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2 진보누리 사이트에 올리신 글>

오랜만에 TV에서 해 주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이지 않고(아니 실은 좀 움직였습니다.) 봤습니다. EBS에서 그레고리 펙의 추모 특집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방영해줬네요.

하퍼 리의 유일무이한 출세작이자 장편소설인 '앵무새 죽이기'를 책으로 읽은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사백몇십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소설이지만 책 앞 뚜껑을 열면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죠. 박진감 넘치는 전개 외에도 주제의식, 남부 시골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 어린 소녀를 나래이터로 내세운 특이함 등의 뛰어난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퓰리처 상도 받았구요. 작년인가요? 출간 40년을 맞이해 미국전역에서 독서캠페인으로 앵무새 죽이기 다시 읽기 운동을 벌이더군요.

영화는 글쎄요...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박진감 나는 음악^^이나 너무나 반듯한 모습들이 약간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관객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런J 파큘라가 제작했다지요. 그리고 EBS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더빙 대신에 캡션을 보여준다는 점인데..그레고리 펙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조용한 밤을 울리더군요. 아파르트헤이트와 별 다를바 없던 미국남부의 인종 차별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62년 작품입니다.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의 상징이 엉클 톰스 캐빈 이었던 것 처럼 흑인민권운동과 반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위대한 '60년대'를 시작한 소설/영화를 '앵무새 죽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레고리 펙..이 사람만큼 기품과 신사다움 이라는 두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도 힘들겁니다. 우리 외할머니가 그의 열렬한 팬인 이유가 달리있겠습니까?ㅋㅋㅋ
모비딕, 나바론의 요새, 케이프 피어(이 영화에서 로버트 미쳠과의 불꽃튀는 대결에 비하면 리메이크 작에서의 로버트 드 니로와 닉 놀테의 대결은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아 또 오멘도 있군요. 연기변신이 너무 부족했던 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따라서 난 이 배우의 흐트러진 모습을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AFI는 앵무새 죽이기에서 그레고리 펙이 분한 '애티커스 핀치'를 미국 영화 백년 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했습니다. 펙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애티커스 핀치'는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신사다움, 유머, 따뜻함, 자녀에 대한 사랑,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정의감의 화신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흠인데 펙의 아우라는 그 흠결을 메우고도 남음이 있지요....독립기념일에 직접 전투기에 올라타고 외계인을 공격하는 대통령, 전용기를 납치한 테러리스트를 다 때려잡는 싸움잘하는 대통령,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며 수백명을 파리 잡듯 잡아버리는 LAPD등등 요즘의 유치한 영웅들을 두고 가난한 시골 변호사를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한데서 헐리우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더군요.

펙은 스크린 안에서 뿐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영웅의 면모를 지켜나갔었습니다. 총기협회 회장으로 온갖 오버를 다 떠는 찰턴 헤스턴에 비교하면 그의 모습은 너무나 더 돋보였습니다. 아마 미국 암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자신의 아들을 베트남 전에 참전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반전시위에 앞장섰고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국민의 도리는 다하지만 국가가 잘못한 일은 반드시 지적해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요..이즈음에 민주당에서 펙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밀어야 된다는 운동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80년대 레이건이 스타워즈 계획이다 뭐다 하는 진짜 영화 같은 군비 확충으로 구 소련을 압박하던 시절 70의 노구를 이끌고 고르비의 초청을 받아 소련을 방문해서 핵 없는 세상과 인류의 생존을 외치며 전략핵무기 감축에 관한 고르비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햇습니다. 사생활에 있어서도 첫 이혼 이후엔 죽는 날까지 48년 동안 한 아내와 해로 했었구요.

스크린 쿼터제에 관한 안팎의 갈굼이 거세어지고 전세계를 획일화 시키는 헐리우드의 해악을 입에 거품 물고 씹어대면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입을 헤벌리고 있는 이중적인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펙의 모습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백인 영웅에 대한 미국언론의 지나친 호들갑도 분명히 들어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가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이런 영화, 배우에 푹 젖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나를 박애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단순히 내가 믿는 행위에 참여할 뿐이다.' - Gregory Peck (1916.4.5 ~ 20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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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517 진보누리 사이트에 올리신 글 >


경성 트로이카 -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누비던 그들이 되살아온다
+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ㅣ 2004년 8월 ㅣ 12,000원

다일사? 다시 보는 일제사..

어릴적, 교과서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했던 학생이라.. 나는 가르쳐 준 역사만 외웠고 그 속 영웅들을 교과서대로 존경했다. 그 외의 역사, 사람들은 내 인식 밖의 것이었다. 아니, 다른 게 있다는 것조차 짐작 못했다.

이 사회 주류를 삐딱하게 봤던 대학생 때, 선배들이 건넨 '다현사' (다시쓰는한국현대사) 제도권 교육의 시각을 정면으로 들이 받는 관점에 내 두뇌는 작은 진동을 경험했었다. 헌데 그 '다현사'에도, 내 선배들이 내게 건 넨 다른 책과 텍스트에도, ‘경성트로이카’와 ‘이재유’, ‘박진홍’ 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일제치하와 해방전후 사에서 사회주의 흐름은 김일성의 무장투쟁 정도 봤고 해방 후 남로당의 멤버였던 박현영, 김삼룡, 이주하 정도 이름만 스쳐 알 뿐이었다.

그렇게, <경성트로이카>는 소설이라기보다는 감춰진 ‘사실’을 펼쳐 보여준 역사책이었다.


경성트로이카..

트로이카.. 세 마리의 말이 동등한 힘을 갖고 이끄는 삼두마차라는 뜻이다. 이재유는 모든 활동가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자신과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고 따르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방식을 ‘트로이카식’이라 설명했었는데, 그것이 추후 조직의 이름이 되었다. (각잡고 살아야했던 그 엄혹한 시기에.. 무슨무슨 동맹이니 협의회가 아닌 트로이카라니.. 그 조직운영·활동원리 만큼이나 참 매력적이다! ^^)

이재유.. 나에겐 낯선 혁명가였지만, 일본제국주의자들은 구속과 탈출을 반복했던 그를 잡고 너무 기뻐 기념촬영을 했고, '집요흉악의 조선공산당 마침내 괴멸'이란 제목으로 그 날 호외까지 발행했었다 한다.

경성트로이카 멤버들은 일제 식민지하 경성(서울)에서 총칼이 아닌 노조와 파업이라는 무기로 일제에 저항했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대다수 우익 보수주의자들이 친일매국노로 돌아셨을때도 그들은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조선의 독립과 그후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자 노농대중에 뿌리내리는 실천을 했다.

총칼보다 무서운건 그걸 움직이는 사람의 손이고 억압과 굴레를 거부하는 사람의 인식이다. 한 명의 전사가 아닌 노동자, 농민을 주인으로 세워 내는 것.. 무장투쟁의 전사들보다 노동현장에서 실천 활동을 폈던 그들이 더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지금 우리 노동운동이 처한 현실 때문만은 아닐게다.


불굴의 신념.. 그 에너지는 무엇일까?

수도 없이 갇히고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기지를 부려 탈출을 감행하고 다시 잡혀 와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 희망과 신념의 에너지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작가 안재성은 그것을 이타심에서 찾는 듯했다. "고문과 감방 밖에 얻을게 없는 가혹한 일제하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이타적이고 선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라는 이재유의 생각을 빌은 표현과 프레시안에서 주최한 버스 노동자 안건모씨와의 대담에서 전태일이 자기연민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애정 때문에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바로 그것 때문에 죽었다"라는 말하는 부분에서도 그러하다.

이타심.. 진정 그럴까? 뭐라 답하기 자신없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는 나는 그 길을 가면서, 작은 성과로 더 내딛을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하고 가끔 좌절하기도 한다. 가끔 잠수도 타고 깽판도 부리지만, 그래도 뚜벅뚜벅 길을 걷는데서 오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거기서 느껴지는 행복감. 그런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아마 내 평생 풀어야 할 숙제지 않을까?


