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에 대한 세대별 주절주절 1 - 1세대 무협(미디어몹 - 판터)


구, 신무협 까대기라는, 제 기준으로는 좀 엉뚱한 내용의 글이 있어서 여기 저기 주워들은 하수가 나름대로 주절거립니다.



한국 창작 무협 세대를 편의상 나눈다면, 1세대부터 3세대 정도로 대강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는 80년대 등장한 대본소용 박스형 무협소설들의 작가들이다. 70년대 등장한 번역 무협소설과 번역 가장 창작 무협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들은, 만화방에 공급되는 질 단위로 박스에 담긴 세로줄로 인쇄된 무협소설이 주 활동 영역이었다.

이들의 소설은 주인공의 탄생부터 시작하는 일대기적 구성과 주인공의 성장 등 고전 소설을 연상케 하는 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주인공이 차츰 힘을 쌓아가다 패업을 달성하는 게 주된 결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고전적 이야기 구조가 소설들에 지나치게 반복되면서 독자들의 식상을 불러왔고, 그 식상에 대응하고자 나오는 소설들이 뒤로 갈수록 묘사되는 주인공들의 힘이 드래곤볼 주인공들마냥 뻥튀기 되기에 이른다. 또한 다른 이의 작품 표절 일본제 사무라이물 표절 자기 작품의 표절 등 끝간 데 없는 표절이 작가들의 명예를 더럽히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무협을 읽던 독자들은 점점 빠져나갔고, 그러면서 독자들을 잡겠다는 안간힘은 소설 속 성행위 묘사가 갈수록 진해지는 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무의미한 성행위 묘사의 증가는 독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만화방이란 곳을 위한 지속적인 작품 공급을 위해, 이름만 빌려주고 그림자 작가들이 적당히 짜깁기한 글을 쓴 이른바 대명무협이 범람하면서 전체적인 작품의 질은 급속도로 저하되었다. 이런 상황들 속에 90년대 초반에 이르면 1세대 무협은 와룡강 상표 사마달 상표인 자기복제성 성행위 묘사 가득 글들을 제외하곤 멸종에 가까운 상황에 이른다.

1세대 무협의 경우 일대기적 구성 외에도, 강시나 음산한 지하동굴의 괴물 등 괴기스런 묘사가 있는 작품이 많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작품 시작부에 작품의 설정을 느낌표로 마무리하는 거창한 문장으로 나열하는 점도 특징이다.

1세대 작가의 대표라면 금강 야설록 와룡강 사마달 등이 있다.
금강은 고전적인 일대기적 구성에 주력한 작가이고, 표절이 횡행하던 시기에도 거기 흔들리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야설록은 1세대의 고전적인 구성 속에서도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서정성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야설록은 무협소설계의 대표적 폐혜인 대명무협에선 전혀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와룡강은 초기 魔자가 어울리는 괴이한 분위기의 무헙을 쓰다 성행위가 가득한 도색무협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당시 청소년들이 리어카 카바이트 등불 아래의 책들 대신 무협을 선택하는 현상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 빌려주기 자기소설 짜깁기 등 온갖 신공으로 저질 무협의 대명사로 지금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뭐 고독 3부작이라 불린 작품에선 주인공 이검한이 모녀 희롱은 기본에 천년만에 살아난 여자 소녀 과부 반인반수 의모 의이모 등 그야말로 나이와 종족을 넘어선 하렘을 차리는 위용을 보이기도 했으니. (여담이지만 이후 이 작품이 재간될 때에는 그 묘사와 하렘의 범위가 대폭 수정되어 일부 계층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사마달은 월락검극천미명 등 고전적인 1새대의 소재에 충실한 작품을 쓴 대표적 인기작가이나, 이름 빌려줘서 그림자 작가 쓰기, 빨간책 대용으로 무협 쓰기 등 1세대의 폐해에서도 앞서나가는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당시 출판사 두 곳과 이중계약을 하면서 그의 이름을 빌린 싸구려 무협이 범람했고, 이는 1세대 무협 몰락의 직접적 요인이기도 하다. 이 몰락기에 그가 남긴 작품 중에는, [무음계]라고 하는 성적으로 여자를 홀려버리는 미소년이 등장하는 일부 계층이 걸작이라 꼽는 소설도 있다.



