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8 우리모두

나는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이다. 국민학교를 다녔으니까..
아마 1, 2학년 때로 여겨지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짜장면과 라면을 먹으며 굉장히 행복한 한순간을 보낸 적이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우산을 쓰고, 학교에서 5~10분(지금, 다 큰 내걸음으로 말이다.) 정도 걸리는, 당시 살던 아파트 입구를 지나 입구에서 또 1분 정도 지나면 서 있는 상가 옆을 지나는데 어머니께서 우산을 쓰고 나오셨다.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환한 얼굴로 오셔서는 내 손을 잡고 상가건물 1층에 있는 반점에 데리고 가신 거다. (아님 내가 끌고 갔던가? 하여튼 가물가물한 기억이니......)
다른 건 기억에 없고^^ 굉장히 맛있게 7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는 것만 머리속에 남아있다.(그러타! 그땐 짜장면이 700원이었다. 계란도 있었고 오이도 있었던...얼마전 한 중국집에 들어가서 짜장면 시켰더니 노른자 긁어낸 계란 찐 게 턱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썩을.ㅠ.ㅠ)

또 한 번도 비오는 날에 집에 왔을 때였다. 긴가민가한 기억 더듬어 보면 1,2학년 때는 유난히 점심을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주로 해피라면, 거기 더해서 일번지라면. 그러고 보면 그 두 라면은 지금 생각해도 맛이 괜찮다. 다시 안 나오나...)
하여튼 그 비오는 날 어머니께서 계란 넣은 해피라면을 끓여 주셨는데 비오는 날 특유의 기분좋게 싸늘한(물론 몸상태가 좋을때 기분이 좋다는 얘기다.) 공기를 활짝 연 창문을 통해
느끼며 또 비오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그렇게 먹었던 따끈따끈한 면발과 국물(아마 김치도 옆에 있지 않았을까?) 맛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진수성찬이 안 부러웠던 '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성치가 [식신]에서 음식기업 회장 하다가 쫓겨나서 굶주리며 떠돌다 어느 포장마차 요리사(막문위)의, 대충 만든 음식을 먹고는 울먹이며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할 때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위의 두 기억 덕분일지도.

하기야 내가 요즘에 내리는 비를 보며 따끈한 요리(가능하면 면 종류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은, 
그 최우선은 어머니가 아니지만(불효자식 용서하소서. 그래도 가끔은 생각합니다요.)
그래도 그 확실하지도 않은 기억이 못내 따뜻하다......또는 따뜻한 뭔가가 마음속에 있었으면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기억'하는지도.(역시나 기억은 기록을 대신할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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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09 우리모두

한때 톰 클랜시의 테크노 스릴러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첨단 무기체계와 군사/정보 조직의 활약을 잘 섞어놓은 소설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개중 어떤 것은 사서 읽기도 했습니다.(대부분은 도서관에서^^)

이번 공포의 총합(벤 애플랙과 모건 프리먼 주연, "썸 오브 올 피어스(직역하면 공포의 총합)"의 원작이기도 하죠.)도 읽었던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남아 있습니다만

그러고 보면 톰 클랜시의 소설은 미국의 적이라고 인정되는 국가/정치세력을 소설 속에서 하나씩 격파^^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구소련(붉은폭풍 / 붉은10월 / 크레믈린의 추기경),  IRA(패트리어트 게임), 콜롬비아 마약조직(긴급명령), 아랍테러단(공포의 총합 또는 베카의 전사들), 떠오르는 경제강국 일본(적과 동지)
등등 말입니다......

상당수 작품이 잭 라이언, 이라는 CIA정보분석관의 출세와 함께 시간 순으로 배열할 수있다는 특징도 있지요. 
대부분이 영화화된 이 소설들에서 라이언 역 대부분을 역시나 
해리슨 포드(!)라는 한 배우가 도맡습니다.(붉은 10월은 알렉 볼드윈. 공포의 총합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벤 애플렉이 아닐런지...)
잭 라이언, 의 대강의 경력은 다음과 같슴다.
미해병대 장교 출신, 전사학자로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교수, 우연히 영국왕족 구출(패트리어트 게임) - CIA특채, 정보분석관으로 활약(붉은 10월 / 크레믈린의 추기경) - CIA 정보담당 부국장 - CIA국장(부국장, 국장 시절 작품은 기억이 잘......아마 긴급명령 정도가 해당되는 줄로 압니다.) - 대통령 안보보좌관(?? 정확한 직함이 잘 생각이....;;;) - 아랍테러단 핵공격으로 인한 대통령 사망(아마 부통령도 같이? 역시 기억이...;;;)으로 대통령직 승계(공포의 총합)...........

전엔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테크노 스릴러의 걸작이라는 장르적 특징과는 별개로,이 일련의 작품들의 또다른 특징은
"미국 공화당(매파)의 정치/군사적 판타지"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재미로 열심히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씁쓸합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모든 세력을 교묘한 소설 스토리와 인물묘사를 통하여(즉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고 설명해 주면서도 결국에는) 악/악당으로 규정하고
미국 '공화당 정신'의 상징인 잭 라이언의 활약으로 이들을 물리친다는 설정들이니까요
(물론 저와는 다르게 보는 이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매파의 판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추리소설 및 군사소설 장르에서 클랜시의 작품들은
장르를 개척하였다는 것 이외의 미덕은 없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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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2 우리모두

1. 추리소설 방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사가 오래된 방도, 인원이
차고 넘치는 방도 아니지만 참......내가 할 말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깊은 지식이나 최신정보 전하는 일은 젬병인 저이니......갖다 주시는
기사 등등에 대하여 감탄하면서 읽어보기만 할 따름이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처럼 수필성의, 엉성한 감상문 정도나 올립니다만


2. 글 1은 평소 가끔 드는 생각이나 써 본 것이고요.
본문^^은 며칠 전 있었던 기쁜 일을 주절대는 것이랍니다.

저는 사실 중학교 때가 추리소설 읽기의 '전성기'였습니다. 근 40권에 달
하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중심으로 꽤나 이것저것 읽어대었지요.
피에 취해^^...알리바이에 취해...하드보일드의 경우에는 비정한 현실과
그 현실을 뚫고 나가는 주인공(대개 탐정)의 의지에도 취해서...말입니다.

추리소설에 좀 싫증이 난 다음에는 과학소설이었고, 그 담엔
군사물 쪽으로 - 세 장르를 한 번씩 발만 담그고 지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선호는 없는 편이구요.
그러나 '싫증났다'곤 해도 다른 장르보다는 여전히 관심이 더 가는 것 
또한 엄연히 제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목요일 날, 제 전공학과에 있는 학부생들의 학회 중 하나가 
대학로에서 열렸습니다. 저희 과 특성상 학부생활 중 한 달은 대학로 근처에서
일(?)을 해야 하는 수업이 있는데 그 기간 중 몇몇 학회는 한 달간
보기 힘든 선배도 볼 겸 대학로 찻집에서 학회를 가지기도 하지요.
(그냥 사범대생의 교생실습이라고 말 할 걸 그랬군요;;)

후배 얼굴도 보고 싶고 해서 옵저버로 참여를 했습니다. 저 빼고 4명이 모인
단촐한 학회에서 철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마치고 혜화역에서
4호선을 타고 출발을 했습니다.

