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8 우리모두 쟁점토론방

안녕하세요.
저도 님처럼 '별 일이 없으면 하루 한 번' 정도는 우리모두에 들리는, 눈팅에 가까운 우리모두앙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눈팅이라 하지 않고, '눈팅에 가까운'이란 명쾌(?)하지 못한 표현을 쓴 것은, 최근 들어 "말리자"라는 아이디로 우리모두의 "커뮤니티 게시판 글 올리기 기능"에 국한된 관리자 노릇을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님이 올린 [명계남 / 가끔 여기 오십니까?]를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안티조선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 는 님의 열의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억울하게' 공격당하는 명계남 님의 처지에 대한 님의 의분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주로 입만 나불거리는(그리고 요즘 들어선 그것조차 별로 하지 않는) "눈팅형(?) 우리모두앙" 중 하나인 저에게 님의 글 부분부분은,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못하는 음식 조각처럼, 그렇게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글을 쓸 자격, 올릴 필요성, 떠들어대야 할 절박한 이유 따위가 나 자신에게 있는가 하고 따져보다가 그렇게 따지는 건 포기하였습니다. 아니, 포기라기보다는 그닥 그런 것들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냥, 님이 쓰신 글 대목 대목에서 제가 의문스러워 하는 것과 불편해게 느껴지는 부분을 가지고 한 번 여쭙고자 합니다.
너무 불쾌하다, 불편타 여기지 마시길......

-------------------------------------------------------------------------------------


별 일이 없으면, 하루 한 번은 우리무두에 꼭 들리는 네티즌입니다.
어줍잖은 글이지만 내키면 장문(?)의 글도 한 번 씩 올립니다. 그런 제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오늘...뜻밖의 얘길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였습니다.

"야...우리모두에 명계남이 떳다메...."

저로서는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우리모두에 적을 둔 지 한 이년 정도 되었는 데, 명계남 씨의 글을 우리모두에서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설, 추석 명절...일주일에 한 두 번의 거나한 술자리...상가집 방문...등의..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세어보니 장난이 아니군요^^)하곤 우리모두 빠돌이를 자처하는 저인 데...일 년에 한 두 번 우리모두에 올까말까 한 녀석으로부터 명계남이 우리모두에 출몰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얌..마 꽁 까지마라......"
비웃듯이 내 뱉었었지요.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잖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에 와 검색 란에서 <명계남>이란 이름 석자를 쳐 보았습니다.

허이구...

허이구...

정말로 명계남 님이 글을 남기셨더군요...
그것도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하셨더군요....

단지 아쉬운 것은...
소위 논객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예의 책상머리사고방식으로 님을 훈계하셨더군요...
참...우스운 일이지요....

님에게 쓴소리(?)를 남기셨던 그 분들의 진심을 저는 곡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해하려고 합니다. 님이나...님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주셨던 그 분들이나....그 선의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제 스스로 님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앞장서 안티조선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입만 살아 나불거리는 제 자신을 이런저런 님을 향한 글 속에서....그대로 발견했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으면서....그냥 심심풀이 땅콩 처럼....별 시답지 않은 글을 갈기면서...딴엔 "안티조선"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 처럼 여겼으니깐요.

저는 지식인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지식인들에게 의존하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근성(?)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
이미 알고 계시리라 짐작이 가지만, 맑스의 일화 하나를 인용하겠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단에서 설명하던 맑스에게 누가 항의섞인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지요. 지금 집회 한 번 더 결합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가 하고...... 맑스는 - 그냥도 아니고 책상을 꽝 때리면서 - "무지는, 언제, 어디서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고 응수하였습니다.( 진보의 괴수(?)를 본보기로 들어 불쾌하셨는지?)

지식인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신다니, 제대로 된 아니 최소한 못된 짓은 안 하는 지식인이 되려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섭섭합니다.
제가 이런 입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식인에 대한 제 입장은 '지식인이란 개념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진짜 지식인 보기가 힘들다'는 정도입니다. 님은 지식인이란 개념 자체를 싫어하시는 듯 합니다만...

아울러 왜 지식인이 필요한가, 나아가 왜 지식이 필요한가에 대하여는
<동호회 - 교육이야기터>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베스트 게시판>에 제가 퍼올린 [오성철, 그람시의 교육론-인간해방을 위한 지식교육]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적어도 일부나마, 혹은 일면적으로나마, 지식인이 그렇게 버릴 것들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까 하여 감히 추천합니다.
>>>> 


그런 제게...
명계남 님은 참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사람입니다.
별로 얻을 것도 없는 "안티조선" 한다고....
유형무형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안티조선"을 위한 님의 열정을 지켜봐 와서 그렇단 말입니다.
내가 낸 데 하는 넘들 다 빠진 오늘의 세태를 되돌아 보건 데 더욱더...그런 생각이 듭니다.