이 땅 노동자의 역사.. 그 사작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감히 ‘모범’으로 삼지 않는다. 내가 사회적으로 철이 들면서부터 혁명을 꿈꿔 본적이 없는 개량주의자여선지, 이 책을 통해 '활동가의 자세는 이래야 하는구나..불끈!' 하고 감동하진 않았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나보다 앞선 시대를 살며 일하는 사람을 역사의 주인으로 세우고자 그들을 조직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그 은폐 되었던 '사실'이 우리 노동자의 역사로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혹한 시대의 고통을 맨몸으로 감싸 안고 죽어 간 이들과의 약속이었다.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총칼조차 없이 조직과 파업이라는 무기만으로 일제와 싸운, 남은 것이라고는 고문과 질병 밖에 없음에도 항상 즐거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 고문 틀에 올라 피를 한 바가지씩 쏟아내면서도 유치장에서 만나면 서로를 끌어안고 웃어 주던, 불행한 시대의 아름다운 영혼들과의 약속이었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숨기려 했지만, 100년도 안되어 우리는 부당하게 잊혀지고 역사에서 사라진 이들을 현재로 불러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을 아는 것. 그것은 일하는 사람들.. 노동자의 역사를 인지하고 기억하는 시작이다.

당과 노조의 활동가라면 한국노동운동사 쯤은 공부해야할게다. (나는 이 책을 계기로 공부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소위 말하는 활동가, 우리 말고.. 이땅의 일하는 사람들.. 그 평범한 벗들에게 <경성트로이카>를 가볍게 권했으면 한다. 노동자 역사관 그 시작의 대중적 전파를 위해.


책을 덮고의 아쉬움..

이재유, 박진홍, 이현상, 김삼룡, 이관술, 이순금,이효정 등 그들은 일제시대에 활발했던 국내파 항일 사회주의 운동을 이끈 '뛰어난' 혁명가이자 활동가들이었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현장 중심의 실천 활동을 폈다는데, 그 노동현장의 모습이 내내 궁금했다. 그 뛰어난 혁명가들과 함께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했던 평범한 노동자들의 모습 말이다..

사회적으로 철이 들고부터 주류교육이 역사를 주로 '영웅'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는게 불편했는데, 경성트로이카도 거기서 못 벗어났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나의 오버인가? 책의 주인공이 불굴의 혁명가들일 수는 있어도 주인공들을 더 뛰어난 혁명가로 평가하게 했던 그들의 활동방식, 그들과 함께 노조와 파업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민중들의 투쟁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구체적으로 그려 놓았으면 소설로서나 노동자의 역사로서의 유의미성이 더 했을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 어쩌다가.. <연대와실천>에 쓰게된 서평(?)입니다..
요 글로 한분이라도.. <경성트로이카>를 읽고 싶거나 선물하고픈 맘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흑.. ㅡㅡ;;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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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618 우리모두 >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올리네요. '보스코프스키'님께서 칼럼방 구조조정의 사이에서(지금은 아닌가?) 이 칼럼방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 놓으셨군요. 대체 방장은 뭘 하고 있는 건지(술독에 빠져 있나...). 이번 주말에 좀 만나서 구박 좀 해야겠군요.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 글을 올려봅니다. 문답(問答) 형식으로 된 글이어서 이해가 쉽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자칫 소홀이 넘길 만한 부분에 대한 글입니다. (출처 : 네이버 N메거진)

호주제 폐지를 놓고 국회 및 여성부 등의 실질적인 움직임과 보도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에는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오해의 글이 오르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자주 범하는 호주제 폐지에 관한 9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뽑아 바로 알리고자 한다. 제대로 알고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례로 든 오해의 글들은 우먼타임스 독자게시판을 비롯해 여성부, 여성연합, 가정법률상담소,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모임, 호주제 폐지 찬성하는 사람들 카페 등에 게시된 것들이다. <편집자주>

1. 사회적 대혼란이 올 것이다

▶오해 : △ 외국이 국제적 표기 기준인 미터법 중심의 도량형 대신 피트나 쿼터, 갤론 등을 쓰는 것은 미터법으로 바뀌었을 때 들어가는 비용 등 대혼란을 우려해서다. 

△ 이름, 친척 관계 등에서 대혼란이 일어날 호주제 폐지를 구태여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나.

▶진실 : 변화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간의 비용지출도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겠다는 우리나라가 법에서부터 양성평등을 위배하는 것은 문제다. 그 때문에 유엔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관습에 영향을 받는 가족제도가 혼란스러울 만큼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혼가정의 자녀 등 소수에게만 당장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혼란을 느낄 만큼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2. 성(姓)에 대한 혼란이 올 것이다

▶오해 : △ 자기 맘대로 아버지 성(姓)을 따르다가 어머니 성을 따르다가 하다간 누가 친척이고, 누가 남인지 모르겠군요.

△ 만약 초등학교 때 김태영이란 이름의 학생이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해서 중학교 앨범에는 이태영이 되었다가 다시 고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해서 다시 박태영이 된다면 이 사람의 진짜 이름은 무엇이란 말인가?

▶진실 :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친권을 가진 이혼여성의 자녀나 재혼가정의 이전 결혼에 의해 태어난 자녀의 성이 무조건 강제적으로 어머니나 새 아버지 성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성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그럴 필요가 있을 때만 희망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또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자녀의 성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가능한 한 지켜주려고 하는 선진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법적 수준에 맞춰나가는 것이다. 이미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에서 친척 인지의 문제나 성이 자주 바뀌어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3.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가 파괴될 것이다

▶오해 : △ 이것은 멀지 않은,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가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에도 휘몰아칠 혼란의 예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아니면 둘밖에 없는 자식들의 새로운 출발에서 겪게 될 ‘성(姓)’ 선택의 논란의 시작입니다. 불화의 씨앗을 안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가정이 과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실 : 현행 민법상의 가족이란 함께 사는 친족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구성된 관념적인 가에 속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민법상의 가족은 현실생활의 가족과는 무관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호주와 가족’ 부분이 삭제된다는 것은 현실생활공동체인 가족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현행 민법에서 호주와 관련된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이를 제외한 민법의 제4편 친족편 중 총칙, 혼인, 이혼, 부모와 자, 후견, 친족회, 부양 부분에서 총체적으로 가족 관련 규정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족의 행복은 정부의 복지정책, 가족간의 사랑과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호주제에서 비롯될 리는 없는 것이다.

4. 호주제가 폐지되면 이혼율만 증가할 것이다

▶오해 : △ 이혼할 때 편리하고자 호주제를 폐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 이혼율이 세계 3위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견고하게 다져야 할 이유가 아닌가 

▶진실 :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호주제가 존재하지 않으나 가족과 가족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호주제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히려 우리의 호주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가 이미 폐지한 일본·스위스보다 높다. 호주제로 인하여 확대·재생산되는 가부장적 사고가 부부갈등을 조장하고, 가족해체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볼 때, 호주제가 폐지되면 평등한 부부관계·가족관계가 확립되는 계기를 마련하여 오히려 이혼율은 줄어들고 건강한 가정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 높다. 

5. 호주제는 일제의 잔재가 아니다

▶오해 : △호폐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호주제가 일제강점기(일제시대)에 일본이 들여온 제도라면 전시대에는 호주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융희 3년 3월에 민적법이 실시되고 민적법에는 호주 승계 조항이 있으니 이 주장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진실 : 호주제는 중국의 종법제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일 뿐 우리 고유의 전통은 아니다.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 중기까지 딸과 아들 사이의 상속분에도 차별이 없었다. 제사도 딸과 아들이 돌아가며 지냈으며, 외손이 제사를 모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아들만이 제사를 모실 수 있다든가, 제사의 승계를 통하여 가계를 계승한다든가 하는 관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후기 중국에서 받아들인 종법제가 강화되면서 아들만이 제사를 모실 수 있게 됐고, 제사를 통하여 가계를 계승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현행 호주제와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 오늘날의 호주 승계와 같은 제도도 없었다. 