쯥. 간단히 적으려 했는데 길어져서, 2세대는 다음으로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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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에 대한 세대별 주절주절 2 - 2세대 무협(미디어몹 - 판터)


2세대 무협이라는 부흥의 배경에는, 김용의 영웅문이 국내에서 만들어낸 기록적인 히트가 있다. 영웅문이 엄청나게 팔리면서 무협소설이 서점에서 팔린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로 인해 만화방용으로 나왔던 무협소설들이 서점용으로 다시 형태를 바꾸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이 시기에는 PC통신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하이텔 내 무림동이 무협소설 선호인들의 집합체로 떠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하이텔 무림동에, 과거 야설록의 그림자 작가로 시작해 1세대 말미에 활약하다 집필을 접었던 용대운이 태극문이란 작품을 연재하면서, 2세대의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태극문은 용대운 특유의 속도감있는 문체에, 1세대의 고전적인 전개도 일단은 바른생활 인간인 주인공도(1세대 주인공은 아무리 사람을 죽여도 여자들하고 놀아나도 일단은 공명정대! 가 모토이다.)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이었고, 이것들은 당시 무림동에서 열광적인 호응으로 되돌아왔다. 이런 호응으로 인해 서점용으로 출간된 태극문은 히트를 쳤고, 이 태극문과 그 뒤를 이은 새로운 세대의 무협에 당시 무협소설 애호가들은 신무협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에 이른다.

용대운이 2세대 무협의 여명을 열었지만 용대운의 뒤를 잇는 이가 없던 때, 회사 때려치우고 대학원 입학금 벌려고 아르바이트 삼아 무협소설판에 들어온 남자가 좌백이란 필명으로 작품을 출간하면서, 2세대 무협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2세대 무협을 주도한 곳은 무협소설 전문 출판사이던 뫼 출판사의 집필용 사무실이었다. 뫼는 야설록이 자신의 작품을 서점용으로 재간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더불어 소설가들이 집필을 하고 신인소설가를 모집해 수련시키기도 하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여기 들어온 삐딱함 가득한 장재훈이란 인간이 자신의 온갖 삐딱함을 담아 처음으로 써낸 소설인 대도오가 히트를 쳤다. 1세대 작품의 서점용 재간이 주류이던 상황에서 대도오의 히트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며, 이후 뫼는 적극적으로 신인작가를 모집해 작품을 내면서 2세대 무헙을 주도하는 출판사가 되었다.

2세대 무협은 당시 이들이 얻었던 이름인 신무협처럼, 1세대와는 다른 무협소설을 추구했다. 절벽만 떨어지면 등장하던 기연이 사라지고 주인공이 힘을 얻는 과정에 최대한 개연성을 넣거나, 악인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1세대에선 악당이나 쓰던 독이 주인공의 주요무기이기도 하고, 일부다처는 기본이던 남녀관계도 아주 담백해지는 등 철저히 다름을 추구했는데, 이런 다름에 대한 추구는 역으로 다름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지면서 2세대 무협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2세대 무협의 최대 성과는, 피상에 머물러 있던 무협소설 속 세계, 강호란 이름의 세계를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점이다. 좌백은 대도오에서, 군대 막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무사집단의 숙소부터 시작해 무사들의 움직임에 군대식 움직임을 도입했고, 거기다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의 흐름에 전에 없는 진실성을 불어넣으면서 소설 속의 세계를 읽는이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서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등장한 작가들은 당대 중국에 대한 전례 없는 고증과 소재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혹은 한국사의 한 부분을 작품 속 사건으로 치환하면서, 무협소설 속 세계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틀릴 정도로 진실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진실성 추구는 작품 집필기간이 이전 작가들에 비해 한참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계속해서 신인 작가가 등장하면서도 이들 중 안정적으로 계속 작품이 나오는 작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러한 간격 사이를 사마달표 와룡강표 무협이 채우면서 2세대 무협의 전성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2세대 무협소설이 1세대의 만화방용 박스판이 아닌 서점용 판형으로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소비처는 만화방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협소설 읽기는 일반적으로 티비 드라마식의 소비양상을 보인다. 한 작품이 나오면 그걸 읽고 금새 새로운 작품을 찾게 되는 건데, 2세대 무협작가들의 긴 출간 간격은 소비자들의 갈증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 사이를 사마달 와룡강류 무협이 파고들었다. 사마달 와룡강류는 질이야 어찌되었든 양으로 2세대 작가들을 압도했고, 더군다나 커다란 홍보의 장이 없는 무협 시장에서 이들의 양으로 인해 2세대 작가의 작품들이 아예 묻혀버리는 결과까지 이른다. 거기다 사마달 와룡강류의 재범람은 무협소설 전체에 대한 인식을 다시 악화시키면서 무협소설은 다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이런 소비양태는 무협소설만 이런 건 아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2세대 무협 후기엔 시공사가 드래곤북스란 서점용 무협소설 시리즈를 펴내면서 판매용 무협소설의 중흥을 노리지만, 의욕적인 출발에 비해 시공사의 홍보나 마케팅은 부족하기만 했고, 문재천 같은 문제작가를 발굴해내긴 했지만 드래곤북스는 작은 성과에 그쳤다.