후배들 중에 안산에서 사는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매우 긴 거리지요.
저는 서울대학교 앞에 사는 관계로 사당 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보통은 혜화에서 사당까지 오는 그 시간(얼추 30분 정도)이
지루한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만

그 날 사당까지 오는 시간은 그렇지가 않았더랬습니다.
안산 사는 후배가 추리소설 쪽에 관심이 있다는 얘길 듣고는
다른 3사람은 완전히 외면을 한 채로(아유 미안해라...) 둘이서만
쉴새없이, 정말로 쉴새없이 얘길 했습니다.
저는 주로 제가 아는 작가, 작가들이 창조한 탐정에 관해 얘길 했는데

추리소설에 대해서 얘기한 것도 그렇고, 문자 그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어본 것이 정말 몇 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사당이었고 후배를 보내야만 했슴다.ㅜ.ㅜ

그렇게 열띠게 얘기하는 중에는 집에 있는 수십권의 추리소설 책을
방학 때 갖고 와 빌려 주겠노라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그걸 한여름에 들고 올라올 생각을 하니 아찔하지만
그래도 즐겁군요.

이상 며칠 전 밤에 있었던 즐거운 추억을 떠들어 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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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전후로 우리모두 싸이트와 교육학과 게시판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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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은 여려 작품을 찍으면서 서서히 뜨더니(유명해진 것은 <결혼 피로연>부터이다) <센스 & 센서빌러티>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어떻게 동양인이 완벽한(?) 서양영화를 찍었지?'라는 당시의 반응) 드디어는 <와호장룡>으로 홈런을 쳤다.
물론 사람들의 반응은 four-letter-word부터 극찬까지 다양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긴 이안 감독의 세계관(?)에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는 동아리 선배의 생각에 대한 것이다. (참고로 우리 선배는 이제 중년이시고, 가정이 있으시고, 태극권의 성취가 꽤나 높은
나로서는 "매우매우매우 대단하게" 여겨지는 선배이시다)

영화 초반부에서 무당파 검술의 계승자인 주인공 이모백은 (그의 사부도 당대의 최고수, 지금은 그 자신이 당대의 최고수라는 조금은 황당한 설정!) 자신의 사부가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던 경지마저 넘어서서 전혀 배우거나 들은 바 없는 경지에 들어선다.
그런데 그때 느낀 것은 밀려오는 슬픔.

내 동아리 선배는 대화 중에 이안 감독, 혹은 영화 <와호장룡>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언제나 그 대목을 지적하면서 말하곤 한다.
영화의 긴 줄거리 전체에 대한 균등한 관심이라기 보단 그 대목에서 '선배가 본 이안 감독의 세계'를 중심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어떤 '담담한 슬픔'이지 싶어......담담한 슬픔. 자신이 평생에 걸쳐서, 모든 것을 바쳐서 얻은 것이 '이것이었구나'하는 느낌. 홀가분하다......기 보다는 '시원섭섭하다'가 그 느낌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지."
"......?"
"아니! ......그렇다고 허무주의는 아니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렇게 자신을 바쳐서 살아가는 거지, 그래야 햐지! ......그러나 마침내 도달해서 얻은 그것이......'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을......이안이 ......표현한 것이지, 싶어."
"..................?"
"그걸 알았을 때의 그 담담함. 약간은 슬픔에 가까운 그것을......이안 감독은 표현한 것이지.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이안이,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인 듯......하다는 거지."

그리고 나를 마주보고 있지만 내 너머의 무엇인가를 관조하는 선배의,
슬픔에 공감한다는 듯한 표정.
조금은 오래 전의 그 대화를 나누었을 때, 난 아는 척 하면서 사실은 말에 매여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다 어리둥절해 버렸다. 이후에야 나는 나 나름대로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최고의 산악인이 K2나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인간이 걸어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높이다. 당연 감격스럽다......근데 머리 위를 올려다 보니 끝없는 청공.
그렇다. 저 끝도 안 보이는 저 높이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오를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물론, 만약에라도 더 높은 산이 있다면 또 한 번 그곳으로 찾아가리라.

이 비슷한 심정이 아니겠는가, 하고 혼자 머리를 굴려 보았다.
이후에 나는 이안 감독의 영화 몇 편을 보았다(혹은 보게 되었다). 이안 감독의 작품은 - 내 알기로는 - <추수(한국에서 비디오 출시제목은 쿵후선생)> <결혼피로연> <센스& 센서빌러티> <라이드 위드 데블> <와호장룡> 등이 있다. 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중 내가 본 것은 <추수> <와호장룡> <라이드 위드 데블>.

<추수(쿵후선생)>
평생을 태극권(그렇다! 첨에 난 태극권 나온다는 얘기에 이 영화를 보았고, 지금은 조금 화질이 나쁜 비디오 테잎을 갖고 있다......)에 바친 중국 노인이, 미국에 와서,
미국 여성과 결혼해서 사는 아들 집에 얹혀 살면서 일어나는 (주로 문화적인) 갈등을 담은 작품이다.
숨은 재주를 가진 노인이 어느 날 훨훨 날라다니는......그런 영화 전혀 아니다. 이연걸처럼 나뭇잎 모으지도 않고. 즉, 이 영화엔 액션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주인공 능력의 과장 같은 것이 없다. (그래도 저런 걸 사람이, 아니면 저 나이 노인네가 해낼 수 있나, 싶은 장면이 좀은 나오는데 내가 알기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선배랑 이야기 나누기 전에는 그냥, 문화적인 갈등을 담담하게 잘 그려냈거니, 하고 보던 영화였는데 선배와의 대화 이후엔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태극권의 고수이지만, 노인이 자신의 태극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차이나타운 문화센터의 교실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선 노경에 접어든 다른 사람들과 같다. 말조차 통하지 않는 며느리와의 어색함, 중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손자,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 문화센터에서 만난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할머니와의 밋밋한 교제......나중에 갈등을 참지 못해 가출을 감행하지만 역시나 힘든 일들 뿐이고 결국에는 두 자리 수의 경관들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실력을 과시하지만
그 뿐이다.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알기에, 경관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 티브이 뉴스에선 약간 놀라운 사건 정도로 다뤄질 뿐. 급히 달려온 아들도 '정말 잘 싸우시던데요.'......이따우 대사는 안 한다.
늙은 아버지와 아내 사이에서 시달리는 선량한 아들이요 남편이 보일 법한 그저 전형적인 행동만 나타날 뿐이다. 그리고 생활의 조건들을 고려한 타협과 수용.
그랬다. 새로운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 앉으니 몇 번을 번 영화도 또 새롭게 보인다.

