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달리다

옛적끄적인글 2011. 12. 31. 12:19

20010503 우리모두 - 개 달리다
당시 나온 일본영화 제목으로, 서울대 안티조선 모임 홍보작업에 관한 추억----------------------------------------------------


1000부 리플렛 뭉치는 약간, 무겁다. 좌우 어깨 바꿔가면서 메고 간다.
7시 30분부터 다니는 셔틀버스를 여유있게 타고, 셔틀버스가 서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벤치를 찾아 앉았다. 
우선 겉옷부터 벗고, 안티조선 반팔 티셔츠가 드러나게 하구, 리플렛을 미리 접기 시작했다.

7시...50분, 좀 일찍 왔구나, 싶다가도 셔틀이 녹두거리와 봉천동 서울대 입구역에서 도착하고, 리플렛 접는 사이에 일군의 사람들이 지나가면 못된 내마음 어느새 조급해져 버린다.

제작이 쪼끔 틀렸다......오른쪽부터 읽어가야 하는 해괴한 사건 발생
(나중에 참이슬 님 말로는 인쇄사 가서 값을 깎을 수 있는 핑계라나...)

강병한 오고, 둘이 접다가
7시 50분에 깨어나 달려온 아흐리만과 내가 드디어 셔틀을 향해 나선다. 중앙일보사에서 나온 광고용 연습장을 돌리는 형님 및 누나(?)와
사이좋게(??) 선전을 하게 되었다.

틈틈이 마음은 어제 돌려받았던 레포트에 적힌 선생님의 코멘트에 머물렀다가 또 어제 아흐리만이 한 말 "소크라테스 나온다는 소설 언제 쓸 거예요?" 를 지나, 
언제쯤 글다운 글을 여보란 듯이 쓸 수 있을까 하는 데에 미치고 이게 아직 나에겐 막다른 골목이다.

생각은 생각대로 흘러가면서 리플렛 돌린 경험은 몇 번 있어 잘도 광고말씀(?)을 주워섬기며 버스 문을 통과하기 바쁜 이들의 시선과 시간을 잠시 빼앗아본다.
"안티조선 서울대모임 2차 리플렛입니다."
"조선일보 왜곡보도 관련 리플렛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언론,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입니다."

주말에 자보는 어떻게 붙일까, 일요일(하필이면!)까지 내라는 숙제는
어찌할까, 머릿속에선 잘도 다른 영화가 틀리고 수원에서 왔으면서도 늦어서 미안하다는 참이슬 님, 고맙기만 하고, 지리학과 언론학회 손재홍 님 오시면서 이제, 한 셔틀에 두명씩 중앙일보사 쪽 판촉원들껜 죄송하지만, 형세가 이젠 앞선다!

내리는 사람들 중엔 아는 사람이 서넛. "수고해." 어깨 쳐주고 가는 사범대 동기 놈. 웃으면서 받아가는 꽈후배.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아예 눌러앉아서 리플렛 접어주는 졸업한 형.

의예과 2학년 분 역시 웃으면서 미안하다 하고, 나타나 리플렛 접는 것 도와달라고 말하고 병한이 옆에 데려간다.
(병한이는 특유의 말빨로 그분을 압도하였을까)

리플렛 돌리고, 다 떨어지면 접힌 리플렛 받아오고
그러다가 잠시, 떨어져 있는 벤치에서 리플렛 받아오는 사이에도 셔틀들은 잘도 오고 나는 신나라고 달린다. 혹 버스가 세대째 와 버리면
또 글로 신나게 달린다. 외친다......

그리고 이젠 익숙해졌다 싶은데도, 그냥 피해가는 사람들 앞에선
간사하게도 야속하다. 나또한 급한 시간에 날 붙잡는 리플렛들을
은근히 짜증스러웠던 적이 있는 주제에.
그러나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막나가는 세상은 더 짜증나니깐.
그래서 감히 지나가는 학우들을 귀찮게 해 본다.
귀찮게 사람들 쿡쿡 찌르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그 모범이었다고,
또 딴생각에 빠져 보면서.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지나고, 약간 남은 리플렛은 아흐리만과
손재홍 님이 각각 학생회관 식당이랑 사회대에 좀더 뿌려주기로 하고 
각자 갈길을 간다(대부분 수업 아니면 근무).

다음 일은? 자보문안 병한이가 조금 고치자는데 어디를 어떻게 손댈까? 이미 뽑아서 붙일 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토요일날은 작업하고, 일요일날은 숙제를 웹으로 띄워야 되고
그리고...일요일날 자보도 붙여야 하는데.

월요일은 암호명 개떼들의 합창을 공지하였고. 대동제 얘길 해야 한다. 속으론 걱정, 입으론 한숨.
그래도 최루탄 속에서 뛰어다닐 내 친구들 생각을 하며
내 고민을 사치로 규정하려 애쓰고
오늘도 한 건 끝낸 것에 기뻐하며 1교수 수업으로 향한다.

대학가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불안 내지는 기대.
그리고 청년우리모두 게시판에 글을(공지 혹은 후기)올릴 때면 드는 생각.
고등학교 이후 사회에 나온 네티즌들이 이 게시판에 와서
말을 하고 싶어도 마치 "대학생 우리모두"인 듯한 게시물들에 미리 실망해 버리진 않을까. 뭔가, 새로운 공간의 창출이 제기 되었으면,,,하는 뜬금없는 불만들이 일어나고 일단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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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너무 우울하게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의식 흐름이 들어가 그리 되었으니 지나치게 의식치 말아 주시길.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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