안티조선 한다고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그 가운데서 분기탱천 안티조선을 끈을 놓치지 않는 님이야 말로 진정한 "안티조선맨"이십니다.

입만 나불거리는 제가 님을 보면서 반성에 또 반성을 하는 것으로서도 님은 충분히 귀감이 되고 남을 분이십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좃선이 제자릴 찾는 게 먼저냐?
진보정당이 제자릴 찾는 게 먼저냐?


>>>>
묻겠습니다. 진보정당 한다고 돈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상근자로서 돈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제외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진보정당 평당원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주체가 안티조선, 진보정당으로 바뀔 뿐 상황은 그들(? 이런 식으로 구분해야 할지도 의문입니다만, 일단은...)도 님과 마찬가지가 아닌지요.
제가 '하필이면 진보정당을 걸고 넘어지는' 이 대목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이어 쓰겠습니다.
>>>> 


저는 단연히 전자의 입장입니다.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힘의 만분지 일의 투자해 안티조선을 한다면...
그리하여 좃선이 제잘릴  찾는다면 누가 애써 막아도...자연히 진보정당은 자리메김할 것이라고요....우선 순위를 두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관점에서 보자면...
님이야 말로...진정한 진보주의자요....합리적인 시민이요...참다운 지식이란 것입니다.
그 방향을 알고 뒤돌아 보지 않고 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님에게 이런 찬사를 보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쓸데없는 말이지요. 이글 전체가 어차피 제 개인 소견인 것을...), '진보정당 건설이 먼저냐 안티조선 참여가 먼저냐?'라는 질문의 틀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아이들 괴롭게 하는 질문이 가지고 있는 틀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로서는 님과 생각을 달리 합니다. 진보정당 건설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저로서는 어느 것을 우선시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자는 각자의 선을 추구하면 되지 않겠는가(덧붙여, 수구파/극우파 세력에 빌붙지만 않는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상존하지 않는가) 정도의 흐리멍덩한 생각이 제가 지금 가진 생각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안티조선을 제반 사회운동(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감만 잡아 주시길)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진보정당을 비난하는(물론 진보정당을 비난하는 게 님 글의 주된 요지는 아닌 듯합니다만) 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2001년 - 제가 우리모두 싸이트에 출입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 당시에 숱하게 볼수 있었던, 방명록이며 묻고답하기 게시판(옛게시판)의 질문과 답이 연상됩니다.

-질문-
"왜 안티조선만 해요? 안티한겨레는 왜 안하지?"
"안티조중동을 해야지, 안티조선은 너무 협소하지 않소?"
-답-
"님 하고 싶으면 하시지요. 사안별로 적절타 생각되면 연대할께요."

바로 우리모두에서,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이 우리에게 가해지는 비난/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님은 아니신가 봅니다. 님은 연대가 아니라, 안티조선 깃발아래 모든 운동세력이 종속/동원되는 모습을 꿈꾸고 계신 듯 합니다. 잘못 보았습니까?

만일 어느 진보정당 사람이 님의 요구에 대하여 "님 하고 싶으면 하시지요. 사안별로 적절타 생각하면 연대할께요."라고 대답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반론이나 비아냥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합니다.
>>>> 


명계남.....

뒤늦게 님의 글을 발견하고 두서없이 몇 자 적었읍니다.
행여...최일선에서 좃선제자릴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님과 같은 분들에게..
별 씨덥지 않은 책상머리사고방식으로 어줍짢은 훈계를 늘어 놓은 분들의 글에서 제 자신을 발견하였기에...진심은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남겨 봅니다.

님의 말씀처럼...
안티조선과 안안티조선은 그 종자가 다릅니다.

아무 생각없이 주는 데로 처 먹는 데 익숙한 돼지세끼들과...
잡혀 목이 따일지언정 우짜던지 우리를 박차고 나가고자 하는 돼지쎄끼들이 우째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님은 정당하고 정의롭습니다.
때문에 님은 승리하고 안티조선 모두는 승리할 것입니다.
모쪼록...
좃선이 제자릴 찾는 그 날까지 무운건승하시길 멀리 부산에서 빌겠습니다.