<라이드 위드 데블>
선배가 불어넣어준 관점으로 보면서, 그 관점과의 접접을 찾기가 어려워 조금은 애먹으면서 보았다.
남북전쟁, 신념에 따라 남군에 참전한 독일계의 주인공(남북전쟁 당시 독일계는 북부정책을 지지했다고 한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전형적 남부청년). 또 한사람의 남군을 충실히 따르는 '흑인 남군' 하나. 주인공의 친구에게 다가온 과부. 그리고 남군 병사에서 전쟁광, 급기야는 살인광으로 미쳐 가는 놈 하나.
전쟁의 폭풍 속에서 이들 사이의 관계가 얽히고 꼬여 간다.
친구는 죽고, 신분을 자유로 풀어준 병사를 여전히 주인으로 따르던 흑인과는 단짝이
되어가고(주인은 살인광에게 죽는다), 친구의 아이를 가진 그 과부를 아내로 맞고......전세 불리함을 깨닫고 결국 남군을 탈퇴, 주인공은 아내와 서부로 떠나간다. 그리고 살인광이 찾아온다.
주인공은 함께하는 흑인과 그를 쫓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언제 다시 올 지 모른다. 그런데 흑인 친구도 다른 길로 떠난다. '사실 주인이 죽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고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난다. 주인공은 그를 보낸다.
언제 살인광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른다. 자신이나 친구에게. 그렇지만 그것을 감당해 내면서 가야 한다고, 이안 감독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라이드 위드 데블>의 주인공의 경우는 '떠나가지' 못하고 죽은, <와호장룡>의 이모백과는 다른 경우이다.
어쩌면 이안 감독은 최선을 다해 온 인생에서 자신이 추구하던 그 무언가의 실체를 접한, 담담한 슬픔이란 것을 알게 된 이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수>에선 아들의 가정과 평화로운 별거, <라이드 위드 데블>에선 새로운 삶으로 떠나기, <와호장룡>에선 떠나려 하다가 자신이 떠나려는 세계로 갓 입문한, 그리고 비뚤어진 길을 가려는 용이란 젊은이를 제대로 붙잡으려 한다. 실패하고 죽게 되긴 하지만.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도 같은데...... 그들을 둘러싼 인간관계나 기타 여러 조건들의 차이 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지는 결과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뭐, 굳이 한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곤 한다.
그러나 '선배의 지도를 받아' 하나의 관점으로 한 영화감독의 일련의 작품을 읽고 그 속에서 일관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감독님, 다음 작품 언제 내시려나요?
우리 선배랑 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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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3일 교육학과 게시판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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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캠퍼스에서 3~6월, 그러니까 봄에서 초여름까지의 기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겐 다섯 번째이다.(96,97,98,01, 그리고 올해)
이 기간마다 느끼는 것, 그리고 그때마다 그 느낌이 참 좋은 것 가운데 하나로
저녁 나절의 바람이 있다.
특히 4월 그리고 4월보다도 5월의 바람이 참 사무치게 좋다. (근데 올해는 그 5월을 교생실습으로 날려보내야만 한다)

하루를 보내고(즉 수업을 마치고, 혹은 동아리 수련을 끝내고, 혹은 버들골을 뒹굴다가 아니면 장터에서 어울려 놀다 일어서서 나서며) 이리저리 걸어다니다
바람을 맞으면 잠시나마 내 마음의 먼지가 내 마음 구석구석에서 쓸려나가는 듯 하다.
(불행히도 이 먼지 조각들 하나하나에는 미련, 집착, 오류, 상처 따위의 이름이 붙은 가는 끈들이 붙어 있어서 대개 먼지들은 다시 내 마음 곳곳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런 홀가분함과 동시에 또 하나 느끼는 것은 가슴이 싸~해지는 느낌이다.
('싸~해진다'는 표현이 얼른 와닿지 않는 분들은 입 대신 가슴으로 사이다 마실 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시면 되겠다) 이 싸~한 느낌은 바람과 보조를 맞추어 가라앉기도 하고
한 번 살아나면 제 멋대로 내 마음이나 머리를 휘저어 버리기도 하는데
뒷쪽의 경우에는 그 날 저녁 내 정신은......정처없이 헤맨다.

아마 이때만은 나 같이 무엇 하나 아직은 이룬 것이 없는 자도
'와호장룡'의 이모백(리무바이)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것도 같다.

"어느 날 수련 중에 사부님조차 말씀해 주신 적이 없는 경지에 들어섰소......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고......"

머 이따우 심정 비스무리하겠다.

이 기쁘고도 슬픈 바람에 자신을 한 번 맡겨 보시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듯하여 추천드리는 바이다.
특히 02들께서는 4월이랑 5월에 내가 한 말 한 번 검증해 보시길^^. (만일 내 말이 맞다면, 옆에 술병 있으면 조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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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날 한척의 배가 정보의 바다를 건너 인터내도(忍攄來島)를 향하고 있었다. 조그만 배에는 늙은 사공 한 명과, 약관의 청년이 타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저것이 인터내도란 말인가?'

"여보쇼, 사공, 저 섬엘 자주 드나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우선 스스로 전용선(專用船)을 한 척 구해서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고, 큰 문파에서 사용하는 배를 얻어 타고 다니는 방법이 있지요. 자주 쓰시는 분이 아니라면 저희 피쉬방을 통해 드나드시면 되고. 전화선(電話船)이란 고물 배를 사셔서 사적으로 이용하시면 느리긴 해도 이곳에 드나들 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건 많이 쓸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지라....'

그들이 탄 배의 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았으나, 지금껏 많은 이들을 날랐기 때문인지 배는 상당히 지저분했고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까전부터 지저분한 배 때문에 불쾌했던 청년은 다음에 올 때는 기필코 배를 한 척 마련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때 저 뒤에서 작은 배 한척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 배를 쫓아오는 것이 청년의 눈에 들어왔다.

그 배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대한이 홀로 노를 저어 가고 있었는데 조만간 청년의 배를 따라잡을 기세였다.

"아니? 저 배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빠르단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배는 좃선(船)이란 것으로, 좃선당에서 특별히 당원들을 위해 개발한 쾌속정이지요.
저 배를 타는 사람은 당에서 마련한 와래주(蛙來酒)를 먹고, 특수 제작된 포루노(砲累)를 저어 오기 때문에 우리 같은 배들보다는 훨씬 빠르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사람 덩치를 보십쇼. 힘 무지하게 쓰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과연......그 배에 홀로 탄 대한의 덩치는 정말 엄청났다. 청년은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배를 저어오는 큰 흑의인의 모습에 위압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이 좃선당원이란 말이오?"

사공이 대답했다.

"저 사람이 차고 있는 칼을 보십쇼. 선정보도(煽情寶刀)라고 쓰여 있지 않습니까?"

"강호에 선정보도를 쓰는 문파는 여러 곳이 있지만, 그 중 좃선당에 필적할 만한 세력은 없지요. 평소엔 점잖은 척 하면서도 그네들이 자주 쓰는 인피면구인 문화면(文化面)만 쓰면 동화당, 중앙당, 한결회 같은 곳보다 훨씬 선정보도를 심하게 휘두르지요."

약관에 불과한 청년은 평소 강호 일류 문파로 이름 높은 좃선당이 그런 행위를 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좃선당은 강호 일류 문파인데 그런 짓을 할리가 있소?"

"청년은 아직 모르나 보구료. 좃선당의 선정보도는 다른 당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오.
저들이 글보다는 그림으로 설명된 무공서를 즐겨 읽는다는 것은 청년도 잘 알 것이오.

내 언젠가 그들이 익히는 무공서 좃선당보를 우연히 보았는데, 내부가 춘화(春畵)로 완전히 가득차 있었소.

전에 어떤 역사(力士)는 그걸 읽고 있다가 내가 쳐다 보니까 굉장히 놀래 하더이다. 그 놀래하는 역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었이겠소? 그런 것을 읽고 있던 자신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오.

얼마전엔 좃선당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단지일보(單志一步)란 신흥 세력을 누르기 위해
서역 유애사에서 월도누수(月盜累手)로 유명한 타불로이두(打不老異斗) 위굴리(危屈異)
를 초빙해와 당원들을 모아놓고 집중 수련까지 감행했었소. 이 점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청년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강호에 매일 찍혀 굴러다니는 좃선당보를 본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의식중에 보았던 춘화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거기 나온 춘화들을 많이 오려 갖고 다닌 기억이 나자, 은근히 부끄러워졌다.

"흐음.....들어본즉 그럴 듯은 하구려 그렇지만 좃선당은 강호의 도리를 내세우는 명문 정파 아니오. 설마 그런 좃선당이 유애사의 저질 무림인 위굴리 따위와 손을 잡았겠소?"

사공이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청년은 이번이 인터내도에 가는 초행길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륙에만 있었던 모양이구려.

이보시오

나는 이 인터내도에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이 섬과 인연을 맺은지 어인 수년이 다 되어 간다오. 강호에서는 좃선당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도덕군자인 양 행세를 하고 있지만 저들의 세력이 아직 미치지 못한 이곳에서는 좃선당의 행패가 널리 알려져 있소.

