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 지금껏 강호를 종횡하면서 무수한 이들을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올라 왔소. 어찌 그대가 감히 내게 대적한단 말이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편집장(偏執掌)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강준마니도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세를 가다듬고, 편집장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둘 사이에 십여 차례의 공방이 진행되었다.
조금전의 경공 시합에서 패배한 깟재는 맹렬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강호에 편집장이란 무공이 이름을 날렸다고 하더니 지금 보니 별 것 아니구려. 이것이 다란 말이오?"
강준마니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흠. 그렇다면 이걸 한 번 받아 보시오. 편집장(偏執掌) 의편지(義編指)란 것이오. 장법과 지법을 동시에 쓰는 것이라 만만치 않을 거요."

왼손으로 장법(掌法)을 오른손으론 지법(指法)을 사용하며 깟재의 공격이 거세졌다. 조금 전 까지 여유를 부리던 강준마니도 이제는 전력으로 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십 합이 지나갔다.

'신방고수 라더니 이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구나, 나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어찌 이리도 내공이 강하단 말인가? 무슨 영약이라도 먹었단 말인가? 경공과 함께 최상승 무공을 시전하지 않고서는 이자를 꺾을 방법이 없겠다.'



한 걸음 물러난 깟재는 몸을 뒤적거려 술병을 하나 꺼내 숨도 쉬지 않고 술 한 병을 비웠다. 주머니에서 꺼낸 술병을 마신 깟재는 갑자기 자신의 천막으로 뛰어 들어갔고. 조금 뒤 다시 나왔다.
천막에 그가 머물었던 것은 매우 짦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 그의 외양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눈빛 또한 특이하게 변했다.
그러나 더욱 특이한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머리엔 개가죽 투구가 씌워져 있었고, 파란 가죽옷을 입은 그의 등엔 빨간 망토가 메여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가슴엔 마(馬) 자가 수놓아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언제부터인가 육포를 씹고 있던 그가 질겅거리면서 말했다

"흐흐..이게 내가 박통의 무덤에서 찾아낸 내공 심법 하나인 음주후교련공(飮酒後敎鍊功)이오. 우리 몽골기마민족의 무공은 술을 먹었을 때 그 전투성이 최고조로 드러나지...
우하핫... 내 달라진 내 얼굴이 보이오? 이게 바로 술푸면이요."

술푸면.... 강준마니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몽골의 한 부족이 망할 때 족장의 아들인 깟재는 푸대에 담겨 다른 곳으로 보내져서 양 부모의 손에 키워졌다 했다. 그가 술푸면 이었다니....'

깟재는 아기 때부터 수레를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셌었다. 그러나 평소엔 그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위급할 때에만 술푸면으로 변신하곤 했었던 것이다.

강준마니의 머리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술푸면은 야비군(野卑君)이 훈련하면 밤마다 출몰해 길가소피누기(吉街小皮累氣)를 시전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했었다. 특히 힘이 엄청나게 강하고, 경공 또한 빠르다고 했지... 약점도 하나 있다고 그러더군,
글입허나입후(契入許羅入後)라고 했던가?
가까이만 가도 술푸면이 괴로워한다는 것이? 집집마다 벽에 글입허나입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술푸면의 행각이 지독하긴 지독했나보군.....
저 눈빛은 잘 때리기로 유명한 매의 도인(道人) 재패니(在覇尼)가 연성했다던 투시안(透視眼)이다, 저것으로 인해 예리한 안력이 있어야만 다룰수 있다는 선정보도(煽情寶刀)를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써올 수 있었구나......'


"몽골 기마 민족의 장점은 육체적 능력은 아니오. 지적 능력은 더더욱 아니오.
술을 먹었을 때, 전투 성이 극단까지 발휘되는 것, 그것이 우리 몽골 기마 민족의 진정한 힘인 것이오."

깟재가 강준마니를 향해 입김을 내뿜었다.
입김이 나가자 순식간에 주변의 풀들이 누렇게 떠 죽어가기 시작했다.

"흐헐~ 본좌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 이날 이때까지 이를 한번도 닦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소,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물만먹고도 이를 닦던 서생처럼 산단 말이오."

입김을 피해 물러서있던 강준마니가 말했다.

