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19 우리모두(이 글 쓴 이후, 한때 민주노동당에 입당했고, 탈당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 첨 읽은 것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었다.
7월은 누나의 생일과 내 생일이 같이 있는 달이고, 추리소설에 부쩍 관심을 보이던 어린 남매를 위해 부모께서는, 나에게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누나에게는 [예고 살인]을 사 주셨다.

어느 작품이고 간에 줄거리며 범인, 범인의 트릭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아직 그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러기에 '머시기를 조심해!'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에 중점을 두고 [예고 살인]의 줄거리 일부를 얘기해 보자.

범인은 살인을 예고한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다. 탐정이 범인을 밝혀내고, "범인은 법에 따라 경찰에 체포된다."



나는 며칠 전에 우리모두앙 한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는 내가 - 절대 과장이 아니다 - 우리모두앙 중에서도 특히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며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랬으면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난 닮고 싶은 사람도 꽤나 많다. 줏대가 약해서인가.)

올해 들어서, 특히 진보누리 싸이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이른바 노무현을 지지했다가 환멸을 느끼는(느끼는 중인) "2, 30대 이반층"에 속할 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티조선의 대의를 의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지만 요즘 내가 뉴스 보면서, 신문 보면서 하는 말 중에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썩을......내가 민주노동당 집권하는 꼴을 보고 죽어야지."이다. 아직껏 민노당 당헌(아님 당규인가?) 한 번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주제에 말이다.

나는 이런 내 마음을 그 우리모두앙에게 말하였고, 그는 말하기를 "노무현은 분명히 "나는 현실 정치인이므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정확한 인용 아님)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 님 말씀에 따르면 나의 분노와 슬픔은...... '오바' 내지는 '헛다리 짚은 노릇'일지도 모를 일이다.
게으른 나머지 노무현의 주요한 언행들을 다 파악하지 못한 내게 노무현의 그 발언을 알려 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내가 앞에서 [예고 살인]의 줄거리(내 멋대로 축약한 줄거리이긴 하지만.)를 쓴 까닭은 그래도 한 마디 원망을 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티브이 뉴스를 보니 노대통령인지, 아니면 청와대 대변인인지가 "...(전략)... 도덕성과 책임감을 잃은 노동운동은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믿거나 말거나)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닥 진보적인 사람도 아니고,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다. 여기 첨가되는 한 가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주노동당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 '좋아한다'는 것을 생활에서, 행동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자, [예고 살인]에서 살인자는 살인을 예고하였다.
그러나, 그 살인이 용서되는가? 아니다.

노무현은 "나는 현실 저치인이므로 여러분이 바라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나는 위 말씀을 해 주신 우리모두앙을 의심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더 위에서 말하였듯 지금 이 순간에도 존경하는 분이다.)
그러나 오늘 노대통령이 조흥은행 파업에 대하여 한 말이 용서되는가? "적어도 나는"아니다.

노동3권은 '인간'의 권리 아닌가?
여성의 권리(이게껏 빼앗기고 무시되어 온!)가 '인간'의 권리이듯이, 세계 최고에 속한다는 갯벌이 보조될 권리(?)가 '생명 가진 것'의 권리이듯이 말이다.

나는 '도덕성, 책임성' 운운하는 멘트에 약간이자만, 몸서리를 친다.
줏대없게도(?)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믿음 역시 버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덧글) 직장에서 퇴근하면, 나는 시청역 발 서울대입구역 도착, 의 2호선 지하철을 탄다.
오늘 서울대입구역 직전 봉천역에서 열차가 멈추었다. 얼른 집에 갈 마음에 빠져나오면서 장애인 단체에서 시위하나 보다 하고 예측을 했다.

그때 솔직히, "귀찮다."는 느낌알 가졌다. 아직 멀었다.

(역을 나오면서 듣기로는 어떤 여자가 - 뛰어들었는지 아님 넘어져 미끄러졌는지 간에 - 지하철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적게 다쳤기를, 혹 고인이 되었다면 영면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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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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