선정보도를 끼고 사는 저들이 어떻게 군자인양 행세할 수 있단 말이오. 그대가 대륙에 살면서 수 십년간 눈이 가려져 있었으니, 나 같은 일개 사공의 설명에 동의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이제 이 인터내도는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만에 뚝딱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소.

이곳은 바깥 세상처럼 특정한 문파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지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 이제부턴 이 섬에 자주 드나들면서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시오"

이렇게 몇 마디 말이 오가는 동안 배가 나루터에 닿았다.

청년은 배에서 내려 사공에게 인사를 했다.

"말씀은 고마웠소, 하지만 좃선당이 강호에서 초일류 문파로 행세하는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아니겠소? 그대가 좃선당과 무슨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좃선당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바보취급하지 마시오. 아무튼 여기까지 수고 하셨소."

사공의 입에 냉소가 흘렀다.

'훗.........그래, 지금은 무슨말을 해도 소용 없겠지 소위 고수들이란 사람들부터가 서로서로 잘못을 덮어주며 공생하는 더러운 바깥 세상속에서 길러진 젊은이가 좃선당이 가지는 패악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 하나와의 만남으로 알아내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청년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사공은 새로운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부두를 나오는 청년을 몇 몇 아이들이 둘러쌌다.

"아저씨! 절 이매인으로 쓰세요. 따로 돈은 안 주셔도 되고요. 아저씨가 전하고자 하는 소식을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준답니다. 여기는 익수풀이 우거져서 아저씨 같이 커다란 어른들보단 우리 같은 애들이 훨씬 잘 돌아 다닌다구요.

절 쓰시면 아저씨 필요로 하시는 정보들 많이 모아다 드릴 께요."

대뜸 공짜라고 외치는 호객행위에 깜짝 놀란 청년은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매인, 야호, 올지도..."

그들의 옷에는 자신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듯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누더기로 된 옷을입고 허리춤엔 패수어도(覇守御刀)라고 쓰인 조그만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럼 너희가 원하는 건 뭐냐?"

"아저씨 인적사항이요.

저희들 수익은요. 이 옷에 붙은 누더기들을 아저씨께 보여 드리는 걸로 대신합니다."
우리같은 사람 없으면 인터내도에서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인터내도는 우리랑 손을 잡아야 들어가실 수 있다구요. 그래서 이매인을 고용하는 일을 인터내도에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입(加入)이라고 한답니다."

과연 그들의 누더기엔 많은 글자들이 놓아져 있었다.
............
...........
............
.............
인터내도가 초행길인 청년은 그 중 서너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입을 시작했다.

"내 이름은 강정(康丁)이라고 하네.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문파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나 할까? 아직은 고등무도관에서 수련하는 몸이지만, 이미 차력특기자(借力特技者)로 대무도관(大武道官)으로 선발되었지"

인터내도엔 초행이지만 여기서 기필코 유애사 휘하 "피파(被派)"의 대아불로(岱阿佛老)가 연성했다는 수타구래후투(守打龜來帿投)를 넘어설 수 있는 무공을 개발해 무림맹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 놓을 것이네......

하하하....대단하지 않은가?

패기만만한 청년의 웃음소리가 인터내도에 울려퍼젔다.







가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청년을 붙잡고 한 이매인이 말했다.

"아저씨, 저희를 데리고 다니실 때는 때와 장소를 잘 가리셔야 합니다.

인터내도에선 가면을 쓰고 아이 뒤만 쫓아오면 어딜 가시든 아저씨가 바깥 세상에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쉽게 밝혀지진 않습니다. 덩치 큰 아이를 하나 구해와 그 뒤에 숨어다니면, 그 아이 뒤에 누가 있는지 간파할 수 없지요.

하지만 싸움이 벌어질 때 우리를 대동하고 다니시면 우리는 무공을 거의 못 쓰기 때문에 쉽게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립니다.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면 우리 피를 추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일단 추적이 시작되면, 이 가입과정에서 밝히신 아저씨의 정체를 금방 알아 냅니다. 이걸 일컬어 아이피 추적한다고 하지요. 정말 고수라면 상대가 이매인을 대동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 무슨 경로로 인터내도의 어느 곳에서 얼만큼 머무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혀 낼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자신에 대해 반쯤 공개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여기서 벌어지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동네 사람들은 이매인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습지요. 어떤 곳에서는 심지어 이매인 없이 다니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이매인 없이 다니는 이들을 유령이라 부르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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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강호에 좃선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정보의 바다에서 새로운 땅이 발견되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인터내도(忍攄來島)가 그것이다.
이 섬을 최초로 발견한 집단은 유애사였다. 최초로 이곳에 상륙한 유애사는 이 섬을 자신들의 무공수련장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유애사에서 차차 이 섬을 휘하 도장간 교류를 위해 민간에게 개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강호에 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인터내도는 섬 거의 전체가 울창한 사입어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사입어 숲은,
그동안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익수풀들이 돋아나 있었고, 이 때문에 , 누구도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기를 쓰고 들어간 몇 몇 이들도, 이동이 자유로울 수 없어 불편함이 컸다,

이런 점을 무릅쓰고, 먼저 들어간 이들은 빛으로 암호를 정해 의사 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빛을 이용한 이런 의사 소통을
빛의통신이라 불렀다.

그러던 것이 수 년 전 부터 익수풀을 벨 수 있는 낫들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는데,

최초로 사용된 낫이 달낫이다.

이 낫을 사용하려면 이야기(理野氣) 세놈기술(氣術)류의
무공을 익혀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낫으로 인해 사입어 숲엔 본격적으로 인간의 흔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어 처음엔 개털도 떨어질 구석이 없다던 이 곳에서도 조금씩 거주할 만한 공간이 늘어났다.

처음엔 개털 만했던 공간이,
조금 뒤엔 여럿이서 화투할만큼 넓어졌고
급기야 그 영역이 천리안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탐험가들의 노력으로 인터내도에 강이 있음이 알려지고 그것을 이용한 수운이 개발됨에 따라,
도수(導水), 유낙수(有樂水), 애매수(曖昧水),리누수(理累水)등의 물길을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륙한 이들은 처음엔 먹을 것이 없어 문제였으나,

점차, 배이식(配異食) 포도란(逋逃卵), 각종 식물의 등을 먹기 시작했고,
직접 익수풀 속에 사는 동물을 잡아 먹기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잡아 먹기 시작한 동물들이 나우곰, 운도우(韻圖牛), 내추구우(來秋龜牛)등 이었다.

사입어 숲이 개발되어 갔지만, 너무도 울창해 그 크기를 감히 해아릴수 없는 사입어 숲에 비해 길을 만들 낫의 수는 상당히 부족해 근심거리 였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긴 유애사의 낫수란 자가 무상으로 낫을 만들어 보급했다.
낫수 덕택에 이후로는 민간인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 사입어 숲을 헤치고 다닐수 있게 되었고,
강호에는 낫수의 이러한 행동을 칭송하는 낫수 걔 이뻐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에 유애사 일등 상인 발개이추(發開異雛)도 질세라 개간에 앞장섰다.
장사를 하기 위해선 사입어 숲에 진입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개간 방식은 자신의 부하 불로 글래 뭐들과 애매수(曖昧水)를 따라 배를 타고 다니며
운도우(韻圖牛)의 몸에 불을 꽂고 풀어놓아 사입어 숲에 불을 긋는 것이었는데, 그가 부하들을 끌고 다니며

이 숲 불놔라 하면
부하들이 불을 놓아 개간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개간을 가능케 했으나, 허구한날 불을 질러 대는 것으로 인해,
오염을 일으키는 때가 많아 이주민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이를 막기 위해 몇몇 의인들이 리눅수(水)를 끌어대
불을 끄는 노력을 하는 등 많은 애를 썼으나, 마구 질러대는 불을 끄기엔 역부족 이었고,
결국 유애사의 도움을 청했다.


