또는 따뜻한 뭔가가 마음속에 있었으면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기억'하는지도.(역시나 기억은 기록을 대신할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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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9 우리모두

한때 톰 클랜시의 테크노 스릴러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첨단 무기체계와 군사/정보 조직의 활약을 잘 섞어놓은 소설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개중 어떤 것은 사서 읽기도 했습니다.(대부분은 도서관에서^^)

이번 공포의 총합(벤 애플랙과 모건 프리먼 주연, "썸 오브 올 피어스(직역하면 공포의 총합)"의 원작이기도 하죠.)도 읽었던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남아 있습니다만

그러고 보면 톰 클랜시의 소설은 미국의 적이라고 인정되는 국가/정치세력을 소설 속에서 하나씩 격파^^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구소련(붉은폭풍 / 붉은10월 / 크레믈린의 추기경),  IRA(패트리어트 게임), 콜롬비아 마약조직(긴급명령), 아랍테러단(공포의 총합 또는 베카의 전사들), 떠오르는 경제강국 일본(적과 동지)
등등 말입니다......

상당수 작품이 잭 라이언, 이라는 CIA정보분석관의 출세와 함께 시간 순으로 배열할 수있다는 특징도 있지요. 
대부분이 영화화된 이 소설들에서 라이언 역 대부분을 역시나 
해리슨 포드(!)라는 한 배우가 도맡습니다.(붉은 10월은 알렉 볼드윈. 공포의 총합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벤 애플렉이 아닐런지...)
잭 라이언, 의 대강의 경력은 다음과 같슴다.
미해병대 장교 출신, 전사학자로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교수, 우연히 영국왕족 구출(패트리어트 게임) - CIA특채, 정보분석관으로 활약(붉은 10월 / 크레믈린의 추기경) - CIA 정보담당 부국장 - CIA국장(부국장, 국장 시절 작품은 기억이 잘......아마 긴급명령 정도가 해당되는 줄로 압니다.) - 대통령 안보보좌관(?? 정확한 직함이 잘 생각이....;;;) - 아랍테러단 핵공격으로 인한 대통령 사망(아마 부통령도 같이? 역시 기억이...;;;)으로 대통령직 승계(공포의 총합)...........

전엔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테크노 스릴러의 걸작이라는 장르적 특징과는 별개로,이 일련의 작품들의 또다른 특징은
"미국 공화당(매파)의 정치/군사적 판타지"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재미로 열심히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씁쓸합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모든 세력을 교묘한 소설 스토리와 인물묘사를 통하여(즉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고 설명해 주면서도 결국에는) 악/악당으로 규정하고
미국 '공화당 정신'의 상징인 잭 라이언의 활약으로 이들을 물리친다는 설정들이니까요
(물론 저와는 다르게 보는 이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매파의 판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추리소설 및 군사소설 장르에서 클랜시의 작품들은
장르를 개척하였다는 것 이외의 미덕은 없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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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2 우리모두

1. 추리소설 방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사가 오래된 방도, 인원이
차고 넘치는 방도 아니지만 참......내가 할 말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깊은 지식이나 최신정보 전하는 일은 젬병인 저이니......갖다 주시는
기사 등등에 대하여 감탄하면서 읽어보기만 할 따름이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처럼 수필성의, 엉성한 감상문 정도나 올립니다만


2. 글 1은 평소 가끔 드는 생각이나 써 본 것이고요.
본문^^은 며칠 전 있었던 기쁜 일을 주절대는 것이랍니다.

저는 사실 중학교 때가 추리소설 읽기의 '전성기'였습니다. 근 40권에 달
하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중심으로 꽤나 이것저것 읽어대었지요.
피에 취해^^...알리바이에 취해...하드보일드의 경우에는 비정한 현실과
그 현실을 뚫고 나가는 주인공(대개 탐정)의 의지에도 취해서...말입니다.

추리소설에 좀 싫증이 난 다음에는 과학소설이었고, 그 담엔
군사물 쪽으로 - 세 장르를 한 번씩 발만 담그고 지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선호는 없는 편이구요.
그러나 '싫증났다'곤 해도 다른 장르보다는 여전히 관심이 더 가는 것 
또한 엄연히 제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목요일 날, 제 전공학과에 있는 학부생들의 학회 중 하나가 
대학로에서 열렸습니다. 저희 과 특성상 학부생활 중 한 달은 대학로 근처에서
일(?)을 해야 하는 수업이 있는데 그 기간 중 몇몇 학회는 한 달간
보기 힘든 선배도 볼 겸 대학로 찻집에서 학회를 가지기도 하지요.
(그냥 사범대생의 교생실습이라고 말 할 걸 그랬군요;;)

후배 얼굴도 보고 싶고 해서 옵저버로 참여를 했습니다. 저 빼고 4명이 모인
단촐한 학회에서 철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마치고 혜화역에서
4호선을 타고 출발을 했습니다.

후배들 중에 안산에서 사는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매우 긴 거리지요.
저는 서울대학교 앞에 사는 관계로 사당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보통은 혜화에서 사당까지 오는 그 시간(얼추 30분 정도)이
지루한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만

그 날 사당까지 오는 시간은 그렇지가 않았더랬습니다.
안산 사는 후배가 추리소설 쪽에 관심이 있다는 얘길 듣고는
다른 3사람은 완전히 외면을 한 채로(아유 미안해라...) 둘이서만
쉴새없이, 정말로 쉴새없이 얘길 했습니다.
저는 주로 제가 아는 작가, 작가들이 창조한 탐정에 관해 얘길 했는데

추리소설에 대해서 얘기한 것도 그렇고, 문자 그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어본 것이 정말 몇 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사당이었고 후배를 보내야만 했슴다.ㅜ.ㅜ

그렇게 열띠게 얘기하는 중에는 집에 있는 수십권의 추리소설 책을
방학 때 갖고 와 빌려 주겠노라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그걸 한여름에 들고 올라올 생각을 하니 아찔하지만
그래도 즐겁군요.

이상 며칠 전 밤에 있었던 즐거운 추억을 떠들어 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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