일제는 호주제가 조선의 관습이라고 왜곡하면서 실제로는 1898년의 일본 명치 민법에 규정되어 있었던 호주제를 도입했고, 이는 식민통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현행 호주제의 모태는 1898년 일본명치민법의 호주제다. 

6. 근친간 결혼·성관계가 늘 것이다

▶오해 : △ 근친결혼이 공인된 거나 마찬가지라 근친상간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더욱 무분별한 무차별 섹스시대가 올 것이다.

△ 만약 결혼시 호적등본이나 제적등본에 생부의 성을 기재하고 혼인신고시 이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해도 예전의 동성동본금혼법을 어기고 결혼하는 것처럼 사문화될 것이기 때문에 호주제 폐지에 반대한다. 

▶진실 : 호주제의 존폐와 상관없이 신분증명제도로서의 호적은 필요하다. 그 때문에 호주제를 대신할 가족부제(기본가족별 편제방식)나 1인1적제(개인별신분등록방식) 등이 호주제 이후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부모가 누구인지 자녀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개인의 신분을 등록하고 증명하는 제도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몰라서 근친간의 결혼이 이뤄지는 등의 문제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또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남매간 성 관계 등을 우려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 엉뚱한 우려다. 

일본의 근친상간이 호주제 폐지와 관계 있는 듯 알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단지 일본의 성도덕 때문이며 일본 성산업이 이를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 역시 근친상간은 아주 희귀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7. 호주제 폐지된다고 여성인권 상승되나

▶오해 : △ 과연 폐지를 하면 여성들의 인권이 상승되는가하는 의문이 생기네요. 호주제와 여성의 인권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저는 의심이 생기네요.

▶진실 : 현행 민법상 호주 승계 순위(민법 제984조, 호주제 폐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아들-손자-딸-손녀(혼인한 딸과 손녀는 제외)-처-어머니-며느리의 순으로 규정하여 남자를 우선 순위로 하고 남자가 없는 경우에 2차적으로 여자가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미혼의 딸이 호주가 됐다 하더라도 혼인하게 되면 남편의 가(호적)에 입적해 호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딸에 의한 가(家의) 승계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대를 잇기 위해 반드시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아를 낙태하는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또 여성을 남성의 예속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부부의 평등권과 여성의 부모로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호주제는 법으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배한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는 법적인 여성인권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8. 폐지에 따른 절차와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오해 : △ 폐지하기 위한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 300억은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아님 이혼녀끼리 모을 건가요? 결국은 혈세겠군요? 

△ 호주제는 우리 법률체계의 아주 기초적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신분과 가족관계를 공시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그래서 모든 법률이 호주제도에 기초하여 법률을 정비하였지요. 그러나 일부 우매한 여성들의 주장은 우리 법률체계를 바꾸자는 얘기나 다름이 아닙니다. 

▶진실 : 현재 호적제도는 전산화되어 있다. 따라서 호적 편제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호적 전환이 용이하다. 대법원이 연구 조사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가족부제(기본가족별 편제방식) 또는 1인1적제(개인별신분등록방식) 중 어떤 형태로 전환되더라도 전환하는 시간과 비용은 동일하다고 한다. 대략적으로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24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성부는 “우리 가족제도와 사회를 민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용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NEIS를 구축하는 데 1조원이 들었다고 하며 호주제 폐지로 인한 비용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오해다. NEIS는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새로 만든 것인 반면, 호적제도는 이미 모든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분류만 새롭게 하면 되는 것이다.

9. 외국에선 아버지 성 쓰기가 일반화돼 있다

▶오해 : △ 부계혈통 사회와 가부장적 사회를 동일하게 보십니까? 아버지 성을 이어받도록 되어 있는 것은 양성평등을 억압하는 것입니까? 남편의 성을 쓰고, 아버지의 성을 사용하는 미국 사회는 뭡니까? 

▶진실 : 미국에는 아버지 성을 따르는 관습이 현재도 있으나, 법적으론 대부분의 주에서 성은 부모의 협의에 의해 자유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 일본도 1991년 바뀐 민법이 부모 성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 외에 독일은 자녀의 성은 부모가 선택할 수 있되, 자녀의 출생 1개월 이내에 합의가 없으면 후견재판소가 부모의 일방에게 결정권을 주도록 법에서 규정(1993 민법)하고 있다. 중국도 1980년 혼인법에 따라 부모의 성씨 중에서 한 쪽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보완했으며, 전혀 다른 성을 써도 무방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가 법적으론 부모의 성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에게 있어 호주제 폐지는 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법적인 평등정신을 구현하는 것뿐이다. 어떤 성씨를 쓸 것인가는 부부간의 협의로 이뤄지므로 대개의 부부는 남편 성을 그대로 쓸 것이다. 

답글 참조 : 여성부, 호주제폐지운동본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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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누리 사이트에 올리신 글 20030510 >

예전에 누리까페에 그에 관한 글을 올린 적도 있기는 한데, <빌리 엘리어트>란 영화는 아마 보신 분이 많을 줄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이고, 얼마 전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도 눈물이 날 뻔해서 울음을 겨우 참았었지요. 줄거리를 얘기하는건 정말 싫어하는 일이어서, 간략한 상황만 말씀드립니다.


탄광촌 출신의 빌리 엘리어트라는 소년이, 광부인 자기 아버지와 함께 발레를 가르치는 왕립학교(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에 입학하기 위한 오디션을 치르러 런던에 도착합니다. 당시는 대처가 집권하여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지던 시기였고, 빌리의 아버지 역시 파업에 동참하고 있었지요. 빌리는 오디션을 치르지만, 자기가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홧김에 자신을 귀찮게 구는 한 남자아이의 얼굴을 갈겨버립니다. 그로 인해 빌리와 빌리의 아버지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훈계를 받는 처지가 되죠. 훈계를 마친 심사위원들이 빌리의 아버지에게, 발레에 관심이 있느냐는 따위의 질문을 던집니다. 평생 석탄만 캐고 살아온 빌리의 아버지야, 발레를 볼 기회도 거의 없었겠죠. 그는 멀뚱거리며 얼빵한 대답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빌리에게, 춤을 추면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묻습니다. 빌리, 머뭇대다가 '춤을 추면 날아갈 것 같고 .. 어쩌고저쩌고..' ..

대화를 마치고 일어서는 그들의 뒤에다 대고,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말합니다. "엘리어트 씨, 파업이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 심사위원이 누굴 놀리는건가 생각했었습니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


그 때, PC 통신 상에서 제가 있던 한 영화모임에 하종강님께서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하종강님은 빌리 엘리어트에 대해 글을 쓰면서, 그 장면에 관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것은 결코 조롱이 아니라고. 그런 말을 조롱으로밖에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사회의 시민 의식의 천박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것은 조롱이 아니라, 한 시민이 다른 시민에게 보여주는 연대의 표시라고 .. 저는 그 말을 듣고,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왕립학교의 입학시험 심사까지 맡을 정도라면, 결코 가난한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식으로 말하자면, 강남에 몇십평짜리 집과 차 두세대는 갖고 있는 부르주아에 가깝겠지요. 하지만, 상상할 수 있습니까? 벤츠를 타고 가던 사람이 옆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는, 차의 창문을 열고 '힘내십시오!'라고 외친다는 것을 말이지요. 고급 와인을 마시면서도 노동문제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요. 저는 그런 행동들을 굳이, 모두 모순으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고 봅니다. 노동자들의 아픔에 연대하기 위해 그들이 꼭 와인 대신 소주를 마시고, 벤츠 대신 티코를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그들이 자신의 부유함을 누리는 것을 비판하는기 보다는, 자신의 부유함을 위해 남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만 파묻혀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버리는 것을 비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풍족한 생활에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는 것 역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저는 그 모든 행동을 '연대'라고,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우리모두에 이명원님이 올린 글 중에, 김현이 김지하에게 했다는 말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 "나는 프롤레타리아가 될 수 없어. 난 대신 성실한 부르주아로 살다가겠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에, 미약하나마 연대와 지지를 보냅니다.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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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님 글은 20030422 진보누리 게시판 메인글.  내가 생각하는 좌우, 보진 개념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물론 이사람이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썼다.^^
이호곤 님 글은 20030424 진보누리에서 발견 >



[주대환] 한국사회에 왼쪽의 이념은 존재하는가?