유애사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발게이추의 행동을 규제했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규정이
개간에 필요한 땅에 한해 숲에 불을 놓는 것은 용인했지만,
불로 글래 뭐들을 동원해 윈도우(牛)로 불을 질러대는 것은 금한다는 내용 이다.

이렇게 되자, 일거리가 없어진 일부 불로글래뭐 들은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맨날 놀고 먹으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해, 강호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화가 난 몇 몇 이들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 "봐! 일 업수?라고
협박하고 다녀 사입어 숲에서는 사고치는 백수를 봐일업수라 칭했다.

숲의 개발이야 누가 하였건, 어쨓든 사입어 숲은 과거 이야기와 같은 어려운 무공을 익혀야만 들어 갈 수 있었던 곳에서 벗어나,
기초적인 다이얼업(多異蘖業)만 익히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여기에 기존의 대륙과 인터내도를 가로막던
정보의 바다를 이어주는 뱃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해 신대륙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어부들의 연합체 피쉬방(方)이 생기면서
어부들이 내투어구(來投漁具)를 챙겨들고
강호와 사입어 숲의 나루터을 오가며 사람들을 나르기 시작한 것이다.

백본망(百本網),온영업망(溫寧業網) 등으로 물고기만 잡다가, 이주민 수송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렇게 직업적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던 어부들 중에는 큰 배를 연결해 한꺼번에 수송하던 어부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평소 나루터에서 시쓰고 놀다가도,
바다에 나가면 한 척의 솔루선(率累船)으로
여러 척의 광통선(廣通船)들을 묶어 모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자랑했다.
태풍을 맞았을 경우에는 마음을 비운 희생정신으로 승객을 보호해, 강호에서는 이들을 기려
어부보다 한 단계 위의 허부(虛夫)라 불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점차 커다란 문파들이 인터내도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커다란 배와 삽우검을 차고 각 문파를 비롯해, 거대 상인들, 무림맹 분소 등이 거대한 배를 대절하고 인터내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점차 경쟁이 심해 지면서 이들을 실어 나르던 허부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단체 손님에게 자신들의 내투어구 중 하나인 난(蘭)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육지에서는 기존의 빛의 통신을 넘어서는 직업 전령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매인(夷昧人)이 그들이다.

밥을 먹을 때는 꼭 골뱅이와 먹어야 한다는 이들은 사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로 구성되었는데,
작은 체구로 인해 길을 만드는 패수어도(覇守御刀)하나만 달랑 차고도, 깊은 사입어 숲을 덩치 큰 어른들보다 훨씬 잘 돌아다녔다.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존재가 점차 알려져,
아이 뒤패수어도가 매달려 있으면 그가 이매인 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고,
이들도 많은 수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조합을 만들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이매인의 이매인의 고충처리 모임인 한매인(恨賣人)이다.
이매인의 사연 전달 방법은 내용을 보내는 사람이 말한 내용을 듣고 외워서 상대방에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한매인에 속한 이들은 머리가 좀 나쁜 관계로 한번에 5매 가(可)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기억력은 비상해 삼십매를 외우지만, 자주 길을 잊어버려, 올지 안올지 모른다는 올지도 라는 조합,
내용 전달하랬더니, 맨날 다른데서 놀고 있다는 재 놀아이
등산을 좋아해, 맨날 산으로만 돌아 다니는 야호 등등.. 많은 이매인 조합들이 생겨났다.
큰 문파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이매인을 길러 자체 수급을 했다고 까지 하니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사람수를 초과했고,
결국엔 한 명의 무림인이 이매인을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까지 두었던 것이다.



이렇게 개발이 시작된 사입어 숲에 새로 이주한 이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곳에나 명당은 있는 법,

집을 짓는 장소로는 나무해 벤뒤터가 가장 좋다고 했는데
그곳은 한번 삽질만 해도 땅이 푹푹 잘 파여 인부들에게 홈 페이지(地)라고 불렸다.

여기에 여러 홈페이지들을 대규모로 다지는 기구로, 삽질하는 자의 친구란 뜻의
삽우검(友劍)이 보급되면서 사입어 숲에서의 집짓기는 훨씬 용이해 졌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젠 사입어 숲에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 기를 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아예 사입어 숲에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뭍에 있던 사람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아, 수소문하면 열중 아홉의 대답이
"사입어 숲에 있어"일 정도였다.


어느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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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재가 돌아온 뒤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조금전의 싸움에서 강준마니의 내공을 본 깟재는 이번엔 사술을 쓰기로 했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를 부르기로 작정한 것이다.

세마을운동가(世麻乙運動歌) ......

한시간 동안 똑같은 음률의 노래를 반복해 불러듣는 이를 주화입마 시키는 강력한 사자후였다.

깟재는 강준마니를 향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연내(塞壁鐘李蔚然來) 새아침이 발간내(塞亞侵李發幹來)
....................................
......................................"

내공이 약한 사람이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빗자루 들고 뛰어다니다 쓰러져야 하건만...

어째 강준마니는 이 사자후를 듣고도 별 기색이 없었다.

'어잉? 이게 아닌데...'

사자후가 통하지 않자 깟재는 다시 무공을 쓰기로 한다.

단순무식 외공의 초절정 고수로 강호를 누빈지 어인 십여년... 그간의 연륜이 담긴 막강한 외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박통덕경제성장(博通德經濟成掌),
니발갱이지(尼魃坑異指)

여기에 더해 내공심법 서 너 가지를 번갈아 가며 운공했다.

주석궁당구몰고가기(酒席宮堂狗沒龜佳氣)
몽골기행기(蒙骨機行氣)
발갱이잡기(發更異雜氣)

'후우~ 인물과사삼을 복용하고 실명비 판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면 이자의 손에 벌써 쓰러졌겠구나.'

강준마니는 연속으로 수세에 몰렸다. 서 너 장을 물러선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지...'

"당신의 무공은 다양해 보이나,
전부 다 파시수투공(波市殊鬪功)에 뿌리를 두고 있구려

역시 파시수투공은 대단한 무공이오. 일갑자 전 강호가 그것으로 뒤흔들렸던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려

그러나 , 그것은 이미 일갑자 이전의 일 그간의 무공 진보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이 말과 함께 강준마니가 니파시수투지(尼波市殊鬪指)를 펼치며 달려 들어갔다.

진북대고수(眞北大高手) 강준마니와
월간좃선의 수괴 조깟재....

두사람 일생의 공력이 스쳐지나며 펼쳐진
마지막 한 번의 공수에 모두 쏟아졌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날 무렵,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던 둘 중 깟재의 몸이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었다.

쓰러진 깟재가 강준마니에게 물었다.

"대체 당신이 왜 날 공격하는 거요?"


"지금껏 좃선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많은 죄 없는 이들을 니발갱이지로 살해해 왔소,

월간 좃선의 수장이던 당신은 그런 좃선당에 과잉충성을 해왔소.

당신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쳐왔소? 한안상, 김전남, 한순주 등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오.

본좌 당신의 악행을 응징하려 했으나, 그간 망설이고 있었소. 따지고 보면 당신도 이용당한 것이기 때문이오.
솔직하고 우직한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 좃선당 쪽에서도 좋았을 테지...

그렇지만 얼마전 채장집 사범을 마도사 하누를 시켜 비겁하게 습격한 것은 본좌를 더 이상 참을수 없게 했소..."

당황한 얼굴로 깟재가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오"

사실 강호에서는 하누가 채장집에 감행한 비열한 공격 뒤에 깟재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깟재는 이 점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강준마니의 표정이 엄숙히 변했다.

