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0424 우리모두 >


[늪중] 골목길을 것다

내 취미 중 하나가 골목길을 걷는 것이다. 골목길을 무작정 걸으면서 담 넘어 혹은 창문 넘어 전해 오는 생활의 온기를 느끼게 될 때 무척 기분이 좋아진다.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들 사이로 제멋대로 난, 회색 정사각형 보도블럭이 놓인, 좁은 골목길을 걷기도 하고, 제법 반듯하게 정리된 골목길을 걷기도 하였다. 담벼락에 시멘트로 뾰족하게 만들어 놓고 담장 위에는 사이다 병이며 콜라병 조각을 세워 놓은 살벌한 집을 지나기도 하였고, 낮은 담장 너머로 마루에 고즈넉하게 쌓이는 햇볕이 보이는 집을 지나기도 하였다. 굴뚝 끝에 달린 가스 배출기에서 흘러나오는 연탄 가스를 가볍게 맡기도 하였고, 삐죽이 나온 가스 보일러에서 나오는 매케한 매연을 피하려고 몇 발자국 피해 가기도 하였다.

보도블럭 사이의 잡초나 담벼락 그늘진 곳에 있는 곰팡이가 있으면서 깨끗하게 청소된 골목길을 보면 정말 기분이 상쾌하다. 구석진 골목 한 켠에 너른 평상이 있어서 여름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믓해진다. 해가 지고 불켜진 창문 너머로 김치 찌게며 된장 찌게며 구수한 냄새가 전해져 올 때면 생침을 삼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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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어린 시절을 뛰어 다녔던 골목길을 걸어 보았다. 나를 맞이하였던 것은 어둠과 자동차, 그리고 골목길을 성처럼 둘러싼 새로 지은 다세대 주택 뿐이었다. 골목길은 그냥 길이었을 뿐이었다. 자동차를 피해서 골목길을 뛰어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조금 안쓰러웠고, 내가 어느 길을 걷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뀐 골목길이 너무 낯설었다.

내가 걸었던 골목길이 아직도 서울에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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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re] 골목길을 걷다


저하고 취미가 비슷하시군요. 저는 종로5가에서 광화문 방향.
글고 지명을 알수없는 서울의 어느거릴 골목으로 자주 다녔던 적이 있슴다. 지루하지가 않죠.
저는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데 빠른 걸음으로 이십분 정도 걸립니다. 그길도 매일 걷기가 지루해서 요리조리 방향을 틀어 안가본 골목으로 걷곤 합니다. 완전 한바퀴 돌수도 없고 이젠 새로운 골목도 바닥났지요.

그 좁다란 공간에도 신통하게 만들어진 상추와 고추밭.줄에 매달려 팔랑 거리는 빨래. 설겆이 하는 소리.몇일전엔 등이 굽은 할머니가 개를 자꾸 부르는데 할머니를 힐긋 힐긋 처다만 보고 오질 않슴다.거리가 멀어지니까
할머니께서 바디 랭귀지를 하시는데 밥먹으라고 말임다.어린애한테 하듯이 말임다.
골목 사람들은 골목을 벗어나야 겠지만 저는 골목이 그립네요.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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