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두 인영이 저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청년과 중년의 사내였다.
해 뜨는 시간까지 가만히 좌정해 있던 중년인이 갑자기 일어나 길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그의 몸의 이동에 따라 길바닥의 온갖 오물들이 닦이기 시작했다. 이웃동네까지 굴러갔을 무렵에서야 그는 몸을 일으켰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이니라."
청년이 입을 열었다.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 이라면..."
"수 십 년 전 무림 맹주셨던 박통께서 창안하신 무공이지." "이것을 익히면 길을 가다가도 괜히 한 번 굴러 길을 넓혀버리고 싶어지고
멀쩡한 남의 집 지붕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이 얼마나 위대한 무공인가, 허허.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적을 추격해 쓰러뜨리고 그들 소유물을 독차지하여 그 여자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그을 말을 빼앗아 타고다니고 그 여자들의 몸을 침대와 베개 삼아 노는 것 이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일세."

"그 말씀은...혹시 20여 갑자 전 최고의 무공으로 강호를 휘저으셨다는 진기수간(珍技樹刊)께서 하신 말씀 아닙니까?'
"그렇지.......그 분이야 말로 우리가 익히는 무공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분이야..."
"우리의 할 일은 그분께서 만들어 놓으신 무공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막씨수도(幕氏修道)를 척결하고 밖으로 일성교를 무너뜨리는 것이지."

"그렇군요...하지만 원래 무공이라는 것이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착하게 살기 위한 수양의 한 부분이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요..."

순간 중년인의 안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느 누가 그런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
무한 경쟁이 자연의 법칙이고 이것이 바로 야성(野性)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야성을 소유한 사람이 투쟁에서 강한 것은 승부에 철저한, 정직한 정신 자세 때문인 것이다. 위선명분 인정 도덕은 그의 행동을 제약하지 못한다."

극도로 흥분한 중년인의 모습에 겁먹은 청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의 이 체력과 정신력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단련되고 조직이란 그릇에 담기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비축하는 것이지. 야성의 본질은 경쟁과 자연스러움이다. 인공적 환경에서 살다보면 이 야성을 잃게 된다. 자연스런 생활 태도가 중요한 것은 인간을 인공에서 벗어나게 하여 투지 직관력 본능 등 야성을 되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가, 자네도 나와 같이 야성을 찾아보지 않으련가?"
"좋습니다. 저도 그 야성을 찾아보겠습니다."

중년인은 좋은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내 평생 나의 제자가 될 만한 이를 찾지 못하고 해메다가 드디어 천하의 영재를 내 문하에 두는 구나. 자넨 이제 내 밑에서 내가 평생 익힌 절학을 배우게 될 것이야

허허....저기 저 중원에 가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나타내는 비석이 하나 있지
탈래토대왕비(脫來土大王碑)
혹자들은 그걸 일러 탈래토비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고 하더군 그 비석이 있는 곳에 가면 뭔가 새로운 무공을 익힐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가도록 하지..."

중년인은 기분이 좋은지 어느새 청년을 목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달리기를 보고 웃음을 지었지만
청년을 메고 달리는 중년인이 월간좃선의 수장 조깟재라는 것과
위에 탄 청년이 후일 골이하나 객잔의 삐기가 될 청년 좃선모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어인 3년의 세월이 흘렀다.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한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닌 듯한 이상한 모습... 수레바퀴를 손발로 굴리는 듯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속도는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초원을 한참 달렸을까? 거대한 장막이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장막 앞에 선 그는 소리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본좌 강준마니, 조사부께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원하오."

장막의 문이 열리고 속바지 차림의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 같이 사라졌던 그 중년인과 청년이었다.

"그대가 우리 당을 공격하고 있다는 강준마니인가? 본좌 지금껏 무공을 익혀오며 어떤 이의 도전도 받지 않았건만 감히 노부에게 도전하다니...

무림맹주가 절라도인(節羅刀人) 김데중이 되었다더니 세상이 많이 변했소이다."
폭도왕초가 무림맹주라....허허....무림맹이 이제 일성교에게 넘어가려는가... 여하튼 그대같은 젊은이가 겁 없이 도전을 하다니 그 객기 매우 갸륵하오,
이 역시 몽골기마민족 다운 기개가 아니겠소."

"허나 그렇다고 그대와 무조건 무공을 겨룰 만큼 한가한 노부가 아니요.
우선 그대의 경공을 시험해 보겠소."

조사부라 불린 사내는 청년을 시켜 말을 한 마리 끌어오게 했다. 말위에 올라탄 그가 말했다.

"말 탄 본좌와 경공을 겨루어 이길 수 있다면 무공을 겨루어 드리리다. 이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오 어떻소?"

"좋소 한 번 해 봅시다"

강준마니는 자기가 지금껏 타고 온 이상한 수레에 올라 탔다. 막대기에 두 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이상한 수레였다.

"이상하게 여긴 중년인이 물었다. 그것을 뭐라고 하오?
"강호에선 이것을 자전거(自轉車)라 부르지요. 경공에 쓰는 보조 기구요."

"하하... 그 정도로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가소롭구려.. 그럼 달려 보리다. "
시작이란 말도 없이 중년인과 말은 쏜살같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강준마니는 그의 자전거를 끌고 비틀비틀 나아갔다.

'후후... 감히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사랑하며 아껴왔는지는 우리 당주님도 아시지 그래서 내게 친히 애마부인(愛馬夫印)이란 도장까지도 하사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나 방심도 잠시였다. 절반정도 거리를 지나올 무렵

어느새 강준마니는 그의 옆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속도를 낼 수가... 당신이 타고 있다는 그 자전거의 내력은 무엇이오?"

"본좌의 자전거를 강호에서는 내습호(內習戶)라 부르지요.'

"처음 듣는 이름이구려...하지만 본좌의 천리마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오" 중년인은 갑자기 일어나 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후후...말을 타는데 있어 우리 몽골인은 등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울 수가 있지
이 자유로운 손으로 말의 목을 조른다면......말이야 죽든 말든 내가 이길수 있다.'

깟재에게 목을 졸리는 말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어느덧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깟재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 때 그의 눈 앞을 스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강준마니의 자전거가 그를 앞서 먼저 결승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우째 이런일이...우째 이런일이..."


강준마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이 자전거의 전 이름이 무엇인지 아오?" "나의 내습호는 과거 삼천리라고 불렸지....하하...당신의 말은 기껏해야 천리마 밖에 안되지 않소?"

"당신은 말 탄상태로 일어설 순 있지만, 그 정도론 당신의 내공이 증진되는 것이라 할 순 없소, 하지만 이 내습호는 타면 탈수록 양기를 보태준다는 설도 있고..
잘만 타면 최고 역사(力士) 변강세처럼 된다고 하더이다."
..........

"좋소 본좌가 졌소." "어디 무공을 겨루어 봅시다."

깟제가 말에서 내려오며 기마자세를 취했다.
둘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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