"내가 그 사건을 조사해 보던 중 현장에서 특이한 창을 하나 발견했소,
거기엔 우장창(愚將創)이라고 쓰여 있었소,
우장창이 당신이 아끼는 무기란 것은, 전 무림이 다 아는 사실이오. 이래도 발뺌을 하겠소?"

깟재의 눈앞이 암담해 지기 시작했다.

'이자가 이렇게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줄이야...'

"그렇지만, 굽힐 순 없다."

"그건 북쪽에 일성교가 있었기 때문이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악의 무리 아니오.

그들에 비하면 내가 따랐던 박통, 본인운, 수태우 등이 훨씬 선하지 않소?

"인간은 능력 면에선 차이가 크지만 도덕성에선 다 비슷하오, 단지 위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의? 세상에 정의가 어디있소?
힘이 바로 정의이고, 정의가 힘인 것이오.

"인간은 이해 관계의 포로요,
누가 감히 이해 관계를 부정할 수 있소?"
"당신네들이 말하는 건 위선일 뿐이오.

"박통, 본인운, 수태우는 강했던 사람들이오,
당연히 그들은 칭송 받아야 하는 이들이오."

"천재는 자신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자기 생애를 던지는 영웅적 기질의 소유자요"

"따지고 보면 무림의 영웅은 그대와 같은 사람들이 잡아 죽였소,


깟재의 말을 듣고 있던 강준마니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싸움 잘 하는 좃선당의 행동대장인 당신은 영웅이오? 허허 어떻게 세상에 도덕이 없을 수 있단 말이오.

"그대는 일성교주가 극악이라 했지만 본인운 같은 무리는 극선이라 칭송했소, 그대의 기준에 따르면 일성교주는 본인운 보다 훨씬 더 오래 자신의 문파를 이끌어 왔던 더 강한 영웅이고 천재요,

당신이야말로 공삼단인지 의심스럽구려.'

"그간 좃선당은 스스로 무림 정파를 참칭하며, 박통, 본인운, 수태우 같은 이들이 무림성녀 민주화(民主花)를 강간할 때 그것을 옆에서 고무찬양 해 왔소,

거기에 더해 소위 정파의 소임을 저버리고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무림에 불고지해 강호를 어지럽혔소

이래도 좃선당의 죄가 없소?"

"일성교가 독재하고, 힘없는 이들을 괴롭히면, 무림맹도 똑같이 그래야 하는 거요?

당신은 툭하면 본인운 수태우 박통같은 타락한 무림맹주들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왔소,

그렇게 이해심 많은 당신이 굶어 죽어 가는 일성교도 들을 이해하는 데는 왜 그렇게 인색한 것이오?

당신들은 일성교를 비난하지만 실제로 당신들이 하는 짓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소.

단지 당신들이 그들을 욕했던 건 지금까지 전수해 내려온
수구기득권(手具旣得拳)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뿐이오."


깟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림에서 그가 누렸던 온갖 지위와 명예는 물거품이 되고, 자신의 삶의 의미가 부정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과거엔 당신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무림맹주의 지위를 놓고
소위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던
기명사미와 김데중이 싸우는 것을 보고는,
박통지도(博通志道)를 따르기 시작했소.
이것은 나의 잘못, 좃선당의 잘못도 아닌 그들의 잘못이오,"

강준마니가 고개를 저었다.

"제발 솔직해 지시오.
당에 충성해 일신을 이롭게 하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다고...."

깟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멍하니 쓰러져 있던 그는 삶을 포기한 것처럼 조용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 나는 그를 죽이거나 무공을 폐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선도하려 한 것 뿐인데.....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니 죽음을 준비하는가?

다른 사람도 다 자기 같은 줄 아는 모양이군..........'

강준마니는 땅을 파는 깟재를 측은한 눈으로 처다봤다.

'깟재도 어차피 좃선당이란 조직의 소모품일뿐...... 불쌍한 인간이지...'

순간 깟재의 몸이 사라졌다.

'아차, 그가 월간좃선에서 땅굴파기(波氣)를 꾸준히 연마해 왔다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구나.'

강준마니가 정신을 차릴 때 쯤 어느새 좃선모까지도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강준마니는 깟재가 사라진 땅굴로 달려갔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그의 앞을 수십 인이 막아섰다.

강준마니의 눈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당신들은...."

강준마니는 어안이 벙벙해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의 앞에 선 자들 중 몇몇은 맨 얼굴로,
몇몇은 문화면(文化面)을 쓰고 서 있었다.

그 중엔 널리 알려진 이무녈과 같은 인사도 있었지만, 강준마니를 놀라게 한 것은,

앞을 막아선 사람들 중 태반이 약자를 보호하는 협객으로 지금까지 무림에서 칭송 받아오던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아니....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들이
조깟재 같은 악인을 싸고 돈단 말이오?"

"그러고도 당신들이 협객이라 자처 할 수 있소?"

앞에 선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들은 좃선당주의 부탁을 받고 여기에 왔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소."

강준마니가 물었다.

"아니 어떻게 좃선당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 있소?"

"좃선당은 강호 최대의 문파이고 명문 정파요. 좃선당도 무림맹의 일원인 이상, 그 쪽에 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소."

"어찌 정의로운 인물임을 자처하는 자가 좃선당의 편에 설 수 있단 말이오 좃선당이 무림맹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지 정녕 모르시오?"

강준마니는 허탈해 하며 깟재가 사라져버린 땅굴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강준마니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좃선당이 저토록 강하게 버티고 있는 데에는
조깟재 같은 부하들 보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저들 용병무사들이 더 무섭구나,

난 채장집 사범이 당한 것을 보고 용병 무사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용병무사들이라야

이무녈, 송뽁, 정진숙 같은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저들이 저렇게 많을줄은..... 저토록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만 열면 도덕군자 같은 소리만 하던 자들이 어떻게 좃선당의 하수인 노릇을 한단 말인가. 저들조차 좃선당의 편을 드는데, 누가 좃선당이 무림맹을 말아먹고 있다고 믿겠는가.

저런 자들이 좃선당에 붙어 좃선당을 감싸고 도는 한
좃선당의 문제를 모든 강호인이 인식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겠구나.

좃선당의 횡포를 없에려면 저들부터 먼저 좃선당에서 이탈시키는 일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좋소, 본좌 여기서 물러나리다. 하지만, 조사부께 다음에는 각오하라고 전해주시오"




'아! 박통의 파시수투공에도 꿋꿋하게 맞서시던 이영이 고수는 뭘하고 계시단 말인가?'
'창작과비평사(創作過批評寺)의 백낙정(白樂政)주지께서는 언제 선술(仙術) 수련에서 벗어나실 것인가?'

이분들만 나서 주셨어도
저들이 지금처럼 좃선당을 싸고 돌지는 못할 것을......'


다 잡았다 놓친 조깟재....
하지만 강준마니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최근 들어 그간 힘들게 키워 온 인물과사삼(人物過私蔘)이 강호에 유포되고 있었고,

그에게는 자신이 공들여 기른 인물과사삼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인물과사삼에 대한 기대와 좃선당을 지탱하는 힘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인물과사삼사(人物過私蔘寺)로 돌아가는 그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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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지금껏 강호를 종횡하면서 무수한 이들을 쓰러뜨리고 이 자리까지 올라 왔소. 어찌 그대가 감히 내게 대적한단 말이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편집장(偏執掌)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강준마니도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세를 가다듬고, 편집장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둘 사이에 십여 차례의 공방이 진행되었다.
조금전의 경공 시합에서 패배한 깟재는 맹렬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강호에 편집장이란 무공이 이름을 날렸다고 하더니 지금 보니 별 것 아니구려. 이것이 다란 말이오?"
강준마니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흠. 그렇다면 이걸 한 번 받아 보시오. 편집장(偏執掌) 의편지(義編指)란 것이오. 장법과 지법을 동시에 쓰는 것이라 만만치 않을 거요."