2세대 무협은 1세대 무협에 비해 여러 모로 발전했지만, 무협소설 독자층의 주요 욕구중 하나인 욕망의 대리충족을 간과한 면이 있다. 80년대 1세대 무협의 성공은 암울한 시대 속에 주인공의 강력한 힘과 패권 그리고 삼처사첩 놀이 등의 행위에 독자들이 큰 대리충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면 때문에 1세대 무협은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말초적 욕구충족은 역으로 1세대 무협의 몰락을 재촉한 면이기도 하다.

대도오의 성공 역시 이 작품이 90년대의 달라진 욕망을 새롭게 충족시켰던 요인이 있는데, 뒤를 이은 2세대 무협은 대도오의 이런 면은 그리 잇지 못한 면이 있다. 강호라는 세상 속에서 살아숨쉬는 인간들이란 2세대 무협의 장점은 역으로 머리 텅 비운 채 시간때우기로 무협을 접하는 이들에게 부담으로만 다가왔고, 이 작품들의 완성도를 알아본 독자들의 열광 속에서도 2세대 무협을 외면하는 이들 또한 생겨났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타를 날린 게 사마달 와룡강류 무협이다.

2세대 무협작가는 작가 면에선 황금기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넘치는데, 좌백 설봉 석송 진산 장경 이재일 풍종호 백야 문재천 한상운 냉죽생 몽강호 무악 등등등 열거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중 특히 영향이 컸다 싶은 사람인 좌백 설봉 이재일에 대해서만 대강 언급한다.

이재일은 하이텔 무림동에 연재된 [쟁선계]란 완결되지도 않은 작품으로 한국무협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가다. 꽃미남이 주류이던 1세대 무협에서 벗어난 근육질 거한 주인공부터, 관습적으로 영락제 운운하던 것에서 벗어난 역사적 부분과 소설성의 조화, 무협소설의 단골이던 마교라는 집단에 대한 새로운 해석, 해박한 지식을 살려 음식부터 바둑까지 세세하게 살려낸 강호라는 세계, 운명의 굴레에 괴로워하는 늑대같은 주인공부터 시작해 생동감 가득한 등장인물들, 과거 무협에서는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던 강호의 문파와 세가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설정, 초식이름 외치기를 벗어난 강렬한 싸움 장면까지. 쟁선계가 당시 만들어낸 치밀함과 생동감은 새로움을 넘어서 사상 초유란 말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쟁선계의 영향이 원본없이 워낙 퍼지고 일반화되면서 쟁선계가 출판용으로 나오는 지금에 이르러선 쟁선계의 새로움이 관습적 표현이 되어있을 정도이니 뭔 말을 더 하겠는가. 쟁선계가 이후 무협에 끼친 영향은 판타지류에서 카르세아린이나 이드같은 글들이 영향보다 크면 크지 작지는 않다.
이재일은 쟁선계를 지지부진하게 무림동에 연재하는 한편 1권으로 끝나는 어떤 귀향을 다룬 [칠석야]를 출판했는데 여기서도 쟁선계에서 보여준 그의 장점을 한껏 발휘하며 명성을 떨쳤다. 이후 남만에서 올라온 야수같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인 묘왕동주로 그의 이름이 허명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후 무협 출판에 종사하면서 다른 작품 없이 쟁선계를 출간한다는 말만 양치기 소년마냥 퍼트리다 최근 들어서야 쟁선계를 출판본으로 내고 있다.