무엇이 왼쪽이고 무엇이 오른쪽인가? 그 답변은 항상 사회 상황과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져 마땅할 것이다. 비근한 예로 국가사회주의로부터 자본주의로 전환해가던 90년대의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왼편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국가사회주의를 고수하고자 하던 사람들을 왼편이라고 해야 할지 헛갈렸던 적도 있다. 그것은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타파하든지 고수해야 할 현상(現狀)이고 오히려 자본주의가 지향하든지 거부하든지 해야 할 그 무엇이었던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군사적 개발독재의 시절, 또는 그로부터 정상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로 나아가는 과도기였던 시기에는 그런 변화를 주장하는 쪽이 왼쪽이고 그런 변화를 거부하는 쪽이 오른쪽이었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이 진보파로 인식되고 극우 파시스트들이 보수파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는 사회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은 구분되지 않은 한 덩어리였으며, 따라서 진보와 개혁은 혼동되고, 무엇이 진정한 진보인지 무엇이 진정한 보수인지에 대해서 지식인들이 말하는 것과 대중이 말하는 바가 달랐다.


지금 우리나라는 15년 간의 민주화 과도기를 막 벗어나 정상적인 국민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비로소 그런 개념적 혼란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자본주의라는 세계사의 한 시대에 통용되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듯하다. 조만간에 우리나라에서도 진보는 사회주의자, 보수는 자유주의자를 정확하게 가리키게 될 것이다.


정상적 국민국가가 아니었던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오른쪽도 없었고 진정한 왼쪽도 없었다. 파쇼적인 개발독재를 벗어나고자 하면 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구분 없이 모두 개혁이었으며 모두 진보였다. 우리나라 언론이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진보로 인식되고 분류되는 입장들은 사실상 일반적인 현대 민주주의나 인권의 범주, 아니면 우리나라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찬성하면 진보라고 분류되었으나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해야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할 때 극우적, 시대착오적 사고를 고집하는 자들이 보수를 자처하는 이상한 양상이 나타났고 사회 전반의 흐름보다 뒤쳐진 이러한 정치권의 추세를 사회 전반의 흐름으로 오인하여 추수한 데서 지난 대선 시기 이회창이나 이인제의 실패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보수의 주류를 차지하지 못하고 보수 가운데 가장 오른편, 극우적인 부분, 아니면 반동적인 부분을 자기 색깔로 받아들임으로써 낭패를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대변하고자 했던 부르주아지의 주류가 이미 내버린 색깔로 승부를 보고자 설쳤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친(親)조선로동당이면 왼쪽이요, 반(反)조선로동당이면 오른쪽이라고 생각하는 오랜 습관도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은 5, 60년 전의 상황에서 비롯된 사고 습관인 것이다. 조선로동당이 모든 정치철학적 가치판단의 기준이라면, 그리고 조선로동당이 곧 왼쪽이라면 조선로동당이 훌륭하면 왼쪽도 훌륭할 것이고 조선로동당이 아름답지 못하면 왼쪽도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단된 지 50년, 남북한이 각자의 길을 간지 오래되어 조선로동당이 남한 사회에서 진리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런 사고 습관을 애초부터 가지거나 물러 받은 세대가 5, 60대 이상이니 2, 30대에게 조선로동당이 더 이상 진리의 기준도 아니고 좌우의 기준도 아닌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회창과 이인제의 실패는 그런 사고 습관이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모든 ‘진보’를 친조선로동당으로 몰아붙여 쉽게 무찌르고자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사실 김용갑 같은 사람들은 이회창의 표를 많이 깨었다. 이회창이 만약 김원웅을 앞장 세웠다면 노무현이 이회창을 이길 수 있었을까? 부르주아지의 특정한 분파가 아닌 계급 전체의 입장은 이제는 자유주의자를 원하는 것이다. 재벌은 노무현을 거북하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부르주아 계급 전체는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이회창을 거북하게 느끼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반국가단체인 조선로동당을 찬양하는 일체의 언행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행동이니 만약 친조선로동당이 왼쪽이라면 남한에서 왼쪽은 존재하기 힘든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민족주의에 기대어 용케도 친조선로동당도 존재하고, 반조선로동당을 기치로 한 가짜 오른편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을 일당 독재로 통치하고 비현실적 정책으로 수십만 백성들을 굶겨죽인 조선로동당을 지지하는 어떤 세력도 결코 진보가 아니다. 한총련이나 한총련 출신 주사파 운동권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그들은 극좌파도 아니다. 촌스런 민족주의자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반조선로동당을 깃발로 하는 조갑제 같은 사람들은 조선로동당의 그림자 같은 존재이니 조선로동당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존재들이다. 그들 역시 일관된 극우파도 아니다. 분단국 남한에서는 이렇게 이념 스펙트럼이 이렇게 모두 왜곡되어 있었다. 진정한 극좌파 아나키스트들이나 진정한 극우파 파시스트들도 모두 이제야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진정한 좌파 사회주의자도 우파 자유주의자도 이제야 자기의 정체성을 인식하거나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누군가를 반대하는 것을 자기의 존재의 이유로 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한국은 OECD 회원국이고 스페인 수준의, 부분적으로는 이탈리아 이상의 경제적 발전을 이룬 나라로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갈 예비군으로서 정치적으로도 이제 선진국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럽식으로 진보와 보수의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들이 무지개처럼 나타나는 가운데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양대 정당이 중심을 잡는 그런 정치구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보다는 미국식으로 전반적인 자유주의 우세의 지형 속에서 자유주의의 두 분파가 양대 보수 정당을 형성하고, 사회주의적 진보파는 자유주의 좌파 정당에 포섭되거나 아니면 그를 통해서 주장을 드러내는 정도로 그치고, 마찬가지로 파시스트 극우파들도 자유주의 우파에 포섭되거나 그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낼 가능성이 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정치철학의 흐름을 놓고 자유주의의 흐름을 오른편, 사회주의의 흐름을 왼편이라고 부르는 세계사 서술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좌와 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두고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각기 다른 전망을 제시하고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점점 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장하성 교수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 책임자들에 대해 “경제팀 개혁 간 데 없고 안정만 남았다.”고 비판한다. 장하성 교수는 진정한 자유주의자로서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하성 교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좌(左)인가 우(右)인가? 장하성 교수는 우(右)다. 진정한 우(右)인 것이다. 자유주의적 개혁을 부르짖는 자들은 이제 ‘보수’라고, 보수 내의 개혁파라고 불러야 한다. 유시민은 스스로 자유주의자를 자처하고 있거니와 새로운 우파, 진정한 우파의 이론가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문성근과 명계남과 유시민과 강준만, 그들이 진정한 우파인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부유세를 신설하고, 간접세를 줄이고 직접세를 늘이고, 상속세나 재산세율을 높이거나 엄격한 법률적용으로 재산과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더 많이 걷은 세금으로 복지 예산을 크게 들이자는 주장을 한다. 그들은 또 군비를 축소하여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그들은 노동조합에 보다 많은 자유와 권한을 주자고 주장한다. 그들이 왼쪽이고 진보파인 것이다. 그들은 유럽의 진보정당들이 주장하고 실천해왔던 정책들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의 진보파들에게 지난 대선은 참으로 의의가 크다. 부유세라든지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슬로건이 진보의 내용을 채우고 진보의 정체성을 대중적 차원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이른바 ‘운동권’의 이데올로기적 공백을 메우고 있던 국가 사회주의적 ‘맑스-레닌주의’의 환상을 벗어나 한국의 사회주의자들, 좌파는 이제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사의 우여곡절 속에 좌파 이념들이 상호 교배와 생식을 거듭하고 진화를 거듭하여 나타난 현대 사회민주주의, 유럽 진보정당들의 이념과 정책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내건 슬로건과 정책들은 유럽 진보정당이 이미 이루어 놓은 것들이다. 유럽의 노동자에게 사회주의는 더 많은 세금과 더 많은 복지 예산을 의미하고, 실업과 산재와 질병과 노후생활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보장을 뜻한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보다 진지하게 사회민주주의적 정치철학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에서 ‘진보’도 대중적 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의 선전(善戰)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자본주의와 한국 사회의 발전 단계와 그 모순이 바로 사회민주주의적 평등 이념과 정치철학, 그리고 사회민주주의적 정책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과 연대의 정신이야말로 오늘의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더욱 절실하다.