왼손으로 장법(掌法)을 오른손으론 지법(指法)을 사용하며 깟재의 공격이 거세졌다. 조금 전 까지 여유를 부리던 강준마니도 이제는 전력으로 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십 합이 지나갔다.

'신방고수 라더니 이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구나, 나이도 별로 안 먹었는데 어찌 이리도 내공이 강하단 말인가? 무슨 영약이라도 먹었단 말인가? 경공과 함께 최상승 무공을 시전하지 않고서는 이자를 꺾을 방법이 없겠다.'



한 걸음 물러난 깟재는 몸을 뒤적거려 술병을 하나 꺼내 숨도 쉬지 않고 술 한 병을 비웠다. 주머니에서 꺼낸 술병을 마신 깟재는 갑자기 자신의 천막으로 뛰어 들어갔고. 조금 뒤 다시 나왔다.
천막에 그가 머물었던 것은 매우 짦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 그의 외양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눈빛 또한 특이하게 변했다.
그러나 더욱 특이한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머리엔 개가죽 투구가 씌워져 있었고, 파란 가죽옷을 입은 그의 등엔 빨간 망토가 메여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가슴엔 마(馬) 자가 수놓아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언제부터인가 육포를 씹고 있던 그가 질겅거리면서 말했다

"흐흐..이게 내가 박통의 무덤에서 찾아낸 내공 심법 하나인 음주후교련공(飮酒後敎鍊功)이오. 우리 몽골기마민족의 무공은 술을 먹었을 때 그 전투성이 최고조로 드러나지...
우하핫... 내 달라진 내 얼굴이 보이오? 이게 바로 술푸면이요."

술푸면.... 강준마니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몽골의 한 부족이 망할 때 족장의 아들인 깟재는 푸대에 담겨 다른 곳으로 보내져서 양 부모의 손에 키워졌다 했다. 그가 술푸면 이었다니....'

깟재는 아기 때부터 수레를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셌었다. 그러나 평소엔 그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위급할 때에만 술푸면으로 변신하곤 했었던 것이다.

강준마니의 머리속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술푸면은 야비군(野卑君)이 훈련하면 밤마다 출몰해 길가소피누기(吉街小皮累氣)를 시전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했었다. 특히 힘이 엄청나게 강하고, 경공 또한 빠르다고 했지... 약점도 하나 있다고 그러더군,
글입허나입후(契入許羅入後)라고 했던가?
가까이만 가도 술푸면이 괴로워한다는 것이? 집집마다 벽에 글입허나입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술푸면의 행각이 지독하긴 지독했나보군.....
저 눈빛은 잘 때리기로 유명한 매의 도인(道人) 재패니(在覇尼)가 연성했다던 투시안(透視眼)이다, 저것으로 인해 예리한 안력이 있어야만 다룰수 있다는 선정보도(煽情寶刀)를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써올 수 있었구나......'


"몽골 기마 민족의 장점은 육체적 능력은 아니오. 지적 능력은 더더욱 아니오.
술을 먹었을 때, 전투 성이 극단까지 발휘되는 것, 그것이 우리 몽골 기마 민족의 진정한 힘인 것이오."

깟재가 강준마니를 향해 입김을 내뿜었다.
입김이 나가자 순식간에 주변의 풀들이 누렇게 떠 죽어가기 시작했다.

"흐헐~ 본좌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 이날 이때까지 이를 한번도 닦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소,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물만먹고도 이를 닦던 서생처럼 산단 말이오."

입김을 피해 물러서있던 강준마니가 말했다.

"내 그동안 수많은 이들과 싸워왔지만 그대같이 더럽게 싸우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그 야만성엔 할 말이 없구려...아니, 무림의 예절도 모르오?."

"허~ 어찌 몽골 기마 민족이 예절 같은 것을 따를 수가 있으리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경공심법 기마민족(騎馬民足)이 펼쳐졌다.

그동안 그가 강호에서 수많은 이들을 암습하고도 살아남은 것은 그가 펼치는 이 기마민족이란 경공이 워낙 탁월한 것이 큰 이유였다.
당주의 명령에 따라 일을 저지른 뒤 빠른 발을 이용해 좃선당의 보호망 뒤로 숨어버리면
감히 그를 해칠 이는 없었던 것이다.


기마민족(騎馬民足)을 펼치면서 깟재가 점차 강맹한 외공을 쓰기 시작했다.
장풍을 날리며 깟재가 말했다.

"이것이 한자혼용(漢字混龍)께서 창안하신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한자실력(漢字實力)이오. 하하, 어떻게 받아낼 것이오?"

연거푸 수합을 밀리던 강준마니가 타자치기(打者治氣)를 빠른 속도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수세에 쳐해있던 그가 외마디 기합과 함께 손가락으로 지풍을 쏘기 시작했다.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

한자병기(漢字倂氣)와 타자치기(打者治氣)
한자실력(漢字實力)과 니나수시지(尼羅授時指)가 부딪히면서 반탄력으로 인해 둘 다 서너 걸음 바깥으로 밀려났다.

한자병기에는 약점이 몇 가지 있지만 특히 정보화(情報花)가 만든 빠른 타자치기와는 극성의 무공이었다.
깟재의 수련이 깊어 강준마니의 반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그의 한자병기(漢字倂氣)는 번개같이 펼쳐진 타자치기(打者治氣)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둘의 대결이 펼쳐진지 어인 한 시간 가량 지나가고 있었다. 좀전의 대결이 워낙 격했기 때문인지 둘 다 밀려난 자리에서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까 전부터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좃선모는 지루함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빨리 싸움 구경을 끝내고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좃선모가 침묵을 깼다.


"아, 쉬나요?"


가뜩이나 싸움도 안 되는데 제자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자, 깟재는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깟재가 입을 열었다.

"강사부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제자 놈 버릇을 좀 가르치고 오겠소이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좃선모 쪽으로 돌아선 깟재는 선모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내 너를 가르친지 어인 삼년, 천하 영재라 믿고 제자라 삼았지만, 너는 높이뛰기 하나 빼고는 나를 만족시켜준 적이 없었다.
내 너의 이런 점에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술들을 전수해 주어 너를 일류 고수로 만들려 했었다. 무공 수련 이외의 시간에 골이하나 객잔에서 일하게 해 준 것도 나였지, 그렇지만 넌 나를 실망시키는 구나, 벌을 받고 반성하고 있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깟재는 선모의 팔에 붙어 있던 마(馬)자 표식을 떼어내 흰 부대에 집어 넣었고, 선모의 허리에 메여있던 칼을 떼어냈다.

"이 마(馬)자 표시와 지금 떼어낸 무직비도(無職飛刀)는 본 사문의 징표다. 네가 죄를 뉘우칠 동안 내가 관리하겠다. 네가 진정 네 죄를 뉘우친다면
저 백마(白馬)부대에서 표식을 꺼내도 좋다.무슨 벌을 받을 테냐?"
선모는 말을 하지 못했다.깟재가 다시 물었다.

"받고 싶은 벌이 뭐야?"
벌벌 떠는 선모의 입에서 조그맣게 "기스....." 란 소리가 나왔다.

"오냐 네가 네 벌을 결정하다니, 장하다"
선모의 뺨에 귓싸대기가 올려붙여졌다.

술푸면의 힘인 만큼 약할 리가 없었다. 선모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뺨을 때린 깟재가 말했다.