좌백은 대도오로 2세대 무협의 신화가 된 작가다. 자기 필명만큼이나 삐딱한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인 대도오는 일대기적 구성을 벗어난 사건 중심의 전개와 반사회적인 주인공으로 90년대의 욕구를 채우면서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대도오에 대해선 나름대로 잘 알려져 있으니 일단 이걸로 끝)
이후 좌백은 버추어 파이터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는 [생사박]에서 이전 창작 무협소설들이 생각도 하지 않던 근접 격투의 맛을 선보이며 새로운 충격을 던졌다. 생사박의 주인공인 팔의 힘줄이 끊어진 파계승 흑저는 전작의 주인공인 대도오의 뒤를 잇는 반사회적 주인공으로, 이 작품으로 그는 데뷔작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 작품 후 많은 무협 팬들은 대도오의 뒤를 이은 생사박처럼 이와 비슷한 형태의 무협을 기대했으나, 그는 후속작인 [야광충]으로 무협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면서 자신이 독자야 어쨌든 간에 자기 쓰고싶은 대로 쓰고야 마는 작가임을 만인 앞에 드러내었다. 야광충은 1세대 무협의 여러 요소 중 괴이한 분위기와 음모론 식의 반전, 세력 키우기라는 부분을 좌백 나름대로 해석한 작품으로, 사람의 피를 빨고 햇빛 속에 사느니 사람의 피를 빨지 않고 어둠 속에 살기를 택한 주인공의 면모 이외에는 1세대 무협의 재탕이란 소리를 들으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야광충에서 좌백이 선보인 1세대 무협이 가진 요소들에 대한 사실성 부여란 측면을 무시한 시각이다. 특히 그는 이 작품에서 이전 무협에서 흑도라 불린 방파들의 특징에 현대 폭력조직의 특성을 부여해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생명력과 사실감을 부여했는데, 이는 이후 이어진 여러 무협소설들이 따르는 충실한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야광충 이후 좌백은, 1세대 무협의 일대기적 구성과 성장물이란 요소를 계승하면서, 과거 무협에서 주인공의 무적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 정도이던 금강불괴란 요소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작품인 [금강불괴]를 세상에 내놓는다. 여기서 그는 성장물을 선보이면서도 이전 무협과는 틀리게 수련 과정에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묘사를 선보이면서, 그가 단순히 1세대 무협을 거부하는 것도 따르는 것도 아니란 것을 증명해냈다.
헥헥... 독행표 금전표 광협대요마전기 혈기린 외전까지 말할 작품은 널렸지만, 마지막으로 그의 최근작이며 일단 나오고 있는 중인 [천마군림]만 말하고 넘어가자. 지금 좌백론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까. 천마군림은 애니메이션으로 비유하자면 용자왕 가오가이가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해도 가오가이가 모르는 사람은 뭔 소리인지 모를 말이겠군...). 마도로 가득찬 세상에 주인공이 등장해 새로운 패권을 확립한다는 1세대 무협의 관습적 반복과도 같은 구성이면서도, 그는 그 구성 속에 그가 지금까지 쌓은 모든 능력을 동원해 개연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협에 흔히 나오는 북해 빙궁. 빙궁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는데, 정말 얼음으로 된 건물이 있을 수 있는가란 문제가 있는데, 천 마군림에서 좌백은 '얼음으로 된 건물이라면 북극점에 있으면 된다!' 란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교라 불리는 조직, 마교라고 해도 무협물에 따라 어디선 조로아스터교 어디선 백련교 어디선 시체 부리는 종교 집단 등 그 형태가 천차만별인데, 이 소설에서 좌백은 정부에 의해 배척당한 종교는 전부 마교라 통칭되었고 역대 마교라 불리운 여러 조직이 연합해 중원을 완전히 정복한 후 분할통치하고 있다는 골때리면서도 그럴듯한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천마군림을 근래 나오는 판타지 전쟁물 정도로 폄하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람들이 판타지 같다는 명왕 소환식은 1세대 무협에서 나오던 소재 중 하나이고, 전쟁물 같은 움직임은 과거 무협에서 나오던 몇 만명이 어울리는 대규모 싸움은 결국 전쟁과 같은 움직임이 가장 개연성이 있다는 좌백의 생각에서 나왔다고 본다.