사회민주주의는 현대의 대승불교다. 삼국시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승 불교를 열렬하게 받아들여 세계적 수준의 나라를 만들고 통일을 이루었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민주주의를 받아들여 세계적 수준의 나라를 만들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고백한다면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하다고 나무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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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곤] 어느 노무현 지지자의 물음에 답하며...


민주노동당은 ‘보수개혁주의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
-어느 노무현 지지자의 물음에 답하며-



얼마전에 나는 정치학 박사과정의 한 노무현지지자를 만났다. 그는 대통령선거전의 어떤 모임에서 권영길후보를 지지하는 박사과정의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였지만, 권후보의 지지자가 자신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일제식민지체제 시기를 예로 들자면,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무력 통치에서 문화통치나 제한적인 조선인의 자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한편 식민지체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 조선사람들에게 덜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당시로는 불가능해보이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요.
이처럼 식민지권력 자체를 해체하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식민지권력을 합리적으로 행사하라는 문화통치나 자치를 위한 운동만 벌이라고 하면 조선의 독립은 없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노무현후보에게 당신이 투표한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수구세력이 지배하는 소수독점체제를 조금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개혁하면, 많은 사람들이 덜 고통스러워하니까요.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여전히 아프고 힘들어 할 사람들이 있지요. 모두 다 당신처럼 노무현에게 투표하면 그들을 대변하는, 소수의 지배세력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남한의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당, 진보정당의 미래는 없는 거지요.”

그는 선거전에 나를 만났다면 투표를 달리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나는 한마디 덧붙였다.

“최근에 내가 책에서 읽은 것을 약간 바꾸어 비유를 해볼까요. 굽은 절벽 길에 사람들이 급히 차를 몰다 자꾸 떨어졌습니다.
마음씨 착한 사람들은 구급차를 대기시켜놓고 그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그런데 일부의 사람들은 절벽에 울타리를 치자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다니지 왜 차를 타고 다니느냐고 합니다.
벼랑길에 울타리를 쳐도 급히 차를 몰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생기니 어떤 사람들은 아예 안전한 새 길을 내자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 사람들은 사회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불행의 원인보다 결과에 대한 처방을 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사람들은 ‘현실적’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보다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것, 부분적 예방책을 찾는데 주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주로 민주당의 개혁파와 개혁적국민정당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사람들은 사회제도보다는 개인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반문명주의자나 소규모 공동체운동에서 많이 보이는 정치적 냉소주의자들입니다. 네 번째 사람들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없애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사회제도를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나 같은 민주노동당의 당원들 입니다.
저는 이런 네가지 노력들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다 소중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여기서 말한 다양한 역할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사회사업을 돕기 위한 성금을 내거나 저소득층 방과후학교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부분적 개혁, 개량을 위한 활동을 하고 노무현정부의 개혁을 지지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건강하고 진보적인 삶을 살기위한 노력을 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누군가 사회사업, 부분적 개혁, 개인적 삶의 자세 바꾸기 등만으로 문제해결이 충분하다든지 각자 자신이 하는 일이 문제해결에 가장 중요하니, 나에게 새 길을 내는 노력을 그만두라고 한다면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겠지요.
새길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든지, 아직은 때가 아니니 기다리라든지, 새길을 내는 노력이 자신들의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든지 하면서 새 길을 내기위한 나의 노력을 유보시키거나 그 의미를 왜곡하려 한다면 저는 그것에 반대하여 싸웁니다. 앞의 세 가지 노력만 하다보면 저절로 새 길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새길을 내려는 노력이 앞의 세가지 노력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그러면 노무현의 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노무현, 유시민, 강준만 등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보수주의자이면서 개혁주의자입니다. 그들은 개혁을 위해 수구세력과 싸우지만 그들의 싸움과 개혁은 수구세력이 지배하는 권력과 체제 자체의 해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소수특권층의 권력이 합리적으로 행사되기를 바라고 특권층의 반칙과 부패를 개혁하려 하지만 특권층 자체를 없애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정치적 입장과 더불어 권력을 위한 욕망 때문에 그들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여러 문제들에서 보수의 힘이 센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의 편을, 진보의 힘이 센 사안에서는 진보의 편을 더 많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지기 전과 가지고 난 후의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그것이 보수와 진보의 어느방향으로도 일관되게 나아가지 않는 그들의 정치노선, ‘현실주의적 개혁노선’이 가진 유일한 원칙입니다.


그러므로 다수의 국민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개혁에 대한 전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노무현의 말과 행동, 실천은 한편으로는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대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열망을 보수적인 틀과 전망속에서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의료개혁 등에서 그의 개혁목표는 정치인, 재벌소유자, 학교장, 언론사 사주, 검사, 의사 등이 가진 권력을 제한하여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권력이 행사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혁은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 교육, 언론, 검찰, 의료 등의 문제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의 받고있는 고통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러한 보수적 개혁마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처리합니다. 해양수산부장관이 되기 전과 후 새만금에 대한 태도, 대통령 되기 전과 후의 미국에 대한 태도,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과 후의 교육정보화시스템 네이스에 대한 태도 등등 말로 하자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지요.


우리는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여 수구세력과 싸우는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수구세력과 타협하여 국민의 열망을 지금의 체제에 가두려는 그의 언행과 정책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노무현의 보수적 개혁에 대해 우리의 진보적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수구세력과 싸움을 하거나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사실 이러한 비판은 그들이 수구세력과 진정으로 싸울 의사가 있으면
자신들보다 더욱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들의 이러한 행동이 수구세력과의 싸움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들의 더 많은 개혁, 더 근본적 개혁을 위한 요구에 대해 ‘비현실적 또는 관념적’이라며 공격합니다. 이 점에서 그들은 수구세력과 같은체제의 수호자 역할, 보수주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합니다. 그들은 수구세력과의 권력경쟁을 위해서 또는 그들의 신념과 원칙에 의해서 수구세력과 싸움을 하지만 다른 한편 같은 이유로 그들과 협력하여 체제를 수호하고 진보세력을 억압합니다.
그들과 우리가 수구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에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남한사회의 미래와 권력을 놓고는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지지하는 네티즌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 사이의 논쟁을 보면 비판이나 논쟁의 초점이 ‘그들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에 가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나는 노무현이나 유시민과 같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들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그들 지지자들도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의도나 목적이 좋으냐 나쁘냐, 그들이 나와 같은 정서를 가졌느냐 아니냐, 개인적으로 친하냐 아니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정체성, 정치적인 전망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실제의 말과 행동, 실천을 통해 나타날 때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비판의 초점은 인간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아니라 그런 것들에 맞추어져야 합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시민은 좋은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가 87년 대통령선거에서 4자필승론을 이야기 한 것은 잘못이지요. 노무현은 좋은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가 김대중과 같은 미국식 정치, 경제체제를 향한 개혁을 하는 것은 잘못이지요. 파병을 결정한 것, 노동자들에게 불법파업엄단 운운하는 것 등도 물론 잘못이지요.”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다른 민주노동당원이나 당의 선전물에서는 제대로 볼수 없는지 물었다.