"비록 스승에게 버릇없이 군것은 네 잘못이지만 네 스스로 네 죄를 뉘우치고 받을 벌을 정하다니..... 역시 내 제자 답구나.
........................
.......................
난....... 니가 조아.."


얻어맞고 난 좃선모는 어안이 벙벙했다.

'기(氣)쓰지 말고 때려달라고 한 걸 스승님이 잘 못 들으신 것 같구나. 아프긴 하지만, 화가 풀리신 것 같으니, 살았다..흐흐..'

깟재는 다시 강준마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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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두 인영이 저자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청년과 중년의 사내였다.
해 뜨는 시간까지 가만히 좌정해 있던 중년인이 갑자기 일어나 길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그의 몸의 이동에 따라 길바닥의 온갖 오물들이 닦이기 시작했다. 이웃동네까지 굴러갔을 무렵에서야 그는 몸을 일으켰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이니라."
청년이 입을 열었다. "세마을운동(歲馬乙運動) 이라면..."
"수 십 년 전 무림 맹주셨던 박통께서 창안하신 무공이지." "이것을 익히면 길을 가다가도 괜히 한 번 굴러 길을 넓혀버리고 싶어지고
멀쩡한 남의 집 지붕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이 얼마나 위대한 무공인가, 허허.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적을 추격해 쓰러뜨리고 그들 소유물을 독차지하여 그 여자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 그을 말을 빼앗아 타고다니고 그 여자들의 몸을 침대와 베개 삼아 노는 것 이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일세."

"그 말씀은...혹시 20여 갑자 전 최고의 무공으로 강호를 휘저으셨다는 진기수간(珍技樹刊)께서 하신 말씀 아닙니까?'
"그렇지.......그 분이야 말로 우리가 익히는 무공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분이야..."
"우리의 할 일은 그분께서 만들어 놓으신 무공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막씨수도(幕氏修道)를 척결하고 밖으로 일성교를 무너뜨리는 것이지."

"그렇군요...하지만 원래 무공이라는 것이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착하게 살기 위한 수양의 한 부분이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요..."

순간 중년인의 안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어느 누가 그런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
무한 경쟁이 자연의 법칙이고 이것이 바로 야성(野性)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야성을 소유한 사람이 투쟁에서 강한 것은 승부에 철저한, 정직한 정신 자세 때문인 것이다. 위선명분 인정 도덕은 그의 행동을 제약하지 못한다."

극도로 흥분한 중년인의 모습에 겁먹은 청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의 이 체력과 정신력은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단련되고 조직이란 그릇에 담기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비축하는 것이지. 야성의 본질은 경쟁과 자연스러움이다. 인공적 환경에서 살다보면 이 야성을 잃게 된다. 자연스런 생활 태도가 중요한 것은 인간을 인공에서 벗어나게 하여 투지 직관력 본능 등 야성을 되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가, 자네도 나와 같이 야성을 찾아보지 않으련가?"
"좋습니다. 저도 그 야성을 찾아보겠습니다."

중년인은 좋은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내 평생 나의 제자가 될 만한 이를 찾지 못하고 해메다가 드디어 천하의 영재를 내 문하에 두는 구나. 자넨 이제 내 밑에서 내가 평생 익힌 절학을 배우게 될 것이야

허허....저기 저 중원에 가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나타내는 비석이 하나 있지
탈래토대왕비(脫來土大王碑)
혹자들은 그걸 일러 탈래토비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고 하더군 그 비석이 있는 곳에 가면 뭔가 새로운 무공을 익힐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가도록 하지..."

중년인은 기분이 좋은지 어느새 청년을 목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달리기를 보고 웃음을 지었지만
청년을 메고 달리는 중년인이 월간좃선의 수장 조깟재라는 것과
위에 탄 청년이 후일 골이하나 객잔의 삐기가 될 청년 좃선모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어인 3년의 세월이 흘렀다.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한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걷는 것도 아니고 뛰는 것도 아닌 듯한 이상한 모습... 수레바퀴를 손발로 굴리는 듯한 기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속도는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초원을 한참 달렸을까? 거대한 장막이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장막 앞에 선 그는 소리높여 외치기 시작했다.

"본좌 강준마니, 조사부께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원하오."

장막의 문이 열리고 속바지 차림의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 같이 사라졌던 그 중년인과 청년이었다.

"그대가 우리 당을 공격하고 있다는 강준마니인가? 본좌 지금껏 무공을 익혀오며 어떤 이의 도전도 받지 않았건만 감히 노부에게 도전하다니...

무림맹주가 절라도인(節羅刀人) 김데중이 되었다더니 세상이 많이 변했소이다."
폭도왕초가 무림맹주라....허허....무림맹이 이제 일성교에게 넘어가려는가... 여하튼 그대같은 젊은이가 겁 없이 도전을 하다니 그 객기 매우 갸륵하오,
이 역시 몽골기마민족 다운 기개가 아니겠소."

"허나 그렇다고 그대와 무조건 무공을 겨룰 만큼 한가한 노부가 아니요.
우선 그대의 경공을 시험해 보겠소."

조사부라 불린 사내는 청년을 시켜 말을 한 마리 끌어오게 했다. 말위에 올라탄 그가 말했다.

"말 탄 본좌와 경공을 겨루어 이길 수 있다면 무공을 겨루어 드리리다. 이 주변을 한 바퀴 먼저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오 어떻소?"

"좋소 한 번 해 봅시다"

강준마니는 자기가 지금껏 타고 온 이상한 수레에 올라 탔다. 막대기에 두 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이상한 수레였다.

"이상하게 여긴 중년인이 물었다. 그것을 뭐라고 하오?
"강호에선 이것을 자전거(自轉車)라 부르지요. 경공에 쓰는 보조 기구요."

"하하... 그 정도로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가소롭구려.. 그럼 달려 보리다. "
시작이란 말도 없이 중년인과 말은 쏜살같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강준마니는 그의 자전거를 끌고 비틀비틀 나아갔다.

'후후... 감히 본좌의 천리마에 도전하다니.....
내가 이 말을 얼마나 사랑하며 아껴왔는지는 우리 당주님도 아시지 그래서 내게 친히 애마부인(愛馬夫印)이란 도장까지도 하사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나 방심도 잠시였다. 절반정도 거리를 지나올 무렵

어느새 강준마니는 그의 옆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아니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속도를 낼 수가... 당신이 타고 있다는 그 자전거의 내력은 무엇이오?"

"본좌의 자전거를 강호에서는 내습호(內習戶)라 부르지요.'

"처음 듣는 이름이구려...하지만 본좌의 천리마에는 어쩔 수 없을 것이오" 중년인은 갑자기 일어나 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후후...말을 타는데 있어 우리 몽골인은 등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울 수가 있지
이 자유로운 손으로 말의 목을 조른다면......말이야 죽든 말든 내가 이길수 있다.'

깟재에게 목을 졸리는 말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어느덧 결승점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깟재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 때 그의 눈 앞을 스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강준마니의 자전거가 그를 앞서 먼저 결승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우째 이런일이...우째 이런일이..."


강준마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이 자전거의 전 이름이 무엇인지 아오?" "나의 내습호는 과거 삼천리라고 불렸지....하하...당신의 말은 기껏해야 천리마 밖에 안되지 않소?"

"당신은 말 탄상태로 일어설 순 있지만, 그 정도론 당신의 내공이 증진되는 것이라 할 순 없소, 하지만 이 내습호는 타면 탈수록 양기를 보태준다는 설도 있고..
잘만 타면 최고 역사(力士) 변강세처럼 된다고 하더이다."
..........

"좋소 본좌가 졌소." "어디 무공을 겨루어 봅시다."

깟제가 말에서 내려오며 기마자세를 취했다.
둘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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