>>>> 
그렇군요. '종자'가 다른 것이었군요. '쳐먹는 데 익숙한 돼지새끼'들이었군요.
안티조선을 반대하는, 혹은 유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할 수 있는, 만에 하나 들어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를, 이유가 님에게는 그저 상종 못 할 인간들의 묶음으로 보이셨군요.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이야기입니다. 
나는 정의의 전사 / 너는 내 일을 방해하는, 그러므로 악당 / "너도 사람이냐?!!(버럭!)"......

저는 이런 식의 생각의 틀 자체가 싫었고 이런 식의 생각의 틀을 대량생산하는 주범으로 조선일보를 지목합니다. 제가 안티조선을 비록 눈팅과 말발만으로나마(그닥 뛰어난 말발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지지해 오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그 무엇'(그것이 사유의 방식이든, 모종의 세력이든, 이러저러한 전근대적 행태이든 간에)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영역이 축소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자체가 제가 원하는 전부가 아닙니다. (조선 폐간운동 같은 경우에는 아예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그 문제점을 공유하여 나가는 것이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그 무엇'을 줄여 나가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비판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선일보적인 것들'에 물들게 된다면 안티조선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님이 명계남 님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에 대하여는 별 감정도, 반론도 없습니다.
그러나 명계남 님을 옹호하고 지지하기 위하여 하신 말씀 몇몇은 자꾸만 '목구멍에 걸립'니다.
하여 뒤늦게나마 두서없는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참고로) 진보정당에 대한 저의 입장은...... 호의적입니다.
저는 저 자신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진보/좌파의 영역은 너무나 협소하며, 그러기에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념이 무엇이든 간에 진보/좌파의 성장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호의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진보정당이 잘못하는 점들을 예로 드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00%무균질한 존재가 현실에 있다고는 저는 생각치 않습니다.
(써놓고 보니, 역시나 '진보정당'을 '안티조선'으로 바꾸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군요.)

'옛적끄적인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언이 필요해 + 토끼뿔 님의 답글  (0) 2011.12.31
개 달리다  (0) 2011.12.31
질려버린 '신화 대량차용'  (0) 2011.12.31
[예고 살인]과 '예고 배신'  (0) 2011.12.31
패배"자"에게서 배운다는 것  (0) 2011.12.31
Posted by taichiren
,
조언이 필요해;;;;;; 20030711 우리모두

내 동기 중에 '쿨한' 내지는 '스마트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리가 없을 동기 녀석이 하나 있다.
학번 모임이랍시고 대학 졸업까지 한 놈들이 두세 달에 한 번씩 볼 때도 
회사일 바빠서 늦긴 하지만 어지간해서 빠지지는 않고, 둥글둥글 사람을 아주 잘 대하는 그런 친구. 예를 들면...상대방이 좀 절실한 부탁을 해올 때에도 그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거절할 줄 아는(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님), 
사람 대하는 데 있어서 비상한 친구이다.

근데 어제 전혀 예상 못했던 제 3자(동기와 나 둘 다를 알고 있긴 하지만)에게서 
"XX 오빠가 '창사랑'에 있었던 거 아세요?"란 말을 듣고 무척 놀랐었다.


왜 놀라는가 하면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거(특히 정치/사회 문제)를 잘 말하는 편이다. 학번 모임쯤 되면 더 그렇다. 한 번은 "김대중 정권이 역대 최고로 부패한 정권"이라는 또다른 동기 하나랑 투우사랑 투우처럼 씩씩댄 적도 있고...

문제의(?) 동기 녀석은 원래 그런 대화에는 잘 끼지 않는 편이긴 하다.


하여간 창사랑 회원이었단 얘길 들으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 한 마디도 안 한 그런 행동방식이 '둥글둥글'의 비결이었던가..."
"그에 비하면 난 너무 처세란 거 신경 안 쓰고 막 살고, 막 말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 만한 놈이니깐 다른 상황이라면 말도 하고 그랬을 것을 나 있는 자리라 자기 생각도 표현 안하고 그런 거 아닌가?"

등등.
절대 그런 게 아닐 텐데도 왜인지 뒤통수 맞은 느낌이며, 미안한 느낌이며....그런 게 들었다.
다음부터 그녀석과 마주 앉으면...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아니아니, 이게 벌써 일종의 가식 아닌가.......친구 사이에 이 무슨...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뒤엉키면서...

========================================================================================================

[토끼뿔] [re] 조언이 필요해;;;;;;내 경우에는


제 주변에는 보수적인 인물들이 많습니다. 