“사실 우리당도 그런 점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당간부들을 포함한 다수의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이 가져야 할 정치적 입장을 모든 정치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일관되게 적용시킬 만큼
계급적으로, 정치적으로 훈련되지 못한 탓이지요.
당의 신문이나 성명서, 논평, 특보 등이 나 당의 대중정치가들이 그런 것을 제대로 할만큼 우리의 역량이 성숙되지 못한 탓에 세련되게 당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에 전국민의 관심을 끈 검찰인사와 개혁에 관한 노무현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회에 대한 당의 논평이 있었지요. 노무현정부의 물갈이를 지지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혁방안이 없음을 비판하면서 몇가지 검찰개혁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인사위원회구성, 기소독점주의 폐해시정, 상명하복제 폐지, 검찰총장의 지위와 독립성 강화, 특검제 상설화
등등으로 우리당의 검찰개혁에 관한 입장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당의 전략적 사고가 묻어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정당의 논평이 한겨레 신문이나 개혁적국민정당의 논조와 별차이가 없지요.
우리의 검찰개혁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중립이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뿐만이 아닐겁니다. 자본과 노동, 권력기관과 시민들,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시장과 자본, 국가를 수호하는 검찰이 아니라 그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간적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는 검찰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의 불합리한 사회체제를 수호하는 일을 주업무로 하는 검사들, 공안사건과 시국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들이 주도하는
특권층화된 검찰의 해체이며 권력의 부폐와 불의를 엄단하는 반부폐검사, 약자들의 짓밟힌 권리를 찾아주는 민생검사들이 주도하는 평민화된 검찰의 건설입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검사의 수를 늘려 ‘격무에 시달리는 검찰’을 격무로부터 해방시키면서 검찰내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검사를 소수전문화하고 검찰의 중심을 민생검사와 반부폐검사들로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런 것이 남한사회의 다수 국민을 위하고 피지배민중의 입장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 요구해야 할 검찰개혁의 내용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검찰체제 자체를 뛰어넘지 않는 검찰개혁을 주장한다면 목표와 방향은 같은데 노무현과 개혁의 시간표만 다른 것이 되고 말지요. 그래서는 우리당이 ‘노무현은 혁명중’(오마이뉴스)이라는 말로 검찰개혁의 보수적 한계는 숨기고 그 의미는 과대포장하는 보수개혁주의자들의 선전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의 총선을 거쳐 노무현의 집권기간 내내 우리는 노무현의 개혁에 대해 어떤 태도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그럴때마다 그 문제가 파병결정이든, 철도민영화이든, 선거법개정이든, 교육문제이건 간에
우리당이 그들과 어떻게 다른 사상을 가졌는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즉, 그들이 존중하는 가치와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시장과 효율성, 약육강식의 경쟁, 개발과 성장 보다 인간적 요구와 인간 생명의 존엄성, 기본적 인권, 사회적 책임, 연대와 협력, 강자와 약자간의 정의로운 질서, 절제와 생태계와의 조화 등등을 대비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혁사안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다른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진보적 개혁에 대한 상을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노무현의 보수적 개혁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다수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에 대한 보수적 전망을 넘어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남한 민중 가운데 노무현의 보수적 개혁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계급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우리가 이런 차별성을 분명하게 보이지 못하면 우리는 노무현과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가졌지만 개혁에 대한 시간표만 다른 집단으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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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인구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답: 6%

2. 세계의 부에서 미국이 소유한 비율은?
답: 50%

3.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답: 사우디 아라비아

4. 석유 매장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는?
답: 이라크

5.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군사 예산은 얼마인가?
답: 9조 달러(USD) 이상

6. 이 중 미국이 군사 예산으로 지출하는 돈은 얼마인가?
답: 50%

. 미국의 군사 지출 중에서 전 세계 모든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곳에 사용될 비율은 UN에 따르면 얼마가 될 것인가?
답: 10% (미 군사 지출의 10%는 약 4백억 달러이다. 이 액수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 공격을 위해 필요하다며 요구한 액수이기도 하다)

8. 제2차 세계대전이래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몇 명에 이르는가?
답: 8천6백만 명

9. 이라크는 언제부터 화학무기와 생물학 무기를 보유했나?
답: 1980년대 초반부터

10. 이라크는 이 화학, 생물학 무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는가?
답: 아니오. 원료와 기술 모두 미국와 영국 그리고 몇몇 기업들이 제공해준 것이다.

11. 미국은 이라크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독가스를 사용한 것을 비난한 적이 있는가?
답: 없다.

12. 1988년 사담 후세인이 쿠르드 족의 도시 할라뱌(Halabja)에서 독가스를 살포해 죽인 사람은 모두 몇 명인가?
답: 5천명

13. 당시에 서구 몇 개국에서 이 행동을 비난했을까?
답: 한 나라도 없다.

14. 베트남에서 미국이 사용한 고엽제는 모두 몇 갤런인가?
답: 천7백만 갤런

15. 이라크와 9.11 테러 공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증명된 것이 있는가?
답: 없다.

16. 걸프전에서 사망한 민간인 숫자는 몇 명으로 추정되는가?
답: 3만5천 명

17. 걸프전에서 이라크 군대에 의해 사망한 서양 연합군의 숫자는 몇 명인가?
답: 한 명도 없다.

18. 퇴각하던 이라크 군인들 중에서 전면에 쟁기 모양의 기구를 장착한 미국 탱크에 의해 생매장을 당한 이라크 군인은 몇 명인가?
답: 6천 명

19. 걸프전이 끝난 후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남겨진 열화우라늄탄은 몇 톤에 이르는가?
답: 40톤

20. UN에 따르면 1991년에서 1994년 사이 이라크에서 암 발생률은 얼마나 증가하였나?
답: 700%

21. 1991년 미국이 파괴했다고 주장한 이라크 군 전력은 얼마인가?
답: 80%

22. 이라크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전쟁억지와 정당방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있는가?
답: 없다.

23. 지금 이라크가 10년 전에 비해 세계평화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가?
답: 아니오

24. 2002년과 2003년에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목숨을 잃게 될 민간인 숫자는 펜타곤이 예측한 바로는 몇 명인가?
답: 만 명

25. 이 중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답: 50%가 넘는다.