"내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싸워왔지만 그대같이 더럽게 싸우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그 야만성엔 할 말이 없구려...아니, 무림의 예절도 모르오?."

"허~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예절 같은 것을 따를 수가 있으리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경공심법 기마민족(騎馬民足)이 펼쳐졌다.

그동안 그가 강호에서 수많은 이들을 암습하고도 살아남은 것은 그가 펼치는 이 기마민족이란 경공이 워낙 탁월한 것이 큰 이유였다.
당주의 명령에 따라 일을 저지른 뒤 빠른 발을 이용해 좃선당의 보호망 뒤로 숨어버리면
감히 그를 해칠 이는 없었던 것이다.


기마민족(騎馬民足)을 펼치면서 깟재가 점차 강맹한 외공을 쓰기 시작했다.
장풍을 날리며 깟재가 말했다.

"이것이 한자혼용(漢字混龍)께서 창안하신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한자실력(漢字實力)이오. 하하, 어떻게 받아낼 것이오?"

연거푸 수합을 밀리던 강준마니가 타자치기(打者治氣)를 빠른 속도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수세에 쳐해있던 그가 외마디 기합과 함께 손가락으로 지풍을 쏘기 시작했다.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타자치기(打者治氣)
한자실력(漢字實力)과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가 부딪히면서 반탄력으로 인해 둘 다 서너 걸음 바깥으로 밀려났다.

한자병기에는 약점이 몇 가지 있지만 특히 정보화(情報花)가 만든 빠른 타자치기와는 극성의 무공이었다.
깟재의 수련이 깊어 강준마니의 반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그의 한자병기(漢字倂氣)는 번개같이 펼쳐진 타자치기(打者治氣)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둘의 대결이 펼쳐진지 어인 한 시간 가량 지나가고 있었다. 좀전의 대결이 워낙 격했기 때문인지 둘 다 밀려난 자리에서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까 전부터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좃선모는 지루함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빨리 싸움 구경을 끝내고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좃선모가 침묵을 깼다.


"아, 쉬나요?"


가뜩이나 싸움도 안 되는데 제자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자, 깟재는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깟재가 입을 열었다.

"강사부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제자 놈 버릇을 좀 가르치고 오겠소이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좃선모 쪽으로 돌아선 깟재는 선모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내 너를 가르친지 어인 삼년, 천하 영재라 믿고 제자라 삼았지만, 너는 높이뛰기 하나 빼고는 나를 만족시켜준 적이 없었다.
내 너의 이런 점에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술들을 전수해 주어 너를 일류 고수로 만들려 했었다. 무공 수련 이외의 시간에 골이하나 객잔에서 일하게 해 준 것도 나였지, 그렇지만 넌 나를 실망시키는 구나, 벌을 받고 반성하고 있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깟재는 선모의 팔에 붙어 있던 마(馬)자 표식을 떼어내 흰 부대에 집어 넣었고, 선모의 허리에 메여있던 칼을 떼어냈다.

"이 마(馬)자 표시와 지금 떼어낸 무직비도(無職飛刀)는 본 사문의 징표다. 네가 죄를 뉘우칠 동안 내가 관리하겠다. 네가 진정 네 죄를 뉘우친다면
저 백마(白馬)부대에서 표식을 꺼내도 좋다.무슨 벌을 받을 테냐?"
선모는 말을 하지 못했다.깟재가 다시 물었다.

"받고 싶은 벌이 뭐야?"
벌벌 떠는 선모의 입에서 조그맣게 "기스....." 란 소리가 나왔다.

"오냐 네가 네 벌을 결정하다니, 장하다"
선모의 뺨에 귓싸대기가 올려붙여졌다.

술푸면의 힘인 만큼 약할 리가 없었다. 선모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뺨을 때린 깟재가 말했다.

"비록 스승에게 버릇없이 군것은 네 잘못이지만 네 스스로 네 죄를 뉘우치고 받을 벌을 정하다니..... 역시 내 제자 답구나.
........................
.......................
난....... 니가 조아.."


얻어맞고 난 좃선모는 어안이 벙벙했다.

'기(氣)쓰지 말고 때려달라고 한 걸 스승님이 잘 못 들으신 것 같구나. 아프긴 하지만, 화가 풀리신 것 같으니, 살았다..흐흐..'

깟재는 다시 강준마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계속------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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