집안 식구들이 그렇고, 자란 동네가 그렇고, 그러다보니 친구가 그렇고, 저 역시 특별히 진보적인 인간인 건 아니고, 될 수 있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는 힘을 쓰지만, 그 합리라는 것도 매우 소극적인 의미의, 그러니까, 내 삶에서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범위에서의 합리적인 사고에 만족하고 삽니다. 

대개의 친구들은 아주 보수적인 층들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아주 둥글둥글하게 삽니다. 

한달이면 한 두 번, 이 먼 일본까지 전화하는 둘도 없는 친구는 상당히 보수적인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지난 대선 직전에 전화했을 때, 남편은 회창이를 지지하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친구는 제가 노무현지지를 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도 대견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친구는 여직껏 한번도 투표한 적이 없으나, 이번에는 아들이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고하니 학습의 일환으로 투표장에 데리고 가고 싶은데, 누굴 찍을까하는 얘기였습니다. 남편은 당연히 회창이를 찍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라고, 낄낄거리면서 말입니다. 몽준이를 찍으라면 찍겠는데, 왜 도대체 무현이랑 손을 잡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제 친구의 생각입니다. 회창이를 찍는 것은 사회내 주류의식이 강한 남편의 성향이 불만인 친구의 감성과 비교적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반하는 것이라 꺼려지지만, 무현이를 찍는 것도 선뜻 내키지 않는 보수층의 고민이지요. 

물론 저는 둥글게족이다보니, 왜 무현이를 찍는 것이 당연한가를 사회정의차원에서 설명하지 않고, 왜 무현이를 찍기로 했는지 슬슬 얘기하고는 끊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누구를 지지했는지, 혹은 요번에도 투표를 안 했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그런 거 아닐까요? 


만약에 말입니다. 

시만님의 그 친구분이 시만님이 전혀 몰랐지만 사실은 노사모회원이었다면 시만님은 어떻게 느끼셨을까요? 

제 친구는 아주 감정적인 저보다 더 합리적인 인간입니다. 

전체의 이익과 자기의 이익을 비교해서 전체의 이익이 자기의 희생에 비해 크게 플러스가 되는 사안이면 주저 없이 양보할 줄 아는 합리성, 거기다가 단지 희생적인 인간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이 자기의 희생의 크기에 비해 별로 플러스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누가 뭐라해도 단호히 거절할 줄 아는 과단성도 갖춘 인간입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역시 과거에는 이렇게 합리적인 친구가 이념지향성이 보수적인 것에 대해 의문을 갖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향이나, 이념, 사고방식, 이런 것들이 항상 한 방향으로 조합되어 인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남편과 결혼한 것은 남편이 한국남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남자, 제가 가장 그 이념지향성을 신뢰하는 제 남동생조차도 극복하지 못하는 폭력의 내재화를 경험하지 않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인 것이 저에게는 커다란 위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매우 보수적인 인간입니다. 남편의 부모님보다 더 보수적입니다. 남편의 어머니와 저는 전화로 수다를 잘 떠는데, 대개는 남편의 갑갑한 성격에 대한 험담입니다. 

저는 이념지향만큼이나 삶의 태도, 사고방식(이념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생활양식이나 방법적인 면의 사고), 몸에 밴 감성이나 습관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의 보수적이고 갑갑한 태도는 개인주의적인 남편의 사고방식에 도움 받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간혹 정말 불편할 때에는 제가 큰소리로 지랄지랄하면 남편이 삐져서 좀 침묵한 후에, 하루쯤 휴전기간을 거쳐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Posted by taichiren
,

개 달리다

옛적끄적인글 2011. 12. 31. 12:19

20010503 우리모두 - 개 달리다
당시 나온 일본영화 제목으로, 서울대 안티조선 모임 홍보작업에 관한 추억----------------------------------------------------


1000부 리플렛 뭉치는 약간, 무겁다. 좌우 어깨 바꿔가면서 메고 간다.
7시 30분부터 다니는 셔틀버스를 여유있게 타고, 셔틀버스가 서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벤치를 찾아 앉았다. 
우선 겉옷부터 벗고, 안티조선 반팔 티셔츠가 드러나게 하구, 리플렛을 미리 접기 시작했다.

7시...50분, 좀 일찍 왔구나, 싶다가도 셔틀이 녹두거리와 봉천동 서울대 입구역에서 도착하고, 리플렛 접는 사이에 일군의 사람들이 지나가면 못된 내마음 어느새 조급해져 버린다.

제작이 쪼끔 틀렸다......오른쪽부터 읽어가야 하는 해괴한 사건 발생
(나중에 참이슬 님 말로는 인쇄사 가서 값을 깎을 수 있는 핑계라나...)