26. 미국은 이라크에서 몇 년 동안 공중폭격을 하고 있는가?
답: 11년

27. 미국과 영국이 1998년 12월부터 1999년 9월 사이에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가?
답: 아니오

28. 1998년 12월부터 1999년 9월 사이에 이라크에 투하된 포탄의 양은 얼마인가?
답: 2천만 파운드

29. 이라크의 수출과 수입을 철저히 제재하는 UN 결의안 661이 도입된 것은 몇 년 전인가?
답: 12년 전

30. 1989년 이라크에서 천 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사망하는 아이는 몇 명이었는가?
답: 38명

31. 1999년 이라크에서 신생아 천 명 당 사망하는 아이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131명 (이것은 10년 전에 비해 345%가 증가한 것이다)

32. UN 경제제재의 결과 1999년 10월까지 목숨을 잃은 이라크 인들의 숫자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백오십만 명

33. 1997년이래 경제제재 조치로 죽어간 이라크 어린이는 몇 명으로 추산되는가?
답: 칠십오만 명

34. 사담 후세인은 무기사찰단을 이라크 밖으로 내쫓았는가?
답: 아니오

35. 1998년 11월과 12월에 이라크에서 무기사찰이 이뤄진 것은 몇 번인가?
답: 300번

36. 이 중 문제가 된 무기사찰은 모두 몇 번인가?
답: 5번

37.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의 바아트 당(Ba'ath Party) 본부에 진입이 허용되었는가?
답: 예

38. 1998년 12월에 "이라크는 실제로 현대사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장해제되었다."고 말한 이는 누구인가?
답: 스콧 리터Scott Ritter, UN 특별위원회(UNSCOM) 단장

39. 1991년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조 능력은 1998년 UN 무기사찰단이 조사한 결과 얼마나 발견되어 철거되었는가?
답: 90%

40. 이라크는 무기사찰단이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할 의지가 있는가?
답: 그렇다

41. 1992년까지 이스라엘이 위반한 UN 결의안은 몇 개인가?
답: 65개 이상

42. 1972년부터 1990년 사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스라엘에 대한 UN 결의안은 몇 개인가?
답: 30개 이상

44.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가는 몇 개국인가?
답: 8

45. 이라크가 갖고 있는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없다.

46.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만 개 이상

47. 핵무기를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는 어디인가?
답: 미국

48.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탄두는 몇 개인가?
답: 400개 이상

50. "우리가 중요한 일에 대해 침묵을 시키는 날 우리의 삶은 끝나게 됩니다."라고 말한 이는 누구인가?
답: 마틴 루터 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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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유형별기도

옛적퍼온글 2011. 12. 31. 10:23
[도민영님 미니홈피]Virtuoso
작성일 : 2004.04.07


ISTJ
저를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도록 돌보아주십시요.
그리고 내일 아침 6시 41분 23초에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ISFJ
제가 좀 더 느긋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그 느긋함을 지키도록 도와주세요.

ISTP
제가 다른 사람의 정서를 깊이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비록 다른 사람들이 신경과민증 환자라고 해도 말이죠.

ISFP
항상 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나 제 부탁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구요.

INFJ
제가 완벽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런데 저 지금 어법에 맞게 기도하긴 한 것입니까?

INTJ
제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비록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쓸데없고 웃겨도 말이죠.

INFP
제발 제가 처음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내도록 도와주... (-_-)zz...

INTP
제가 너무 독립적으로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나 내가 갈 길은 알아서 가게 내버려 주기를 바랍니다.

ESTP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도와주세요.
비록 그 행동들이 내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요.

ESFP
제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회식자리나 나이트마저도요.

ESTJ
제가 자꾸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나 바쁘면 말씀만 하세요. 즉시 출동해서 끝장내겠습니다.

ESFJ
저에게 인내를 주세요.
그러나 제 소원 이왕 들어주실거면 지금 당장 들어주세요.

ENFP
제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어, 저기 새가 날아가네!

ENTP
제가 오늘은 계획된 대로 살게 해 주십시...
어, 아니야. 잠깐만. 딴 일 없나?

ENFJ
제가 할수있는것만 하고 나머지는 남에게 맡길수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런데 이 기도도 스케줄 다이어리에 적어놔야겠지요?

ENTJ
제가 하는 모든 것, 다, 왕창, 무조건 급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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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04월20일 두리한의원 홈피 >


공자가 그랬답니다. 나는 지금까지 먹는 것과 섹스를 좋아하는 것만큼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이어지는 말은 안회를 칭찬하는 말이라는데, 아무튼 섹스, 좋죠. 좋고 말고요.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섹스와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몇 꼭지의 좋은 글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섹스와 마찬가지로 좋은 글이란 것도 다른 이들의 평판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이들의 관람 하에 섹스를 나눠야 흥분한다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충족감이 우선이며,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내 자신의 글은 많지 않습니다. 섹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글쎄... 어떠신가요? 되돌이켜 생각해봐도 좋은 그런 섹스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지 않을 겝니다. 좋은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무작정 써내려간 것들이기 쉽습니다. 자료를 찾고 적당한 근거나 논리를 수색해서 억지로 짜낸 글들이 좋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들은 언제나 적당한 예증과 풍부한 글장식과 리듬을 탑니다. 섹스에서 리듬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입에서 휘파람이 불엊는 법이지요.

어제 늦은 밤, 대형 할인매장에서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렸습니다. 제겐 화를 낼만한 이유가 있었고, 해서 내가 쏟아붓는 화를 상대는 그저 수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아내는 내내 침묵했습니다. 아마 제가 쏟아내 부린 화의 크기에 압도당했을 지도 모를 일이고, 괜히 건들지 말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전 화가 나면 정말 무섭거든요.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입쇼. 내가 가끔 썼던 좋은 글들처럼 화도 마찬가지일 게다. 분노의 감정이 치솟는데, 그 감정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를 내는 데 절제가 있어야 하고, 기왕이면 유머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물론 깔끔하게.

좋은 글이나 좋은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달아오르는 고조기와 마무리에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운이 있어야 하며, 끝을 곱씹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쏟아붓는 글이나 배설을 위한 섹스가 공허한 것처럼, 화내기도 어떤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섹스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글쓰기는 고통이 전제되거나 수반됩니다. 화를 내는 것은 자기에게도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는 폭력적인 행위입니다. 김수영이 고백했듯, 갈비탕에 갈비가 몇 점 들어 있지 않다고 부리는 화는 자제될일입니다. 더 크고 멋진 화내기를 위해서. 글도 섹스도 절제와 온축이 전제되지 않는 것들은 무의미하다는 뒤늦은 감회가 드는 밤입니다.

제목이 갈수록 섹시해지죠? 내용도 없으면서 ㅋㅋㅋ.
평안하소서들.
낡모 드림.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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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두 또는 두리한의원 홈피...(어쩌면 둘 다?)...에 올리신 글>

그렇지 않은 병도 꽤 있습니다만, 대개의 병은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역설이지만
아프다는 사실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무생물은 아프지 않습니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거나 오랜 노동으로 등이 결리거나 요추간판이 빠져나가 허리가 아프거나 실연을 당해 가슴이 아프거나 아무튼 아픈 당신은 살아 있습니다. 당신이 아파하는 그 자체로 당신은 치료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겁니다. 수술은 잘 됐는데 환자는 죽었다면 대체 그 의술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아픈 당신은 희망을 가지기 바랍니다. 아프다는 것은 나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니까.

병은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병은 기생체이고 환자는 숙주라고나 할까요. 숙주를 죽이는 기생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 우엇이 사람을 죽일까요. 그것은 두려움과 체념일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무당의 말을 듣는 환자는 고칠 수 없다고 이천년 전에 화타란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한 의사 용한 점쟁이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환자의 마음상태는 그 근저에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내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고통이
지속된다는 두려움, 나는 나을 수 없다는 두려움.

체념도 사람을 죽입니다. 나는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체념이거나 나는 나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는 틀림없이 병을 악화시킵니다.
두려움과 체념은 지배자들이 대중을 길들이는 방식이지만, 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아픈 분들은 두려움과 체념이란
달콤하고 나른한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많이 알수록 병을 고치기 쉽고,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아픈 당신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것입니다. 자기를 믿으십시요.
의사를 믿고 신뢰하시되 그에게 전적으로 자기를 맡기지 마십시요. 병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의사는 당신의 치료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비슷한 길을 다른 이들과 함께 다녀본 겅험이 있는 자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길안내자일 따름입니다. 확률상 그가 권하는 신발이 최선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그 신발을 받아들 것인지를 결정하고 결국 신고 걸어갈 사람은 당신이지 제가 아닙니다.