아아. 설봉은 제일 좋아하는 작가다 보니 말하기가 더 힘들어 정말 간단히 말한다. 설봉은 [암천명조]에서 눈봉우리란 그의 필명만큼이나 외롭고 처연한 주인공과 함께, 진법이란 소재와 배경이 되는 명나라의 시대상에 대한 고증적인 치밀한 접근을 선보였다. [독왕유고]에선 이전까지 악당 A 수준이던 당문이란 집단 출신인 주인공에 현대적 해석을 치밀하게 가미한 독이란 소재를 쓰면서 무협의 배경인 강호란 세계를 치밀하게 구축하는 결과물을 선보였다, 이런 치밀한 접근이 갈 때까지 간 작품이 [산타]다. 현대 중국무술의 대련을 말하는 산타라는 제목에다 이전에는 엑스트라 A 정도의 존재이던 낭인 출신인 주인공, 거기다 여자를 부르는 호칭에다 현대 중국어의 그것을 쓰는 등 여러 면을 보인 이 작품은, 2세대 무협의 완성이란 말부터 갈 때까지 가버린 작품이란 말까지 여러 모로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언급 안 하려 했지만 정말 간단히 말한다. 2세대 무협 작가 중 다른 작가들에게 전혀 영향을 끼지치 못한 2세대 최고의 문제 작가는 문재천이다. 그는 [호접락어수상] [환검미인] 등에서 이게 무협인지 보르헤스 소설인지 모를 정도로 현실과 환상을 엮은 정말 독특한 무협을 선보였다. 거기다 수식 가득한 화려한 문체까지 곁들어져서, '무협이란 소재를 통한 문학성이 이런 거다'란 환호부터 '문학소설 쓰려면 문단에나 가지 왜 무협소설 쓰느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같은 비아냥에 이르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뭐 제일 많았던 건 처음 몇 페이지 보고 아예 보지도 않은 경우겠지만.


마무리겸 하나만 덧붙인다면, 2세대 무협 최대의 굴레는 3권 1질 혹은 4권 1질이 기본 판매 단위라는 당시 무협과 뫼 출판사의 관습적 규정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저런 판매상의 편이성 덕에 만들어진 이 암묵적 규칙은 사건 중심의 작품인 경우나 1세대 무협식의 묘사 없는 전개에는 큰 상관이 없지만, 세부적인 묘사가 많은 2세대 무협의 경우 권수를 맞추려다 전체적인 구성이 틀어지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았다. 3권 1질의 변형으로 3권은 1부로 나오고 3권은 2부로 나오는 식의 방식도 등장하나, 이 역시도 부족하거나 역으로 2부 3권을 채우기 위한 늘어지는 구성을 보이거나 하는 식의 양상이 나오기도 했다. 좌백의 야광충 2부를 보면 뭔가 더 많은 말이 필요한데 얼렁뚱땅 넘어간 부분이 여럿 보이고, 설봉의 경우 마지막권 후반에 가서 허겁지겁 뒷수습하느라 개판되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보였다.


1세대와는 달리, 2세대의 대부분 작가들은 아직도 현역이다.(라고 해도 90년대 후반 이후 한참 작품이 없다가 예고만 계속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진산은 민해연이란 다른 이름으로 로맨스 계에서 짭잘한 수익을 올렸고 게임피아에 울티마 온라인 유람기를 연재하면서 자신의 수입과 함께 울티마 온라인 붐이 한 때 조성되는 데 한몫 더하는 등 무협 외의 활동에서 여러 활약을 보이고 있다.) 천마군림은 얼렁뚱땅 여기서 말해 버렸지만 나머진 기회되면 3세대 말할 때 좀 더 붙이겠다.

[덧붙임]
애니메이션 팬들이나 알 소리지만, 1세대 무협과 2세대 무협의 관계는 묘하게 일본 로봇물의 변천이 연상된다. 1세대 무협 작품이 마징가제트나 볼테스V 라이딘 등이라면, 쟁선계나 대도오는 건담 독왕유고는 더그람 같다고 할까.





... 젠장.., 써놓고 보니 오지게 길군요. 거기다 말들이 이어지지 못하고 영 따로 노니 읽기도 안 좋고.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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