강병한 오고, 둘이 접다가
7시 50분에 깨어나 달려온 아흐리만과 내가 드디어 셔틀을 향해 나선다. 중앙일보사에서 나온 광고용 연습장을 돌리는 형님 및 누나(?)와
사이좋게(??) 선전을 하게 되었다.

틈틈이 마음은 어제 돌려받았던 레포트에 적힌 선생님의 코멘트에 머물렀다가 또 어제 아흐리만이 한 말 "소크라테스 나온다는 소설 언제 쓸 거예요?" 를 지나, 
언제쯤 글다운 글을 여보란 듯이 쓸 수 있을까 하는 데에 미치고 이게 아직 나에겐 막다른 골목이다.

생각은 생각대로 흘러가면서 리플렛 돌린 경험은 몇 번 있어 잘도 광고말씀(?)을 주워섬기며 버스 문을 통과하기 바쁜 이들의 시선과 시간을 잠시 빼앗아본다.
"안티조선 서울대모임 2차 리플렛입니다."
"조선일보 왜곡보도 관련 리플렛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언론,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입니다."

주말에 자보는 어떻게 붙일까, 일요일(하필이면!)까지 내라는 숙제는
어찌할까, 머릿속에선 잘도 다른 영화가 틀리고 수원에서 왔으면서도 늦어서 미안하다는 참이슬 님, 고맙기만 하고, 지리학과 언론학회 손재홍 님 오시면서 이제, 한 셔틀에 두명씩 중앙일보사 쪽 판촉원들껜 죄송하지만, 형세가 이젠 앞선다!

내리는 사람들 중엔 아는 사람이 서넛. "수고해." 어깨 쳐주고 가는 사범대 동기 놈. 웃으면서 받아가는 꽈후배.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아예 눌러앉아서 리플렛 접어주는 졸업한 형.

의예과 2학년 분 역시 웃으면서 미안하다 하고, 나타나 리플렛 접는 것 도와달라고 말하고 병한이 옆에 데려간다.
(병한이는 특유의 말빨로 그분을 압도하였을까)

리플렛 돌리고, 다 떨어지면 접힌 리플렛 받아오고
그러다가 잠시, 떨어져 있는 벤치에서 리플렛 받아오는 사이에도 셔틀들은 잘도 오고 나는 신나라고 달린다. 혹 버스가 세대째 와 버리면
또 글로 신나게 달린다. 외친다......

그리고 이젠 익숙해졌다 싶은데도, 그냥 피해가는 사람들 앞에선
간사하게도 야속하다. 나또한 급한 시간에 날 붙잡는 리플렛들을
은근히 짜증스러웠던 적이 있는 주제에.
그러나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막나가는 세상은 더 짜증나니깐.
그래서 감히 지나가는 학우들을 귀찮게 해 본다.
귀찮게 사람들 쿡쿡 찌르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그 모범이었다고,
또 딴생각에 빠져 보면서.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지나고, 약간 남은 리플렛은 아흐리만과
손재홍 님이 각각 학생회관 식당이랑 사회대에 좀더 뿌려주기로 하고 
각자 갈길을 간다(대부분 수업 아니면 근무).

다음 일은? 자보문안 병한이가 조금 고치자는데 어디를 어떻게 손댈까? 이미 뽑아서 붙일 일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토요일날은 작업하고, 일요일날은 숙제를 웹으로 띄워야 되고
그리고...일요일날 자보도 붙여야 하는데.

월요일은 암호명 개떼들의 합창을 공지하였고. 대동제 얘길 해야 한다. 속으론 걱정, 입으론 한숨.
그래도 최루탄 속에서 뛰어다닐 내 친구들 생각을 하며
내 고민을 사치로 규정하려 애쓰고
오늘도 한 건 끝낸 것에 기뻐하며 1교수 수업으로 향한다.

대학가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불안 내지는 기대.
그리고 청년우리모두 게시판에 글을(공지 혹은 후기)올릴 때면 드는 생각.
고등학교 이후 사회에 나온 네티즌들이 이 게시판에 와서
말을 하고 싶어도 마치 "대학생 우리모두"인 듯한 게시물들에 미리 실망해 버리진 않을까. 뭔가, 새로운 공간의 창출이 제기 되었으면,,,하는 뜬금없는 불만들이 일어나고 일단은 가라앉는다.

--------------------------------------------------------------

오늘 도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너무 우울하게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의식 흐름이 들어가 그리 되었으니 지나치게 의식치 말아 주시길.  
Posted by taichir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