평안하십시요.
낡은의자 드림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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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가사 여자편 --아줌마 닷컴의 '프리즘'님 원작이라십니다.

저번제사 지나갔네 두달만에 또제사네

내눈내가 찔렀다네 어디가서 말못하네

할수없이 그냥하네 쉬바쉬바 욕나오네

지갑열어 돈냈다네 중노동도 필수라네

제일먼저 두부굽네 이것쯤은 가비얍네

이번에는 나물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시간 전부치네

부추전은 쉬운거네 스물댓장 구워냈네

배추전은 만만찮네 이것역시 구웠다네

동그랑땡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김치전도 굽는다네 조카넘이 먹는다네

기름냄새 진동하네 머리카락 뻑뻑하네

허리한번 펴고싶네 한시간만 눕고싶네

그래봤자 얄짤없네 입다물고 찌짐굽네

남자들은 티비보네 뒤통수를 째려봤네

주방에다 소리치네 물떠달라 지랄떠네

속으로만 꿍얼대네 같이앉아 놀고싶네

다시한번 가부좌네 음식할게 태산이네

꼬치꿰다 손찔렸네 대일밴드 꼴랑이네

내색않고 음식하네 말했다간 구박이네

꼬치굽고 조기굽네 이게제일 비싸다네

맛대가리 하나없네 씰데없이 비싸다네

남은것은 장난이네 후다다닥 해치우네

제삿상이 펼쳐지네 상다리가 부러지네

밥떠주고 한숨쉬네 폼빨역시 안난다네

음식장만 내가했네 지네들은 놀았다네

절하는건 지들이네 이내몸은 부엌있네

제사종료 식사하네 다시한번 바쁘다네

이내손은 두개라네 지들손은 졸라많네

그래봤자 내가하네 지들끼리 먹는다네

부침개를 썰어놓네 과일까지 깎아놓네

이제서야 동서오네 낯짝보니 치고싶네

윗사람이 참는다네 안참으면 어쩔거네

손님들이 일어나네 이제서야 간다하네

바리바리 싸준다네 내가한거 다준다네

아까워도 줘야하네 그래야만 착하다네

남자들도 일한다네 병풍걷고 상접었네

무지막지 힘들겠네 에라나쁜 놈들이네

손님가고 방닦았네 기름천지 안닦이네

시계보니 열두시네 내일아침 출근이네

피곤해서 누웠다네 허리아파 잠안오네

뒤척이다 일어났네 욕할라고 일어났네

컴터켜고 글쓴다네 그래봤자 변함없네

다음제사 또온다네 그때역시 똑같다네

짐싸갖고 도망가네 어딜가도 살수있네

아들놈이 엄마찾네 그거보니 못가겠네

망할놈의 제사라네 조상들이 욕하겠네

그렇지만 힘들다네 이거정말 하기싫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

십년동안 이짓했네 사십년은 더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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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남자의 답변입니다. 작자 미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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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니 추석이네 돈나갈일 태산이네

챙겨줄놈 졸라많네 챙겨주는 놈은 없네

달력보니 연휴짧네 가고올일 지옥같네

하루월차 내려다가 부장한테 작살났네

전날까지 야근하네 안그러면 연휴없네

헉헉대고 집에오니 마누라눈 시퍼렇네

지도책을 들고오네 다이어리 딱펴놓네

다짜고짜 물어보네 친정집은 언제 가누

우리집은 대구일세 처갓집은 부산이네

연휴보니 사흘일세 대가리가 터져나네

새벽같이 집나서네 귀성전쟁 참전이네

난 늙어서 서울사네 고향낙향 안할 거네

망할노무 귀성전쟁 대를 이어 할 순 없네

대전 오니 여섯 시간, 대구 오니 여덟시간

오자마자 마누라는 앞치마를 둘러대네

뒷모습이 측은하네 고생문이 훤하다네

집에서는 꽤나돕네 고향 집선 어림없네

핑계없는 무덤없다 매도하면 할말없네

내마누라 중노동에 맘편할놈 뉘있는가

신혼초에 외쳤다네 남자들도 일을하자

댓바람에 혼났다네 발로 밟힐 뻔했다네

마누라는 왕따됐네 그 주범은 여자였네

울어머니 시어머니 우리누나 우리동생

창졸간에 마누라는 꼬리달린 여우되고

삽시간에 나란놈은 바보온달 되었다네

남자들이 모였다네 차례 대충 지낸다네

그 다음엔 뭐하는가 불을 보듯 훤하다네

군용모포 깔려지네 기계들이 돌아가네

오고가는 현찰 속에 가족정이 싹트는데

이야기꽃 피는 중에 밸꼴리는 꽃도피네

아무개는 집을 사서 앉은채로 수억 벌고

눈먼돈을 챙겨먹은 아무개도 자랑일세

에쿠우스 몰고와서 어깨힘준 사촌동생

작년에는 저새끼가 프라이드 몰았는데

쉬쉬소문 듣자하니 정권실세 친구라네

호남정권 학을 떼는 여기는 대구지만

그래도 에쿠우스 지역감정 능가하네

에쿠우스 옆에있는 엘란트라 내 차라네

사촌동생 옆에 있는 내모습이 저러겠지

하는김에 계속하세 내친김에 뿔을 빼세

고도리는 주식같네 결국에는 밑천싸움

어느놈은 자리좋아 광만팔아 짭짤하고

나란놈은 개미군단 크게나야 3점이네

한탕한번 해보려고 못무도고(go) 불렀다가

아작났네 깡통찼네 고도리에 쓰리필세

하도하도 열받아서 부엌대고 소리치네

과일은왜 소식없나 근엄하게 외쳤다네

다소곳이 고개내민 마누라가 손짓하네

잠깐이리 오사이다 목소리는 나긋하나

뒷마당에 나갔더니 기관총이 난사되네

손이없니 발이없니 일하는 거 안보이니

나는이짓 좋아하니 어따대고 과일타령

내두손은 두발됐네 내 지문은 사라졌네

날카롭게 물어보네 돈잃었니 아님땄니

지난번에 주식계좌 깡통찰때 기분이네

할수있나 이실직고 머리부터 조아리니

마누라의 대성일갈 천지일월 진동하네

도대체가 하는 잃이 왜 그렇게 띨띨하니

하지마란 주식으로 십년적금 털어먹고

이제설랑 고도리로 선물자금 탕진하니

밑천많고 수완좋은 사촌동생 면전에서

무릎꿇고 빌었다네 개평쫌만 돌려다구

그자식이 개평주며 농담같은 진담하네

형님형님 앞으로는 못낄판은 끼지마소

능력없는 사람이랑 적게먹고 적게싸소

처갓집에 가야된다 부모님께 고하는데

울어머니 입술가가 하늘위로 올라가네

지난설도 갔었는데 그곳에를 또가느냐

지난설이 아니오라 2년전의 설입니다.

이번에는 곤란하다 선산벌초 누가 하나

이번에는 안됩니다 벌초는왜 나만해요

저기있는 사촌동생 저새끼를 시키시죠

저아이가 선산보수 비용댄거 모르느냐

피눈물이 절로나네 아내보기 두렵다네

여보여보 미안하네 처갓집은 담에가세

지금이나 옛날이나 없는놈은 서럽다네

있는 것이 없노라면 몸으로나 때워야지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으랬나?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없어져라

명절이란 사람들이 즐겁자고 만든것을

명절오면 머리아픈 그 명절이 명절인가

골병이든 마누라는 옆자리서 코를 골고

알이배긴 내어깨는 핸들겨우 잡고 있네

그리해도 나는 아네 6개월뒤 설날에도

우리는 갈 것이네 고향찾아 명절쇠러
Posted by taic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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